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리오. 석화 빛 가운데 이 몸을 붙이노라(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중국 시인 백락천의 대주(對酒)라는 시다. 와우각상쟁 와각지쟁이라고도 하는 이 말은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이란 말이다. 

중국 고전 <장자>에 나오는 말로 우주의 끝없는 것에 비교해 볼 때 나라끼리 서로 이기겠다고 다투는 꼴이 마치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 같아 얼마나 하찮고 허망스런 일이냐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 사는 데도 비유되는 말이다. 사람들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욕망을 향해 치달으며 한 생을 살다간다.

오욕락이라 일컬어지는 것 중에 가장 끊기 힘든 것이 명예욕이라고 현인들은 일찍부터 일러주고 있다. 재물욕은 손으로 모래를 쥐는 것 같아 채웠는가하면 어느새 스르르 흩어져 버리고 이성에 대한 욕망은 타는 목마름에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고 편안한 잠을 자고 싶지만 수명이란 백년도 채 못 되고 편안한 잠자리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늙고 병들면 죽음이 눈앞이라 재물이고 성욕이고 다 뒷전이다. 허나 명예를 갖고 이를 지녀가고자 하는 마음은 죽음 이후까지도 생각해 영원하기를 바란다.

달팽이 뿔 위의 싸움이라고 일컬어지더라도 그 싸움을 멈추지 않으려는 게 세상사요 죽음 앞에 모든 것이 허허롭더라고 느끼면서도 마냥 욕망을 좇는 것이 인간사다.

백락천처럼 욕망 추구를 달팽이 뿔 위의 다툼으로 보고 사람의 한 생을 부싯돌에서 반짝하는 불빛(石火)처럼 여긴다면 그런 삶을 살아볼 마음을 가져볼 만도 하다. 사람의 삶이 그러하다는 이치야 뻔히 알면서도 욕망에 끌려 사는 삶을 어쩌랴.

이기고 지고, 옳고 그르고, 내가 너를 이기고, 내가 옳고 너는 그르고…. 승패나 시비의 가림도 부질없는 일이라 여기고 사는 삶은 재미없고 밋밋한 것일까?

성현의 가르침이 가까이 있는데도 따르지 않는 이런 어리석은 삶이 여전하니 그게 사람의 삶이라 할까. 

[불교신문3331호/2017년9월20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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