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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두움 드러낸 옴니버스 소설

하루코의 봄

유응오 지음/ 실천문학사

지난 200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연화와 운문양’으로 등단한 유응오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하루코의 봄>으로 사부대중 앞에 나섰다.

유응오 작가는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서도 당선돼 당시 심사위원으로부터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강력하고, 하이틴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는 에너제틱한 모습이 돋보였다”는 평을 들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도 패기 있으면서도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퇴물 호스트들이 여자들을 상대하는 유흥주점인 ‘아빠방’을 중심으로 모여든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사회 어두운 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속사포처럼 등장하는 가운데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 개별적으로는 하나의 단편소설이면서 전체적으로는 장편소설이 된다. 이러한 구성은 꽃과 꽃이 어우러져 꽃밭을 이루는 봄날 화원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딘가에 하나씩 중독돼 있는 소위 ‘루저’들이다. 또 본명이 아닌 별명이나 가명으로 불린다. 특히, 고아원에서 지어준 가명인 준수 대신 조직의 보스가 지어준 또 다른 가명을 쓰면서 살아가는 승룡의 모습은 한 번도 주인공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주변인의 초상이다. 또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를 읽으면서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높은 사랑이 있음을 깨닫는 떨이의 모습과 상처 입은 몸으로 찾아간 산사에서 무상스님으로부터 ‘향상일로(向上一路)’의 의미에 대해 듣는 승룡의 모습에서는 종교적인 숭고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락 끝에서 만났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 글은 젊은 날에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차려 올리는 그야말로 조촐한 술상”이라며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까이에 있지만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사라지는 취생몽사(醉生夢死)의 삶에서 내가 유일하게 깨어 있을 수 있는 길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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