지난 겨울은 참으로 따뜻했다. 피부로 느끼는 온도가 아니라 ‘한 마음’으로 촛불을 든 우리 마음이 따스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 20여 차례의 집회 동안 국민 1700여 만명이 함께 했다. 일부 극 보수단체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지겨운 ‘색깔론’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겨울 촛불의 진정한 의미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평화의 시민혁명이라는 점이다.

촛불집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올 여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다시 촛불을 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매주 목요일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무리 봐도 겨울 광화문의 촛불을 무늬만 따라한 모양새다. 형식이야 따라하더라도 내용과 의미가 왜곡돼 보인다. 혹여 그 때의 아름다운 촛불을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때의 촛불은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의 촛불은 그렇지 않다. 징계를 받아 종단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일부 스님들 그리고 특정 사찰의 신도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겨울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든 이유는 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수수 등 헌법을 준수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대한 분노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촛불은 든 까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금 저들이 주장하는 적폐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오로지 참석 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듯하다. 

더구나 지난 겨울에는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을 뿐 헌법 질서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집회를 바라보면 중앙종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둥 재가자에게 사찰의 운영권을 넘겨야 한다는 둥 종단의 질서를 깡그리 부정하는 발언이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선거법을 불태운 퍼포먼스도 공분을 샀다. ‘총무원을 접수하자’는 외침은 불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온갖 비방과 욕설, 과격한 행위와 억지만 가득한 현 촛불집회를 과연 지난 겨울의 촛불집회와 비교조차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명분이 그럴 듯 하다해도 방법이 폭력적이라면 박수를 받을 수 없다. 지금의 촛불이 정의가 아닌 오직 증오의 촛불로만 보이는 이유다.

[불교신문3332호/2017년9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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