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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물화 ‘진영’으로 만나는 100명의 선사들

진영에 깃든 선사의 삶과 사상

정안스님, 이용윤 지음 / 조계종출판사

문화재전문 스님과 재가자 만나
고승대덕 초상을 담아낸 불화

소개하고 쉽게 풀이한 책 펴내
그림 속 선사들 모습과 찬문

생전 행적이나 수행관 그려내
“법문하는 법석 함께 있는 듯”

전국의 천년고찰을 방문해 부처님을 참배할 때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것이 옛 스님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다. 바로 진영(眞影)이다. 이는 역대 조사들의 공덕을 기리며 후대의 스님들이 조성한 초상화로서, 문중의 제자들이나 불자들은 진영에 향 공양을 올리고, 기일(忌日)이면 진영 앞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진영이 국내외에서 널리 그려지고 있는 초상화와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진영은 초상화와 달리 불교계의 고승대덕을 그렸다는 대상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그림의 주인공을 얼마나 비슷하게 그렸냐보다는 대상의 정신과 사상을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가 중요했다는 것이 초상화와 가장 다른 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찬문(讚文)이다. 찬문은 진영의 주인공인 선사의 생전 인상이나 행적, 또는 사상이나 업적 등을 기록한 짧은 글이다. 이 글을 쓴 인물도 매우 다양한데, 진영의 주인공은 물론 선사의 제자이거나 잘 알고 지내던 문인, 사대부들도 포함된다. 조선 후기 문신인 추사 김정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진영에 나타나 있는 선사들의 모습이나 찬문에 기록된 행적 등을 살펴보면 진영의 주인공이 생전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떠한 정신으로 수행해 왔는지 그려 볼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역임한 정안스님이 최근 펴낸 <진영에 깃든 선사의 삶과 사상>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정안스님이 지난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불교신문에 연재한 ‘진영에 깃든 선사의 삶과 사상’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스님이 고승진영에 담긴 뜻(진영 찬)을 소개하고 진영 설명은 이용윤 총무원 문화부 문화재팀장이 맡았다.

이 책은 월지국에서 가야로 건너와 불교를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장유스님을 비롯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 속 대표 고승인 나옹스님, 벽송스님, 사명스님 등 고승 100여 명의 진영과 찬문을 소개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진영과 찬문을 소개한 책이 출간된 것도 오랜만이다. 더욱이 전국 사찰에 모셔져 있는 진영과 찬문을 모아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제와 해설을 집필한 저자들의 노력이 주목된다. “진영이란 글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영을 우러러보고 있으면 법문하는 법석에 함께 있는 것 같다”는 정안스님과 “2년이 넘는 시간동안 100여 분의 선사들을 찾아뵈면서 그분들이 남긴 투철한 수행정신과 자비 넘치는 삶에 물들었다”는 이용윤 팀장의 소회가 남다르게 들려온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역임한 정안스님이 이용윤 총무원 문화부 문화재팀장과 함께 진영의 가치를 재조명한 <진영에 깃든 선사의 삶과 사상>을 펴냈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보조 지눌스님의 진영.

여러 고승들의 진영 가운데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진영이 눈에 띈다. 조계총림 송광사에 모셔진 지눌스님의 진영은 다른 고승들과 함께 ‘순천 송광사 십육조사진영’이란 이름으로 보물 제1043호 지정돼 있다. 여기에 지눌스님의 제자 진각스님이 “드높은 자리는 대수미산으로(巍巍一座大須彌)/ 끝없는 풍파가 잠시도 아닌데(無限風波不暫)/ 널리 광명을 놓아 청명한 날(放普光明淸淨日)/ 먼저 동토를 비추어 혼미함을 깨웠네(照先東土破昏迷)”라며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찬문도 있다. 진각스님은 지눌스님으로부터 간화선의 요체를 전수받고, 스승이 열반한 이후 법석을 이어받아 수선사의 종풍을 크게 일으켰다.

이와 더불어 조선후기 고승 오암 의민스님이 자신의 진영에 “형상은 본래 거짓, 그림자가 어찌 참모습이겠는가(形本是假 影豈爲真)/ 용모가 존재하나 용모가 아니고 몸을 떠나니 곧 몸이네(有相非相 離身即身)/ 멀리 와서 모습 알기 어렵고 갈 곳을 찾지만 인연이 없다(邈來難狀 覔去無因)/ 낱낱이 부인하고 누구를 볼거나(這箇不認 方見那人)”라고 직접 쓴 찬문도 눈여겨 볼만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에 얽매이지 말고, 참모습을 찾으라는 오암스님의 당부는 곧 불교가 지향하는 정신과도 연결되는 듯하다. 선사의 생전모습과 정신을 생생히 떠올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짧은 글일지라도 가치가 높다. 평소 모르고 지나친 여러 스님들의 진영에 한 번 더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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