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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픔 함께 하고 해결 나서다] 조계사로 찾아온 노동자들‘현대판 소도’로 국민에게 각인 

화쟁정신으로 중재 자임 
모두 원하는 결과 맺어  

조계사에서 염주를 꿰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조계사는 밀려드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었다.

종단이 사회로 나아가자 고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종단을 찾아왔다. 종단 총본산이 현대판 ‘소도’가 됐다. 공공부문 반사기업화 저지 및 철도노조 파업을 벌이던 철도노조 박태만 부위원장이 2013년 12월24일 조계사로 피신했다. 이에 종단 노동위원회는 이들을 보호하면서 긴급임시회를 소집하고 총무원에 ‘화쟁의 지혜로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노동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했다. 최근 문서를 통해 드러났듯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협조하지 않는 문화 종교 인사들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가했다.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불가피한 종단이 철도 민영화라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노조 간부들을 숨겨주고 그들의 입장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으니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였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종단은 사회 약자 보호라는 원칙 아래 정부와 맞서는 상황도 불사했다. 그러나 결과는 피신자, 정부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끝났다. 물리력을 통한 탄압이나 강압이 아닌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안아주자 경찰에 자진 출두하며 평화롭게 매듭지어졌다. 자진 출두 70일 뒤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박태만 부위원장은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하고 불교계 중재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1년 뒤 2015년 11월16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해 왔다. 한상균 위원장의 피신은 철도노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사회적 파급력이 컸다. 그 역시 신변보호 및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우리 사회 갈등을 중립적 위치에서 들어주고 조정하는 유일한 곳이 종단의 화쟁위원회임을 모두가 인정한 것이다. 

물론 신뢰를 갖기 까지는 용산에서부터 시작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 진정을 사회가 알아주었다. 또 있다. 그 전에도 노조 간부가 조계사로 피신했지만 그 당시는 단순 피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중재자가 되기 위해서는 양측으로부터 신뢰와 더불어 힘을 가져야한다. 그 힘은 원칙을 준수하고 타협하지 않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래서 중재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온갖 외압과 비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난을 감수해야 한다. 화쟁위는 논의 끝에 중재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에 체류하면서 장기간 지속될 때 부담이 더하는데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불교계가 무슨 자격으로 중재자를 자처하냐며 정부의 공권력 집행을 요구했다. 보수언론의 주장이 옳았다. 일개 민간단체인 불교계가 중재할 권한이 없다. 어느 누구도 부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한상균 위원장은 범법자였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빚은 책임자로 몰려 곤혹스러운데다 진압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이 사경에 빠져 자칫 정권이 위협받는 지경이었다. 공권력이 들어오면 종단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종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스님과 종무원들이 경찰과 대치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며 “경찰과 민노총 모두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달라”고 호소하며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원장 스님의 단호한 의지 표명에 정부는 공권력 행사를 중단했다. 약자를 따뜻이 끌어안는 보살심과 공권력의 권위를 인정하되 남용을 경계하는 종교지도자의 확고한 원칙은 국가 물리력을 무력화 시켰다. 아무도 주어주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그같은 지도자를 향해 신뢰를 보냈다. 물리력 보다 더 강한 힘이었다. 원장 스님의 입장 표명 후 한상균 위원장도 자진출두했다. 그는 구속돼 지금까지 영어의 몸이다. 물론 그의 사면을 공식 요청하는 등 아직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불교신문3328호/2017년9월9일자]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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