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불교연합회관에서  ‘불교 글쓰기’ 특강이 열렸다. 불교신문이 주최하고 불교신문 부산울산지사가 주관한 이번 특강은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 인증과정으로 박부영 한국불교현대사연구소 편찬실장이 강사로 나서 체계적인 ‘불교 글쓰기’를 강의했다.

“스님이 쓰는 글은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합니다. 불교식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부처님 가르침, 즉 정법을 글 안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글이 미려하다 해도 불법과 어긋난다면 아예 쓰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창조주 결정론이나 숙명론, 무상(無常)관을 허무주의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스님이 쓴 글에 들어가면 안되지요. 일반 사람들 시각에서는 스님 한 분 한 분이 불교를 대표하는 스타에요. 그래서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청명한 가을 바람이 불던 지난 12일 부산 양정동에 위치한 부산불교연합회관 4층 교육관. 옹기종이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던 스님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부산, 울산, 구미 등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찾아온 스님만 16명. 20년 넘게 불교계 일선에서 현직 기자로 뛰고 있는 박부영 불교신문 한국불교현대사연구소 편찬실장이 애정어린 쓴소리를 건네자 스님들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글쓰기 열풍에서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문자와 SNS를 통해 신도들과 일상을 나누고, 글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는 스님을 찾아보기란 이제 어렵지 않다. 책이나 신문을 통해 전문가 못지않은 재치 있고 감각적인 글쓰기 실력을 뽐내며 불교계 문장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님도 이미 여럿. 부처님 법 알리는 데는 이제 ‘글’만한 것도 없지만 정작 스님을 위한 글쓰기 특강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불교연합회관에서 열린 ‘불교 글쓰기’ 특강은 오직 스님만을 위한 시간. 불교신문이 주최하고 불교신문 부산울산지사가 주관한 이번 특강은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 인증과정으로 박부영 한국불교현대사연구소 편찬실장이 강사로 나서 글쓰기 기본 원칙부터 어려운 불교 용어를 쓰지 않고도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법, 사찰의 크고 작은 행사를 알리기 위한 보도자료 작성법, 신도들과 문자와 SNS를 할 때 어렵지 않게 소통하는 법, 불교식 글쓰기 표기법 등 특화된 글쓰기에 대해 강연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고 하죠. 특이한 내용, 화제가 될 만한 인물이나 사건,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실, 모두 글쓰기 소재가 됩니다. 사실 글쓰기에 정답은 없어요. 부담 갖지 마세요.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나는 대로 낙서하듯 쓰는 것도 좋아요. 펜 가는대로 쓰다보면 어느 순간 정리가 돼요.”

박부영 실장은 이날 스님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적극적 글쓰기를 권했다. 수학 물리학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 못지 않게 불교에 관해서라면 얼마든지 전문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스님들 만의 장점. 박 실장은 “이왕이면 스님에게서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써주는 것이 좋다”며 은사와의 사소한 에피소드부터 경전이나 어록을 인용하는 법 등을 팁으로 내놨다. 

“일반 대중은 스님에게 부처님 말씀을 듣길 기대합니다.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해요. 어떤 경우에도 정법은 준수해야 합니다. 불교 핵심 교리인 연기법에 어긋나는 글은 안돼요. 율장, 사분율이 아닌 대승경전을 인용할 때도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부처님을 그저 신격화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후대 각색된 내용을 사실인양 그대로 갖다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해요.”

불교식 표기법을 지킬 것도 박 실장이 강조한 유의사항. 박 실장은 큰스님 호칭은 가급적 자제할 것, 보살이나 거사 사용도 피할 것, 연대를 표시할 때 불기 사용을 생활화 할 것, 경어체가 아닌 평어체를 쓸 것 등 구체적 사례를 들며 교계 언론이 아닌 타언론에서 쓰는 표기법을 그대로 따르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법랍이 오래된 스님들께 ‘큰스님’이라고들 하지요. 높임말도 많이 쓰구요. 존경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글을 쓸 때는 지양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스님 한 분 한 분이 모두 큰스님이잖아요. 교계 언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쓰는 표현도 그대로 따라 쓰면 안돼요, 가령 일간지에서 ‘자승총무원장’ ‘OO승려’, 혹은 스님 여러 명을 열거할 때 법명만 줄줄이 쓰고 마지막에 ‘스님’을 붙이는 때가 있는데 이를 사찰에서 또는 신도들이 그대로 따라 쓰는 경우가 있어요. 법명만 달랑 갖다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수행자로서의 위의가 있잖아요. 교계 언론에서 일간지와 달리 직책이 앞으로 나오게끔 ‘총무원장 자승스님’으로 표기하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기자들은 만약 호칭하나라도 틀리면 눈물이 아주 쏙 빠지게 혼나요.”

직접 글을 쓰고 있는 금곡 안심사 주지 무주스님. 박 실장의 첨삭 지도가 이어졌다.

현실성 있는 조언도 조언이지만 글을 직접 써보고 불교 전문 기자에게 직접 첨삭지도를 받는 드문 기회도 주어졌다. 부산 금곡동에 위치한 안심사 주지 무주스님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글재주가 없어 속앓이만 하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 직접 글을 써보고 그에 대한 평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조금은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강의 자료로 준비된 보도자료 양식을 연신 카메라로 찍던 김해 원명사 보운스님은 “글쓰는 것에는 아직도 영 자신이 없다”면서도 “조금만 노력하면 사찰의 좋은 소식을 알려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실장이 이날 무엇보다 강권한 것은 적극적 글쓰기. “교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기사가 뭔지 아세요? 스님들 동정입니다. 누구 스님 생신이더라, 큰스님 돌아가셨더라 하는 기사들 있죠?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조회수가 상당히 높아요. 스님들 한 분 한 분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글쓰기 소재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신문사에서도 사찰에서 소식을 알려주지 않으면 기사로 쓸 수가 없습니다. 더 좋은 글을 위해서는 여러번 쓰고 고치고 하는 작업도 수없이 해야합니다. 글쓰기도 하나의 수행이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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