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빈곤층, 갈등 문제 언급하며
해결 방안 찾아 직접 실천에 나서
어린이ㆍ청소년 포교 권장하며
미래를 위한 불교의 역할 ‘당부’ 

총무원장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이나 신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밝고 건강하며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발원하며 국민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를 몸소 실천에 옮겼다. 사진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불자대상 수상자들과 함께 한 총무원장 스님.

지도자의 한마디가 사회나 단체에 주는 울림이 다르다. 사회의 곳곳을 보는 깊은 안목과 지도자가 이끄는 단체의 활동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종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의 메시지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회자된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8년간 여러 행사에 참여해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으며, 신년 인사를 통해, 때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입장을 내놓았다. 그 메시지를 통해 총무원장 스님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불교와 우리 사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한 메시지는 곧 불자들에게 전하는 법어이고, 가르침이기도 하다.

촛불 혁명으로 일컫는,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능한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은 단순히 몇몇 언론의 ‘최순실 사태’ 보도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쌓인 사회적 문제와 불만이 총체적으로 폭발한 결과였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2016년 초 발표된 신년사를 보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불교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당신의 정각에만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깨달은 존재로 살아가도록 고통받는 중생을 향해 쉼 없이 걸으시며 팔만사천법문을 펼쳐 드셨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바른 생각을 통해 바르게 개척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각성이자, 희망의 시작이었습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신년사에서 헬조선이 유행하며, 청년 실업문제, 계층간 격차 심화 등 당시 상황을 지적하고 “우리 스스로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가르침을 신년사에 담았다. 총무원장 스님은 또 갈등과 빈곤이 증가를 해결할 불교계의 역할에 대해 “노동위원회와 화쟁위원회를 통한 사회참여”를 제시했다. 노동위원회를 사회노동위원회로 확대하고, 환경 노동 인권 종교평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화쟁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서겠다며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또 사부대중 100인 공사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도입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도심 사찰에서 햇빛발전소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천명한 내용도 첨가됐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으면 우리나라에 큰 재앙이 야기된다는 문제인식을 담은 메시지였다.

이러한 견해는 현 정부 들어 추진하는 정책과도 괘를 같이하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던 원전 건립이 중단되고, ‘대중적 논의 후 원자력발전 공사 여부 결정’이라는 정책이 진행 중에 있다. 집단 지성의 힘을 믿고 따르는 불교의 대중공의 방식을 사회에서도 이제 곳곳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취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본말사 주지 스님, 불교단체에 제시한 내용의 하나는 ‘어린이 청소년 포교 활성화’ 과제였다. 이는 단순한 관심에 따른 요청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불자가 크게 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분석의 결과였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에서 발표한 종교분포 조사에서 ‘불자 300만명 감소’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불교계는 받아들어야 했다. 이런 결과는 일이년 사이에 발생한 결과가 아니라, 10년 넘은 시간동안 쌓인 결과였다.

총무원장 스님은 취임 초부터 “십수년 후 불자의 감소가 우려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 대안의 하나가 어린이포교였다. 신임 교구본사 주지 취임때나 직할교구 주지 임명장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늘 “어린이 법회를 열어 달라. 청소년 포교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매년 발표하는 신년사에서도 이런 관심과 정책방향이 잘 제시돼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미래세대위원회 결성과 역할을 제시한 바 있다.

“직할교구의 경우 지난 5년간 재정, 전법, 어린이 청소년 포교, 복지 분야에 대한 평가제도 시행으로 인해 복지와 어린이청소년 전법에 괄목할 성과를 이뤘습니다. 올해는 5개 이상의 교구가 이를 제도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2016 신년사)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청소년 내꿈 찾기 사업을 전개하겠습니다”(2012년)

“대학생 청년 포교를 활성화하여 불자인재 양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2010년)

이런 의지의 실천으로 총무원장 스님은 취임 이후 5년간 전국불교청년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격려사를 하며, 포교 일선에 청년들이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신년사 서두는 사회에 대한 아픔을 어루만지는데서 시작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용산 참사’가 발생하자 이런 행보는 자칫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 소지도 있지만, 총무원장 스님은 “종교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가족의 곁에서 그들을 돕는 것도 불교계가 유일하다. 이런 마음을 신년사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일제 강점 100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4ㆍ19 민주혁명 50주년, 광주민주화운동과 10ㆍ27법난 30주년은 잊지못할 아픈 기억입니다…진보와 보수, 노와 사, 남과 북, 정부와 NGO 등 각종 사회적 이견과 갈등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정신으로 화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2010년 신년사)

“종단적으로는 지난 반세기 사회와 역사, 그리고 국민의 아픔을 올곧게 보듬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한국불교 중흥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중요한 해이며, 사회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희망찬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2012년 신년사)

“세계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국민의 삶도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 최고의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 종단은 고통의 바다에서 중생을 모두 건지겠다는 대승보살의 서원처럼 현재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을 찾아 행하겠습니다. 실직가장, 장애인,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특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강화해서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2013년 신년사)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은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은 소외된 이웃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2014년 4월에 발생된 세월호 참사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많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을 주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의 사회문제로 남아 있습니다.”(2015년 신년사)

국가와 마찬가지로 지도자의 임기를 평가할 때면 공과(功過)를 보게 된다. 역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종단의 역사를 보면 혼란속에 짧은 임기를 수행하면서 ‘내부의 안정에 치중해야만 했던’ 경우가 다반사였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안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종단은 비로소 대사회적 역할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과거 불교계 위상이 낮을 때는 “총무원 부장 스님이 문체부 과장을 만나기 위해 달려갔다”는 말이 회자됐다. 하지만 1994년 이후 불교계를 보는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옛말이 됐다. 이후 총무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불교는 사회복지, 환경문제 등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여기에 더해 자승스님은 “사회의 약자를 돌보고 감싸는 불교”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다. 특히 자승스님이 총무원장으로 활동한 시기가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이었지만 ‘정권 눈치보기’에 주저하지 않고 기회가 되는대로 그들을 향해 낮게 다가섰다.

신년사에는 한해동안 종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지난 8년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제시한 내용은 “소외된 사람과 함께 하겠다,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문화유산 보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은” 지난 8년의 행보를 신년 메시지를 통해 읽을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사 속에는

본래 참된 인간 본성 신뢰 담겨 

“주인공으로 살라…나눔 실천하자…화합하자”

부처님께서 이 땅에 나투신 것을 찬탄하는 부처님오신날. 이 날을 앞두고 불교계 주요 지도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자는 가르침을 담아 메시지를 발표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매년 봉축사를 통해 “무엇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어떻게 이를 실천해야 하는가” 방향을 제시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번의 봉축사를 모아 공통된 주제를 들여다봤다. “첫째 주인공으로 살라. 둘째 나눔을 실천하자. 셋째 화합하자.” 원장스님이 내놓은 공통된 메시지다.

“구름이 겹으로 가려도 태양은 반드시 출현하듯이 어둠 속에서도 지혜구슬은 빛나기 마련입니다…다름의 천태만상 속에서 같음의 공유면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고 백가쟁명 속에서도 원융화쟁의 도리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나눔의 강물이 사해로 흐르고 흘러 소외된 이웃이 없으니 동포와 다문화가정이 모두 일가를 이룹니다.”(2010년 봉축사)

부처님오신날 불자와 대국민에게 전하는 총무원장 스님의 메시지는 이런 기조를 잃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분열과 갈등을 겪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원효스님의 원융화쟁 사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당시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재직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무리한 4대강 공사, 안정성 논란을 뒤로한 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격론, ‘일베’로 지칭되는 극우적 사고를 가진 세력의 대두, 위안부 피해자는 빠진 한일위안부 협의, 사드의 기습적 배치까지 국민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됐다. 총무원장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메시지에서 이런 현실을 극복해야 하며, 그 길을 불교가 같이 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은 무엇일까. 화쟁사상을 통한 화합이 철학적, 추상적이라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자는 메시지는 구체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분열과 갈등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아픔이 없는 사회,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기도 합니다…사회의 온갖 갈등과 남북의 대립, 어려운 국가의 상황도 부처님의 마음으로 풀어나가면 국민의 행복과 국토의 안녕, 지구촌 공동체의 평화로 바꿀 수 있습니다.”(2017년 봉축사)

가정과 일터, 거리와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이들 모두를 부처로 대하는 길이 바로 우리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길이라는 제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왜 이 시대에도 유효하고,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주장과 모습을 인정하는 나라다. 남을 이해하는 잣대를 나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민족, 가문, 충효를 강조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의식은 5000년 역사를 만들고 지키는 사상적 토대가 됐지만, 때로는 나와 다른 가치를 적대시하는 경향을 유발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 해결방법은 모든 존재를 부처로 바라보는 ‘주인공’ 인식의 회복이다. 총무원장 스님은 “차별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 모든 갈등과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부처님오신날 봉축사를 통해 볼 수 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봉축사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그 내용에 맞춰 장애인을, 해고당한 노동자를, 문화예술인을, 성소수자를,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초대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가르침은 공허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담은 행보였다.

[불교신문3328호/2017년9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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