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먹기 위해 죽이거나 
죽게 한 것이 아니면 ‘허락’ 

금지된 오신채보다 자극적인 
조미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백인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 둘을 낳고 한국에서 사는 어떤 남성이 자신의 한 달 지출에서 고기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부인과 아이들이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은 듣기에 당황스럽기도 한 말이다. 사람에 따라 고기를 좋아하는 체질이 있지만 백인이 고기를 정말 좋아하고 많이 먹는지는 한 번 조사해 보아야 할 일이다. 분명 서양사람이 우리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에는 고기를 먹었으며 부처님이 돌아가신 이유도 돼지고기를 먹고 탈이 나셨기 때문이다. 경전을 보면 사슴이 죽어 있어서 제자들이 끌고 와 부처님에게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부처님이 죽였느냐고 묻자 죽인 것이 아니고 죽어 있었다고 답한다. 부처님은 먹어도 된다고 허락하신다.

부처님에게 반기를 들어 추종자를 데리고 교단을 이탈한 부처님의 사촌 제바달다는 부처님에게 고기를 먹지 말자고 요구하지만 부처님은 이를 거절한다. 부처님은 중도를 주장하셨기에 무조건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획일적인 기준은 수용하지 않으셨다. 고기를 먹지 않게 된 것은 대승불교에 이르러서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님이 고기를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관점은 철저하게 내 개인적인 관점이기에 내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고 정의라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다고 부처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고 먹지 않는다고 부처님의 뜻을 지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교는 그런 종교가 아니다. 다만 다른 이유가 있어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면 그 뜻을 존중하는 것이 좋을 뿐 획일적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스님이 고기를 먹으면 마치 타락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불교가 중도의 종교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금욕의 종교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사치품이 아니더라도 수행의 기본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받지 않도록 지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단, 보배 발우 등이다. 금, 은, 화폐는 말할 것도 없고 나무의 과일도 따서는 안 되며 나무 아래에 떨어진 과일이라 할지라도 주울 수 없고 시봉 신도를 거치지 않은 음식에 손대는 것조차 금하고 있다. <팔리율>에 의하면 승가에 내 놓은 금, 은은 정인(淨人)이나 신도에게 주어 비구들이 받아도 되는 것과 교환하여 가지고 온다면 비구들이 수용하지만, 만약 그와 같이 할 수 없는 경우는 금, 은을 깊은 계곡 등에 버리게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정인이나 신도를 구할 수 없으면 비구를 선출하여 그에게 버리게 하였다. 따라서 이처럼 극단적일 만큼 탐욕을 경계하는 부처님이 고기를 허용했다면 우리가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오늘날에도 지켜야 할까? 어떤 신도가 마늘을 보시할 뜻을 비치고 밭치기에게 비구에게 일정량의 마늘을 주라고 지시했는데 비구들이 신도가 지시한 마늘 분량을 초과해서 가져가자 비난이 일어 마늘을 금한 것이며 마늘을 넣어 만든 샐러드나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은 잘못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신도들이 주는 음식을 먹었던 걸식의 전통이 있는 승가에서 오신채가 들어 있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별하기 쉽지 않았을 터인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초기경전에 부처님이 오신채를 금지하신 것이 기록되어 있다.

오신채를 금한 이유는 첫째 당시에 양치방법이 적절하지 않아 오신채로 인한 독특한 냄새가 집단생활을 하는 출가자들의 화합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둘째 음란한 마음을 일으키는 등 자극적인 요소가 있기에 금했다. 셋째 음식을 더 맛있게 먹으려는 탐심이 작동하기에 금했다. 오신채는 현대 영양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 아주 좋은 음식이다. 게다가 양치기술이 발달했기에 그 이유 때문이라면 먹지 말아야할지도 의문이다.

오신채 이외에도 성욕을 강화하는 음식과 약이 넘치는데 이를 놔두고 기록되어 있는 오신채만 금지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오신채는 조미료에 비하면 음식을 맛있게 하는 기능도 뒤떨어지는데 조미료는 경전에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먹어도 되고 기록되어 있는 오신채는 먹으면 안 된다는 것도 불합리하다. 부처님은 생전에 제자들이 불편을 겪거나 이의를 제기할 때 합리적이면 받아들여서 계율을 수정했다. 지금 부처님이 살아계신다면 오신채 금지 조항을 수정하지 않으실까? 나는 개인적으로 출가자가 고기나 오신채를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불교신문3330호/2017년9월16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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