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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타협으로 갈등해결] 화쟁위 대중공사 성과는…소통과 화합으로 대중 공의 모으다

 

자비와 화쟁 기조 내세워
반대파도 만나 대화하며
추대 아닌 추대로 이끌어

인사문제 갈등 폭력적 방식
과거에는 종단 불안 요소 
현 집행부는 화쟁위 만들어

찬반 양측 인사 모두 한 자리
객관적 자료 놓고 의견 개진
합리적 해결 방안 만들어 

총무원장 스님은 늘 대중과 함께하며 대중의 의견을 경청했다. ‘세월호 1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써진 글귀를 들고 스님·재가자들과 걷기명상을 하고 있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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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4대 집행부의 또 다른 키워드는 ‘소통’이다. 제33대 집행부의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 제34대 집행부는 ‘자비와 화쟁으로 함께 하는 불교’를 발원했다. 이 모두 소통과 화합의 종단 운영을 천명한 것이다. 

소통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다. 갈등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다. 심지어 부처님을 해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으려는 제자도 있었다.(데바닷타) 이처럼 갈등은 도덕적 수준이 높은 종교집단에서도 발생할 정도로 보편적 현상이다. 문제는 갈등을 푸는 방식이다. 구성원들의 도덕적 지적 수준이 낮거나, 갈등을 해결할 보편적 규율이 느슨하거나, 구성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리더가 부재한 경우, 갈등은 대개 폭력적 방식으로 표출된다. 한때 우리 종단이 폭력에 자주 노출된 까닭도 이러한 몇 가지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단에서 폭력이 사라진 것은 1998년 이후다. 종단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부분은 인사였다. 1980년대 이후 사회 문제화 됐던 월정사 불국사 신흥사 등에서 발생한 폭력은 모두 주지 임명과 관련해서 일어났다.  

4대강 갈등의 현장인 상주 낙단보 마애불을 찾은 총무원장 스님.

 물리력 동원 구습 해소

선거와 인사에서 벌어지던 폭력이 사라진 것은 법률로 선거 절차 방식 자격 요건을 분명하게 규정하면서다. 근대적 성문법이 도입되면서 폭력이 사라진 것이다. 주지 인사에서는 징계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주지 직을 박탈할 수 없도록 안정성을 꾀하고 총무원장은 품신 후 ‘즉각’ 임명토록 강제했다. 총무원장도 자격과 선출절차를 명문화하자 적어도 물리력을 동원한 폭력은 사라졌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이기는 ‘게임’은 어쨌든 불만의 여지를 차단시켰다. 1994년 절차가 마련된 후 1998년에 한 차례 소동은 있었지만 이는 제도가 정착돼 가는 과정에서 겪는 아노미였다. 이후 20년간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선거 기간에는 문제가 없는데 선거 전후, 갈등이 상시로 생겼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교구본사주지를 포함한 교구 선거인단 240명이 참여하는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받는 후보가 이기는 선거규칙은 총무원장 임기 내내 종회와 교구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갈등을 야기했다. 강력한 권한을 지닌 총무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종회 권한을 강화해 민주적인 종단을 만들었는데 이 종회가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종단은 혼란을 거듭하게 된 것이다. 국회의 교섭단체처럼 종회는 종책모임을 만들어 여야 행세를 했다. 종회 의원수를 많이 확보하는 측이 종립학교관리위원과 간선직 종회의원을 선출하는 간선위원을 많이 가져가고 이는 다시 동국대 이사, 자파 종회의원 확보 등으로 이어졌다. 종회의원 수가 많으면 다음 총무원장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총무원장을 배출하는 측에서는 본사 주지 선거에 유리해져 다시 다음 선거에 우위를 확보하는 순환이 거듭됐다. 종단이 연일 ‘종회 정치’로 시끄러웠다. 관심은 온통 인사에 쏠리고 필요한 법률 제·개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악순환은 간선제가 낳은 폐해였다. 81명의 종회의원이 몇 그룹으로 나눠 단합을 하자 종단은 좀처럼 운신을 할 수 없었다. 본사주지를 비롯한 다른 부문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길이 차단됐다. 몇 명의 종회의원을 확보하느냐가 종단 인사 특히 동국대 이사 선출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종단현안 대화와 양보로…

이를 해결할 길은 다시 강력한 총무원장 체제로 돌아가거나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제도의 도입 뿐이었다. 1994년 종단개혁 후 나타난 종단의 갈등 양상. 중앙종회에 과도하게 몰린 권한과 이로 인한 분쟁을 어떻게 풀 것인가,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표출되는 분열을 어떻게 화합으로 이끌 것인가는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이전 집행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종회 시스템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 정대스님은 신청사 건립, 중앙승가대 학사이전, 바닥난 종단재정 확충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이를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법장스님은 사회 문제를 종단 주요 현안으로 삼은 첫 번 째 집행부였다. 초기부터 환경 문제, 박물관 후속 처리에 매달린데다 종회 세력 분포가 비슷해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지관스님은 종단 구조나 법 체계 보다 승려의식 개조 등에 관심을 두었다. 

제33대 집행부는 종회 종책 모임이 중심이 된 경직된 구조와 간선제의 폐해를 극복해야하는 열망 속에서 탄생했다. 33대 집행부는 선거 과정부터 이전 집행부와는 전혀 달랐다. 형식은 경선이었지만 사실상 추대 분위기 속에 당선됐다.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경선 아닌 경선을 했다. 이는 후보로 출마한 자승스님이 갖고 있는 원력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지하지 않는 스님들까지 찾아가 의견을 구하고 결국 지지를 끌어냈다. 대화와 양보가 추대로 선거를 만든 것이다. 이는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추대와 다름없는 선거를 치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종단 안팎의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기구인 화쟁위원회 출범식.

 토론을 통한 갈등 중재 

총무원장 스님의 이같은 기조는 이후 종단 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총무원장 스님은 갈등이 생기면 행정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이해당사자와 중재자들을 초청해 서로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조직이 화쟁위원회다. 화쟁위원회는 봉은사 직영과 관련된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출범했다. 화쟁위원회를 통해 봉은사 직영 문제를 해결한 것은 우리 종단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종단은 인사 문제를 양보 화합으로 푼 적이 없다. 총무원장은 인사 문제에서 물러나거나 주저하면 영이 서지 않는다고 여겼다. 몇 번 말로 해서 듣지 않으면 물리력을 동원하곤 했다. 혹은 적당히 타협했다. 그런데 봉은사 직영 문제를 놓고 총무원장 스님과 집행부는 ‘화쟁위원회’라는 대화 기구를 만들어 타협 조정을 위임했다. 화쟁위원회에는 집행부와 봉은사 그리고 중재자까지 모두 참여했다. 여기서 직영의 필요성을 차근차근 따졌다. 총무원장과 집권여당 결탁설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지만 화쟁위원회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은 지켜졌다. 대화와 설득 자료를 놓고 벌이는 토론을 통해 도출된 결론, 종단사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다. 집행부는 이 원칙을 지난 8년 간 여러 종단 현안을 다룰 때마다 적용했다. 2015년 서의현스님의 사면 복권이 종단 문제로 비화했을 때도 사부대중 대중공사를 통해 모든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치고 합의안을 도출했다. 의현스님 사면 반대 측에서는 집회를 개최하며 집행부를 압박했지만 사부대중대중공사에 이 안건이 올라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집회 등 물리력과 세력 동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관행이 대화 토론 설득 등 불교법으로 전환된 것이다. 

 사부대중 논의 기구 정착

화쟁위원회는 이후 4대강 문제,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제주해군기지 등 우리 사회 가장 첨예한 갈등 사안과 봉은사 문제와 같은 불교 내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을 향한 의미 있는 시도를 계속하여 왔다. 화쟁위원회는 또 종교간 화합을 위해 불교가 먼저 타종교에 대해 문을 여는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 선언’을 준비했다. 다종교 환경인 우리 사회의 종교간 갈등을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선언적 의미로 추진한 종교인 선언에 대해 언론과 시민사회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지만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내용’에 대한 종단 내부 이견에다 다른 종교가 불교의 파격적인 선언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아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불교의 열린 자세, 다른 종교를 포용하는 혜량이 드러나고 종교간 화합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큰 자산으로 남았다. 화쟁위원회를 통한 갈등 해결 방식은 이후 제34대에서는 사부대중공사 등 우리 종단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풀어가는 주요한 통로로 확산 강화된다. 

종단의 행정 입법 사법의 주요 소임자들이 타 종단을 방문해 모범사례를 함께 논의한 것이나,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교구본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주요 소임자 워크숍,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등 사부대중이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소통을 시작한 것은 이전과는 매우 다른 소통 방식이었다. 기존의 대의기관인 중앙종회의 일상적인 논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종회 역시 이러한 집행부의 소통 노력에 부응해 사부대중공사에서 논의된 각종 사안을 적극적으로 함께 받아들여 논의했다. 각종 법안 처리 및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활동을 강화해 사부대중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이는 다음 집행부를 통해서도 더욱 확대될 것이며 종단의 민주적 의사 결정 역시 대중공의를 통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종도들은 종단 주요 현안에 대해 참여하고 직접 발언할 기회를 더욱 많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34대 집행부는 2017년 기존 결사본부와 불교사회연구소의 기능에 종책개발위원회, 미래세대 위원회의 기능을 추가하여 백년대계본부를 발족하고 종단 미래 정책과 관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34대 집행부의 성과인 ‘사부대중공사’는 대중공의의 전통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지난 8년 종무행정에 대한 총무원장 스님 소회 

지난 8월23일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국장 스님들과 종무원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제33·34대 집행부 평가회가 열렸다. 평가회 말미에 총무원장 스님이 8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이다.

지난 8년간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일들을 함께 이뤄왔다. 중앙종무기관 뿐만 아니라 교구본사 중앙종회 등 우리 사부대중이 함께 힘써온 결과들이다. 많은 성과들은 모두 조계종 공동체를 함께 이루고 있는 사부대중에게 회향되어야 한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웃들에게 자비의 손길로 다가가야한다. 종책 과제의 작은 성취들에 만족하지 말고 제도하는 정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종단은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생존을 염려해야할 만큼 종단 안팎의 많은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종교 교리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전통문화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종단의 미래에 대해 많은 걱정이 들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종도 모두가 합심하여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성과는 성과대로 잘 갈무리하고 아쉬움은 반드시 남겨 가까운 미래에 꼭 이뤄낸다는 마음으로 종무에 임해 주시기 바란다. 이러한 세심한 점검과 보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명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소임자 모두가 서로 격려하며 차분하게 정리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불교신문3328호/2017년9월9일자]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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