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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쉬지 않고 이어진 자비 행보] 사람이 사는 곳에 종단이 있었다

수시로 사회적 약자 찾아 위로
취임 이후 매달 복지시설 방문
8년간 74회 걸쳐 ‘자비 실천’ 

총무원장 스님은 임기 8년 동안 매월 어려운 곳을 찾아 따뜻하게 손을 잡고 함께 울고 웃었다. 연말에 소외 이웃을 찾아 쌀 포대를 나르는 총무원장 스님 모습.

지난 7월19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서울 답십리청소년독서실을 찾았다. 그 시설은 희귀 난치병인 비스코트 올드리치 증후군을 앓는 최세림(14세) 군의 누나와 형이 다니는 독서실이었다. 최 군의 어머니 조상희 씨가 대신 스님을 맞이했다. 최 군은 작은 감염에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외출이 쉽지 않아 손님이 찾아갈 수 없었다.

세 살 때부터 난치병으로 치료중이라는 말을 들은 총무원장 스님은 최 군의 어머니에게 염주를 풀어 건넸다. “제가 늘 기도하는 염주인데, 기도 많이 하시고 힘내세요.” 진심이 담긴 원장 스님의 위로에 조상희 씨는 눈물을 터트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2009년 취임 이후 매달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는 행보를 이어왔다. 첫 방문지는 용산참사 현장이었다. 2009년 1월 이명박 정권 초기, 용산 재개발 과정에서 “적은 보상금으로 갈 곳이 없다”며 생존권을 지키려던 사람들을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6명이 화재로 인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후 장기간에 걸친 농성이 펼쳐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취임 후 첫 대외 활동으로 그 현장을 찾았다. 20여 분간 머물면서 고인들을 천도한 스님의 행보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이를 시작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스님의 발걸음은 다양하게 이어졌다. 서호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급식 봉사를 하고, 프랑스 박물관 지하 창고에 있던 ‘직지’를 찾아낸 박병선 박사를 위로 방문했다. 당시 박 박사는 수원의 한 병원에서 외롭게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자 민간인 분향소를 찾아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2010. 11)하고, 안성 하나원을 찾아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축원(2011. 3)을 올리기도 했다. 겨울을 앞두고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을 찾아 직접 연탄을 배달하며 주민들을 위로(2010. 11)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불교 복지시설만 찾은 것은 아니다. 종교를 가리지 않고, 위로와 후원이 필요한 곳이면 발길을 디뎠다. 2010년 5월에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스님이 찾은 곳은 구세군 서울후생원이었다. 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독교계에서 운영하는 은평천사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위로하는가 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천주교 성가정입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종교, 정치, 문화, 이념 대립을 넘어 차별없는 자비를 강조한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시설 방문 중 눈에 띄는 곳 중 한곳이 삼정학교(구 삼흥학교)다.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기숙형 대안학교로, 50여 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삼정학교가 보증금이 없어 폐교 위기에 몰렸다. 이 소식을 들은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탈북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식량난과 경제난을 피해 한국에 왔는데, 이곳에서 또다시 경제적 아픔을 겪어서 되겠느냐”며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과 함께 모연활동을 펼쳐 1억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을 마련해 전달했다. 이후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몇 명의 학생들에게 학비를 보조하는 등 지속적으로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매달 한차례 갖는 시설방문에 있어 ‘사회적인 아픔’의 현장을 찾는 일도 많았다. 구미 불산누출 피해주민을 방문(2012. 10)하고, 한센병의 아픔이 아직 남아 있는 소록도(2011. 12)를 찾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달, 스님은 팽목항에서 유가족의 손을 잡았다. 또 지난 6월에는 해고 철회를 요구하면 장기간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을 찾아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장애등급폐지를 주장하면 농성중인 현장(2017.1)을 찾아 그들의 주장을 듣는 시간도 있었다. 

2015년 10월 총무원장 스님의 발길은 영등포 쪽방촌으로 향했다. 한명이 겨우 생활할 정도의 공간에서 추위와 싸우며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탄과 김치를 전달했다. 수년간 지속적인 원장 스님의 자비나눔 행보에 감동을 받은 청년들과 불자들은 ‘아이연탄맨’ 캠페인을 펼쳤다. 루게릭병 환자를 지원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착안한 릴레이 모금 캠페인으로, 2014년에 원장 스님을 비롯해 300여 명이 참여해 1000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 기금은 정릉3동의 장애인ㆍ한부모ㆍ독거노인ㆍ기초생활수급자 등 83가구의 연탄지원에 사용됐다.

나눔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룩한 행위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일제 압박과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급속한 경제성장에 치중해 왔다. 그 와중에 ‘나눔’이라는 우리 민족 고유의 가치를 잃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임기 8년동안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외로운 곳’을 찾아 자비와 보시를 베풀며 나눔의 가치를 환기 시켰다.

“긴긴 세월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기를 바라며 그 희망의 끈에 힘을 보태겠다.”(2017. 6월 KTX 여승무원 방문시)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이 한마디 말에서 “왜 사회 지도층이 사회의 외롭고 힘든 곳을 찾아야 하는지” 이유가 들어있다.

[불교신문3328호/2017년9월9일자]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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