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실시하고 있는 미얀마 재난위험경감사업 모니터링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

네팔에서의 활동을 종료하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국제개발협력팀에 함께한지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다. 지금 내 옆에는 나무와 꽃이 아닌 다양한 전자기기와 서류들이 놓여 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새로운 일들을 배우고 있다. 하루하루 업무에 적응해 가던 중 미얀마 출장이 결정되어 짐을 꾸리고, 정성스레 전달할 선물을 준비해 양곤행 비행기를 타니 새로운 출발에 대한 감회가 새로웠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2014년부터 미얀마에서 재난위험경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 상황 발생 후의 구호활동만큼 중요한 사전예방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재난대비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피 시 실제 사용 할 수 있도록 도로를 정비하고, 간이 정수시스템을 보급하고 다리와 대피소를 설치하는 한편, 주민들을 교육하며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네팔에서 경험했던 재난경감사업은 지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반면 미얀마에서는 홍수에 대비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각 국가의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재난의 종류가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인데, 이번 방문을 통해 재난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매년 우기 때마다 홍수로 피해가 많다는 미얀마를 실제로 방문해보니 이야기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집 앞의 도로는 갯벌과 같이 발이 빠져 사람들이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어 다녔고, 옆 마을로 가기 위한 다리가 일부 무너져 신속하게 건너갈 수도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재난이 발생한다면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더 허둥지둥 거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공사 현장에 가보니 마을 주민들은 모내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재를 옮기는 등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고 건축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다. 주1회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현지 협력단체인 쉐어에야와디의 모튠 대표와 마을 건축위원회는 “지난해 재난대피교육에 이어 올해에는 재난대응을 위한 심화교육 및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며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재난대응을 위한 정보를 얻어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육을 진행함에 있어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이지만 매년 이들을 덮쳐온 자연재해로부터의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나 역시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와가며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신문3329호/2017년9월13일자] 

주세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국제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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