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심수행장

인환스님 지음/ 문현

동국대서 후학양성 매진한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스님

그 동안의 삶 되짚어보는
인터뷰 모아 ‘회고록’ 출간
출가전후 행장 모두 아울러

“노쇠는 자연스러운 현상
청정본연으로 돌아갈 것”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와 불교학술원장을 역임하며 불교학 발전과 후학양성에 매진한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스님이 그 동안의 삶을 되돌아본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을 선보여 주목된다.

지난 1931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인환스님은 올해로 세수 80을 훌쩍 넘었다. 한국전쟁 1.4후퇴 때 원산항에서 군함을 타고 월남한 스님은 부산 선암사에서 불연을 맺고, 승가에 입문해 현재 법랍 65년에 이르는 종단의 어른이다.

지난 8일 서울 경국사에서 열린 출판기념법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이 회고록은 스님이 동국대 선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후 2011년 불교학술원 원장으로 부임할 당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제자 최동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의 제안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2011년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1년 가까이 27차례 구술녹취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를 기초로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윤문과 기획을 맡았다.

인환스님은 책 서문을 통해 “올해 정유년, 우리 나이 87세가 되니 차츰 보행도 불편해지고 눈도 어두워져 잔글씨를 보기 힘들다”면서 “이것이 다 나이 들어 노쇠 하는 징조이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공연히 푸념하고 놀라워할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일을 좋은 기회로 삼아서 불편일랑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면서 “출가 이래로 꾸준히 참선 정진했고, 일생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참선 정진의 맛과 멋을 알게 하는 인연을 펼쳐온 만큼 나의 ‘상·락·아·정’을 수용하며 청정본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수행자로서 쉼 없는 정진을 다짐했다.

올해로 세수 87세를 맞은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스님이 그 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을 최근 펴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경국사에서 회고록 발간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는 인환스님.

상, 하 두 권으로 나눠 제작된 이 책에 스님의 고향인 원산에서의 유년기 시절부터 선암사 행자생활, 950년대 해인사와 통도사의 강원생활, 학업 및 일본 유학생활, 미국과 캐나다 등지의 해외포교, 교수시절, 포교활동 등 개인사부터 학승, 수행자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욱이 전쟁 직후에 겪은 생생한 사중(寺中) 이야기들은 불교사적으로도 가치가 적지 않다. ‘사진으로 보는 행장’편에서는 스님의 생애를 따라간 다양한 사진도 볼 수 있고 책 말미에는 여러 매체에 투고한 글도 수록했다.

또 스님의 인터뷰 모습과 육성을 시청할 수 있도록 제작한 60분 분량의 구술영상도 DVD로 첨부했으며, 스님이 번역, 집필한 <증도가>와 <선리참구>를 보완해 엮은 책들도 회고록과 함께 출간했다. “지금 한없이 편안하며 기쁘고 상쾌한 속에 있으며 백천만겁에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나 그 가피를 입어 살아오다가 진정한 환희의 문에 더 들어섰다”는 스님은 책 발간에 따른 소회를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표현했다. “日日是好日(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요)/ 年年是吉年(해마다 해마다 성서로우니)/ 此生適淨土(이 세상이 그대로 정토요)/ 來世遊法界(내세에는 법계를 누비리라)” 여기서 좋은 날은 세속에서 말하는 뜻이 아니다. 지식으로 습득한 것이 아닌 꾸준한 수행을 통해 실제로 좋은 날이고 근사한 해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스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1952년 부산 선암사에서 원허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인환스님은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뒤 통도사, 해인사 불교전문강원에서 수학했다. 1964년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후 유학, 한국 스님으로는 최초로 일본 도쿄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산스님과 함께 북미지역 포교를 펼치다 귀국해 1982년부터 동국대 교수로 부임해 후학양성에 매진했다. 불교대학장과 불교문화연구원장, 정각원장 등을 역임하고 1996년 정년퇴임이지만 불교학술원장과 동국역경원장을 맡으며 학교발전에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2011년 11월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또 조계종 백제불교문화대상, 해인승가상, 한국일보가 주관하는 ‘2013년 대한민국 자랑스런 한국인 그랑프리’ 포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