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문의문화재단지에서 고택을 청소하는 청소년문화재지킴이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심산스님)는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보은 속리산유스타운에서 청소년문화재지킴이한마당을 열었다. 전국에서 청소년 250여 명이 함께한 이날 대구 경구중학교 환경미디어발명반, 대전파라미타청소년협회 ‘마중물’, 세명고 청소년문화재지킴이단 등 8개 단체가 우수활동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파라미타를 대표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문화재지킴이’다. 1996년 창립한 이래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시작한 파라미타는 전국의 여러 청소년단체 가운데 문화재 관련 활동에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창립 당시부터 매년 전국문화재애호 봉사활동을 벌여온 것이 대표적이다. 1998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청소년문화재애호활동 특성화단체로 지정됐고, 2000년에는 문화재애호 봉사활동 지도자 지침서까지 발간했다. 또 2002년에는 문화재모니터링활동으로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우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2012년부터는 문화재청 청소년문화재지킴이사업 위탁관리를 맡아 운영 중이다. 지난 5년간 13만 여명의 청소년문화재지킴이를 위촉했고, 올해도 2만27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파라미타는 매년 청소년문화재지킴이한마당과 청소년문화재지킴이보고대회를 열어 청소년들을 격려한다.

문화재지킴이 활동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불교와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70%이상이 불교성보(聖寶)인 점을 감안할 때 불교문화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사찰은 박물관만큼 많은 볼거리를 갖고 있다. 문화재지킴이 활동의 주무대로 사찰이나 폐사지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대전파라미타협회만 봐도 지난 학기 학생들과 동학사, 마곡사, 고란사 등을 답사했다고 한다. 문화재 대부분이 불교문화재라 사찰에 갈 기회가 많은데, 아이들은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문화로서 불교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시간이라 청소년들에게 불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파라미타 상임이사 성진스님은 문화재지킴이 활동이 낮은 수준이지만 불교포교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라미타 전국연합캠프나 서울경인지역 발대식에서는 사찰답사 때마다 스님을 만나고, 스님으로부터 사찰이 보존해 온 성보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스님과 대화는 청소년들이 불교나 승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성진스님은 “많은 아이들이 법회에 나오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며 “불교를 접해본 적 없는 청소년들에게 사찰에 올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절에 와야 불교에 대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불교문화재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성보가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지 알게 된다. 불자라면, 자신이 불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되고, 부처님 가르침으로까지 관심을 확대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 직접 가꾸며
우리역사와 문화 제대로 공부
문화재 70% 이상은 불교성보
답사하고 정화활동 하며 관심

보은 속리산유스타운에서 열린 청소년문화재지킴이한마당에 참가한 학생들이 페이퍼아트로 탑을 만들고 있다.

청소년에게 불교 전하는 매개지역불교계와 연계해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는 세명고 파라미타의 사례도 활용할 만하다. 제천불교총연합회는 파라미타 학생들을 지원하고, 학생들은 부처님오신날이면 한산사 등 지역 사찰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올해는 제천 장락 칠층모전석탑을 국보로 승격시키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어윤백 세명고 교사는 “제천지역 스님들이 파라미타 활동을 지원해주는 덕에 학생들도 사찰과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 외에도 교통봉사와 효행활동 등을 하며 지역주민들에게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집, 학교, 학원만 오가는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해 잘 모른다. 집 앞에 문화재가 있어도 그냥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한 경우도 많다.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다보면 우리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지도교사로부터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안내판에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점검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문화재가 조성될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경제, 문화적인 상황, 문화재를 만든 장인들의 기술력까지 보고 듣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으로 쓸고 닦은 문화재에 애착을 갖는 것은 물론 잘 가꿔서 다음 세대에 전해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저절로 생긴다. 김홍섭 대전파라미타협회 부회장은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역사와 문화, 자신의 뿌리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아이들이 많다”며 “학교교실 밖에서 현장감 있는 역사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우수활동사례 발표에서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한 제천 세명고 2학년 유민균(18)군의 경우에도 문화재지킴이를 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파라미타에 소속돼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했는데, 그 전까지는 우리 동네 문화재는 의림지만 있는 줄 알았다”며 “토요일마다 문화재지킴이 활동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대구파라미타에서 활동하는 혜화여고 2학년 김자비(18)양도 “문화재를 쓸고 닦으면서 청소년 문화재지킴이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무심코 지나가다 본 돌들이 그냥 돌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만든 문화재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주변을 더 유심히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문화재를 통해 청소년들은 지역과 나라에 대한 애틋함을 키우고, 우리문화의 우수성과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있었다.

올 한해 문화재지킴이로 위촉된 민간단체와 개인은 6만 여명이며 청소년은 2만20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파라미타 회원활동이 단연 두각을 드러낸다. 성진스님은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데 미래세대가 활동할 영역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문화재는 타임머신과 같아 과거 현재 미래가 시간을 뛰어넘어 공존한다”며 “감수성 충만한 청소년기에 우리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지켜내는 법을 배워야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할 수 있지 않겠냐”며 문화재청의 정책방향 개선을 당부했다.

청소년문화재지킴이한마당 우수활동사례로 선정돼 수상한 학생들로, 세명고 등 3곳이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다.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을 벌인 한봉수 의병장의 동상을 닦는 학생들.

[불교신문 3330호/ 2017년 9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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