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스스로 바른 행을 하지 못하면서 

다른 이로 하여금 바른 행을 닦게 함은 있을 수 없다

(若自不能 修行正行 令他修者 無有是處).

 - <화엄경> 십지품 중에서

<화엄경>의 십지(十地) 가운데 난승지(難勝地) 부분에서 ‘부끄러움은 옷이요, 각분은 화만이다(愧爲衣覺分)’라는 게송이 나온다. ‘부끄러움’이 보살의 옷이라니!  화들짝 놀랄 지혜가 담긴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여름이면 여름승복이 없어 더위에 고생하다가 마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모시옷을 한 벌 보시 받은 것이 있어 작년부터 풀을 먹여 입고 다녔다. 겨울에는 누비 승복이 다 헤어졌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선 산에서 나무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승복이 보시물로 들어왔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보살님들의 승복 보시에 “나는 참 복이 많은갑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소유가 중의 검소한 삶의 실천인지라 늘 고맙고 과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수행자의 진정한 옷이 ‘부끄러움’이라니, 겉에 걸치는 옷이 아닌 속에 갈무리되어야 할 마음가짐의 ‘부끄러움’이 옷이라니, 경구를 앞에 두고 화들짝 놀란 마음 가눌 길 없다. 

[불교신문3331호/2017년9월20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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