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부처님이 깨닫고 나서 “연기법이 뚜렷하게 드러날 때 모든 궁금증이 사라졌다”고 하셨다고 했는데 연기법이 무엇인가요?

햇살 받은 물이 수증기, 구름 되어
비가 내리듯 본래부터 있던 것이 
까닭에 따라 변해가는 것을 말하지

어려운 물음인데…, 연기(緣起)는 까닭이 있어 일어난다는 말이야. 부처님은 “연기법은 본디부터 늘 있던 것”이라고 하면서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면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스러지면 저것이 스러진다”고 하셨어.

깨달은 사람은 이렇게 노래해. “태어난다는 것은 뜬 구름 한 조각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이란 뜬 구름 한 조각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구름이 “이것이 나”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생겨서 떠다니다가 죽는다”고 여길 거야. 그렇지만 구름은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에 오른 거잖아. 구름이 모여 떨어지는 것을 비라고 부를 뿐, 본디 물이지. 

누리가 즐겨 부르던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는 노래가 있잖아. 그런데 냇물은 모두 강으로 갈까? 아니야. 땅에 스며들어 푸나무를 살리기도 하고, 샘이 되어 목마른 사람 목을 축여주기도 하며, 햇살을 많이 받은 물은 수증기가 되어 구름을 이루기도 하지. 이처럼 까닭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어가는 것을 연기, 또는 연기법이라 일컬어요. 

누리도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강아지 똥>을 읽었지? 어떤 강아지가 골목길 담 귀퉁이에 누워놓은 똥 덩어리. 날아가던 참새도, 길가에 뒹굴고 있던 흙덩이도 모두 더럽다고 찡그리지. 제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기던 강아지 똥은 봄비가 내리는 날 민들레 싹을 만나잖아. 그리곤 몸뚱이가 낱낱이 흩어지면서 거름이 되어 민들레 뿌리를 꼭 끌어안고 민들레 줄기를 타고 들어가 곱다란 민들레꽃을 피어 올리잖니? 

짚어보자. 강아지 똥은 똥이기에 앞서 무엇이었을까? 먹이잖아. 먹이는 먹이이기에 앞서 살아있는 목숨붙이였어요. 그러다가 강아지 먹이가 되어 일부는 강아지 몸을 이루어 강아지를 살리고, 나머지가 똥으로 나온 거지. 이런 말이 있어. “네가 누군지 궁금하냐? 네가 먹은 음식과 읽은 책 그리고 어울린 사람을 알려다오. 그러면 네가 누군지 알려주마.” 무엇을 먹고 누구와 어울리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버릇을 들이느냐에 따라 얼결(정체성)이 달라진다는 말씀이지. 그래서 부처님은 부처님과 같은 좋은 벗을 만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어. 

[불교신문3330호/2017년9월16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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