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 파견된 지 반 년은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사진은 탄자니아 첫 보금자리였던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모습.

탄자니아에 오기 전 거주지를 다섯 번 바꿔가며 나름 다양한 거주 형태에서 지낸 이력이 있다. 탄자니아에 작은 둥지를 틀기 이전 거주지들은 모두 도시권이었다. 탄자니아라는 넓은 나라에서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다섯 달을 정붙이고 지냈던 나의 집은 보리가람농업 기술대학 내 교사 및 직원 전용 숙소였다. 지난해 완공된 건물이기 때문에 손때가 타지 않아 매우 만족스럽게 깔끔하고, 개인전용 화장실과 부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지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도시라는 곳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화기를 이용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화가 아예 불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화 안테나가 종종 잡히지 않았고, 하필이면 딱 내 방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므와송가(Mwasonga) 시장은 2k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사실 작은 변두리 마을의 로컬 시장에서 내가 쓸 만하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므와송가 시장에서는 끽해야 마늘, 양파, 바나나 정도를 샀는데 아무래도 시내와 비교했을 때 질 좋은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로컬시장에서 구한 마늘은 굉장히 작아서 마늘을 까면서 수련을 하는 기분이었다.

시내를 나가거나 시내에서 돌아오는 일도 정말 일이었다. 시내를 나갈 때는 대부분 지부장이 나갈 때 지부 차량을 타고 이동해서 편하게 나갔지만, 주말을 시내에서 보낸 후 혼자 돌아올 때는 대중교통을 여러 번 바꿔가며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물론 도시 생활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고, 불편하다고 느낀 것들이 때로는 결코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기쁨으로 변해 나에게 스며들곤 했다. 가족, 친구들과 연락이 힘들 때는 대신 온갖 것을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온통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본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나만의 시간은 꽤나 달콤했다. 많은 생각들, 새로운 아이디어들,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보곤 했다. 나 자신과 친밀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과도 친밀해질 수 있었다.

어느덧 탄자니아에 파견된 지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많은 지식적인 것을 채우거나, 나 자신의 고민들을 비워 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 자체로 충분했던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남은 활동기간은 다르에스살람 시내에서도 지내보고자 하여 지금은 이사를 한 후이지만, 지난 반년 간 쌓은 에너지로 남은 반년의 기간도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든다.

[불교신문3331호/2017년9월20일자] 

맹가희 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 활동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