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부쳐

금권 비방선거 이젠 근절해야
과열 혼탁 선거 절대 안돼…
누구든 종법 엄중히 준수해야

내일부터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후보자 자격 심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으면 등록 후보는 9월26일부터 10월11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10월1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321명의 선거인단이 모여 선거를 하면 이날 오후 제35대 총무원장이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장은 우리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 책임자이면서 동시에 한국불교 대표자이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지도자이다. 이는 우리 종단이 1700여년 한국불교 역사를 계승하는 적장자이며 1000만명이 넘는 신도들의 정신적 지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족문화유산 보존 계승자이며 국민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한국 종교를 대표하는 막중한 위상으로 인해 조계종 총무원장의 움직임과 말은 국민과 언론이 늘 관심을 갖고 대한다.

총무원장 선거는 그래서 우리 종단의 중요한 불사이면서 또한 국가적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을 깊이 명심해야한다. 어떤 인물을 지도자로 모시는가 못지않게 그 과정도 국민과 언론은 주시한다는 사실을 조계종도들은 모두 새겨야한다.

선거는 불교답게 치르면 된다. 종단 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는 세속의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과는 다르다. 세속의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세속의 정부는 개인의 욕망을 충족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정치지도자는 나눠 가질 양을 키우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종교는 세속 정부와 정반대 역할을 담당한다. 욕망의 극대화가 아니라 ‘욕망을 채우려하는 것은 바닷물을 마셔 갈증을 푸려는 것처럼 더 큰 욕망만 생긴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욕망을 줄여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전파하는 업무가 종단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종단 지도자의 덕목이다.

종단과 종단 지도자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세속의 지도자와 다르고 성격도 정 반대이므로 지도자를 뽑는 절차 역시 달라야한다. 세속은 정치를 가장 잘할 능력 있는 인물을 뽑기 때문에 주장하는 바를 잘 살펴야한다. 말 잘하고 일 잘하는 능력이 출중한 인물을 지도자로 뽑는다. 그래서 세속 선거는 요란한 축제다. 그러나 종교지도자는 욕망을 줄이는 법을 잘 가르쳐야하므로 자신의 장점을 감추고 좋은 점도 숨기고 종도들을 잘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그래서 산속 깊이 숨어있지만 향내가 온 산을 뒤덮는 그런 인물을 모신다.

누가 잘 감추고 숨기는지를 뽐내기 때문에 선거는 조용하고 차분해야한다. 그 절차를 정해놓은 것이 종단 선거법이다. 우리 종단이 선거법을 자세하게 규정한 지는 20년 가량 밖에 안된다. 왜냐하면 불교 지도자는 부처님 당시처럼 수행과 계행이 투철한 존경받는 장로 중에서 모시는 것이 불교답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창종 후 초기에는 그러한 전통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었지만 규모가 커지고 해야 할 역할이 많아지면서 종단 업무도 복잡해져 전통 방식으로는 한계가 생겼다. 그 한계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각종 분규다.

1994년 근대식 선거법을 만들고 나서 한 차례 분규가 있었지만 잦은 총무원장 교체, 선거 불복 등 일체의 잡음이 사라지고 혼란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됐다. 모두 선거 절차를 만든 덕분이다. 그런데 선거 절차는 있는데 선거운동 시점 방법 등 선거 과정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금권 같은 세속 선거에서 보던 폐해가 생겨났다.

신도와 일반 국민들 대다수 스님들이 바라는 바는 딱 한가지다. 차분하고 조용한 선거다. 그 여망을 반영해서 중앙종회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선거법을 개정했다. 개정 핵심은 논란이었던 선거 과정을 명확히 한 점이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당선되거나 되지를 못하게 하는 행위를 못하며, 총무원장 선거인단 선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구본사 주지는 선거운동을 일체 할 수 없는 등을 담고 있다.

그런데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님들이 여전히 바뀐 선거법을 모른다고 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세속에서도 못하게 막는 돈과 관련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반대하는 후보를 비방하지 않고, 허물을 들추어내지 않으며 지지하는 후보의 상을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선거법' 제대로 알자

종단에는 여야 구분이 없고 정권 교체도 없다. 왜냐하면 종단 지도자는 이익을 배분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종단을 장악하여 이익을 누리거나 누군가를 혼내주려는 자가 있다면 당장 망상에서 깨어날 것을 경고한다.

종단 선거 주인공은 스님들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한다. 일본제국주의와 그들의 문화에 맞서 되찾은 청정비구승단이 우리 종단이다. 재가자가 나설 일이 아니다. 선거법 절차를 따라 스님들이 지혜를 모아 새로운 지도자를 모실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법한 선거문화다. 밥 먹기보다 선거법 지키기가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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