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엄정한 선거 중립”을 약속하면서 “안정과 화합 속에 여법하게 선출하자”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현 총무원 집행부는 지난 8년 동안 종단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소임을 마무리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마지막 소임으로 새로운 총무원장 선출을 남겨두고 있다. 

총무원장 선거는 종단의 소임자 한 사람을 선출하는 것에 머무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비록 임기는 4년이지만 종단의 백년대계를 기획하고 더불어 현실에 부합하는 종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집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부과돼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계종 총무원장은 26개 종단이 참여하는 종단협의회를 원만하게 이끌어 가야하며, 7대 종교지도자협의회 활동과 대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종단은 그 동안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불협화음과 갈등을 노정시킨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다행히도 1998년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문제없이 선거를 실시했으나 선거과열로 인한 폐해는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누가 총무원장에 출마하고 당선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여법하고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선거과정이다. 종단의 모든 소임은 공심으로 봉사하는 자리일 뿐 파당을 지어 권력을 행사하는 세간의 행태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정도로 전체 대중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과열되면 상호비방, 중상모략, 금권선거, 갈등과 분열, 극한 대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바로 선거를 잘못 치를 때 발생하는 폐해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 교단에서의 선거는 세간의 선거와는 분명하게 달라야 한다.

종단의 선거는 종도들의 총의를 듣고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결실로 나타나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만드는 선거가 아니라 대중공의를 확인하고 화합으로 일치되는 종단을 만들어가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종단은 선거 때문에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수도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모든 종도들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금권선거, 집단이기주의, 비방과 중상모략 등 잘못된 선거풍토를 바로잡는 모범적인 과정을 통해서 여법하게 봉행되기를 바란다. 더불어서 종단과 불교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종책을 제시하고 대중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를 촉진시키는 선거가 돼야 한다. 인천의 사표로서 존경받아 마땅한 스님들이 참여하는 종단의 선거 과정은 수행자 정신으로 봉행하는 법회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모든 불자들은 바라고 있다. 

[불교신문3330호/2017년9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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