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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픔 함께 하고 해결 나서다] 세월호 인양·진상규명 앞장유가족 “조계종과 총무원장 스님 가장 적극” 감사
세월호 팽목항에서 구호 활동에 여념없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관계자들과 스님들.

 

종단, 사건발생 직후 즉각 구호단 파견
구조 방해 된다며 팽목항 방문 자제
화쟁순례단과 구조 기원 기도 올려

종단의 사회를 향한 관심과 따뜻한 시선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데서 잘 드러났다.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0분경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전대미문의 참사가 일어났다.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속으로 잠긴 이 사건이 국민들의 분노를 더 자아낸 것은 어른들의 부패와 무능이 빚어낸 참사였다는 것이다. 생명보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부정 부패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해온 어른들의 탐욕이 죄 없는 아이들을 떠나보냈다. 국민들은 모두 제 자식을 잃은 듯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인간의 본래 천성이 세월호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부각되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여당 관계기관 등은 세월호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세월호는 생명, 안전 등의 철학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잣대로 돌변했다. 한국사회는 259명의 희생자를 놓고도 분열했다. 종단과 총무원장 스님은 희생자를 천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침몰 원인을 밝히는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나섰다. 마침 이 날은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 앞두고 광화문 광장에서 봉축 점등식이 열렸다. 종단은 봉축기간 동안 부처님오신 기쁨을 찬탄하면서도 ‘실종자 무사귀환, 희생자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과도한 춤과 노래를 자제하자는 지침을 전국 사찰에 시행했다. 연등행렬 역시 화려한 대형 장엄등을 자제하고 추모 만장을 함께 들고 아픔을 나눴다. 많은 불자들이 팽목항으로 달려가 자원봉사를 했다. 그 이후에도 종단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진도 팽목항, 목포 신항에 이르는 실종자 수색과 세월호 인양, 미수습자 지원,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다. 

팽목항 달려간 스님·불자들

종단 뿐만 아니라 전국의 스님 불자들이 함께 나섰다. 세월호 사고 발생 즉시 진도사암연합회 스님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국 사찰도 봉축 행사를 취소 또는 축소하면서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했다. 

봉축행사는 축소했지만 유족과 국민들의 아픔을 달래고 희생자들을 천도하는 종교 역할은 더 충실히 이행했다. 5월20일 저녁 조계사에서는 총무원 주최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를 봉행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도 이어져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모금된 피해지원 성금이 모금 석달도 안돼 3억원을 돌파하고 각지 불자들과 사찰에서 보낸 물품은 팽목항 현지로 답지했다. 이 자리에는 아들 세호 군을 잃은 아버지 제삼열 씨 등 유가족이 참석해 먼저 보낸 자식을 보내는 편지를 읽어 스님들 마저 눈물 짓게 했다. 총무원장 스님, 불자, 일반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참사가 일어난 뒤 처음 열린 추모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유가족도 30명이 참석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이 역시 참사가 일어난 뒤 보여준 불교계의 정성과 진심이 보여준 결과였다. 

미리 계획하지 않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전국의 사찰과 불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은 제33대 집행부 4년과 그 후 일관되게 이어온 사회와 교감하는 종단의 행보 덕분이었다. 조계종의 발빠른 대처는 지난 몇 년 간 쌓은 경험 덕분이었다. 참사 발생 다음 날부터 긴급재난구호 활동에 들어간 종단은 조계종 총무원과 교구본사, 진도불교사암연합회, 사회복지재단 등 불교계 모든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과 쌍계사 주지 진현스님 등 진도사암연합회 스님들과 지역 불교계 복지관과 자원봉사로 참여한 비구니 스님들은 진도군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법당을 마련해 불교계 구호활동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고, 이를 중심으로 백양사,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 등 전남지역 교구본사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동참했다. 진제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현지를 방문하며 세월호 참사 해결에 관심을 가졌으며, 전국에서 많은 스님들이 릴레이 기도와 자원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자비행을 펼쳤다. 불교계의 구호활동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던 실종자,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에 큰 힘이 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교계의 긴급구호활동과 노력은 한국불교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불교계는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사회와 소통했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는 생명평화 1000일 정진과 세월호 참회 발원 기도를 통한 국민적 의식 전환을 꾀하기도 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약속할게요’를 내걸고 12시간 릴레이 기도와 12시간 자율정진으로 진행된 기도 외에 화쟁코리아는 100일 순례단을 조직해 ‘세월호 참사, 참회와 서원의 기도’를 전국을 순회하며 올렸다. 총무원장 스님은 5월18일 전국을 돌며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을 직접 찾아 격려하고 화쟁적 시각에서 사회갈등의 대안을 마련하는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특히 세월호 침몰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회 발원 기도와 생명평화 1000일 정진은 이 해 12월22일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종단은 현지 자원봉사, 유가족 위로, 희생자 천도재, 성금과 물품 등 물질적 후원 등 다양한 지원과 함께 종교 본연의 기능인 치유와 화해를 위한 기도와 순례도 잊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종단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근본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정부 차원 진상규명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모든 사고에는 원인이 있는 법. 그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고 방지하지 않는 한 사고는 재발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진상을 밝힌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정부 차원으로 책임 추궁이 이어질까 두려워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지지 단체들을 동원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단체를 탄압하고 심지어 조롱하기 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용산’이 금기였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월호’가 금기였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명박 정부 아래 용산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구속자 사면을 요구했 듯 세월호 진상규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총무원을 방문하는 정치권 인사를 만날 때 마다 정치권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중앙 집행부는 총무원장 스님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섰다. 

정부까지 움직인 진정성

불교계의 이같은 정성과 헌신에 감동받은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은 인터뷰나 개인적 소회를 통해 불교계와 조계종단 그리고 총무원장 스님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나아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도 총무원장 스님이 나서줄 것을 간청하는 등 종단에 대한 유가족들의 기대와 의지는 더 커져갔다. 총무원장 스님과 종단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진심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나섰는지는 유가족 대표를 통해 잘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대변인 유경근 씨는 이 해 7월 기독교 매체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요청하자마자 곧바로 총무원장 스님과 만나게 해주었으며 총무원장 스님은 면담 자리에서 국회 방문을 통한 정치권 협력 등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불교계가 세월호를 마주하는 자세는 세월호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청와대 마저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 달 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상처를 불자들과 함께 나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며,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뼈아픈 통찰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수많은 국난을 이겨내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불교는 우리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온 만큼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다시 한번 큰 역할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이 순간 박 대통령은 세월호를 진정 아파하고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갖고 있었다. 그 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당일 날 자신의 행적을 감추려하며 반대하는 측을 탄압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이 총무원장 스님 등 불교 지도자들의 고언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불교신문3328호/2017년9월9일자]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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