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저(김진호, 47, 남)는 고2 딸과 중3 아들의 아빠입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하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가족들과 말도 잘하고 애교도 잘 부리는 귀여운 막내아들이었는데, 중2가 되면서 학교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밤늦게까지 게임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게임을 못하게 하려고 인터넷을 정지시키고 혼을 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를 없앴더니 pc방에 가서 살다시피 합니다. 가족들과는 눈도 안 마주치고 말투도 거칠어지면서 폭력적으로 바뀌는 것이 게임 때문인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가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진호씨 너무 심각하게 걱정하지 마세요. 진호씨 아들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게 게임은 단지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자연스러운 놀이입니다.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농구시합을 하는 것처럼 게임도 놀이의 하나인 것입니다. 진호씨가 아들 나이였을 때는 만화책 보는 것이 큰 유행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세요. 진호씨 부모님들도 만화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지만 진호씨가 아무런 문제없이 성장한 것처럼 아들도 그 과정을 겪고 있는 것뿐입니다. 진호씨가 선배의 입장에서 아들이 그 과정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버지의 입장이 아니라, 선배의 입장에서 아들을 바라보면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막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게임을 할 수 있는 요즈음 환경에서 극단적으로 막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지마’라고 하면 무조건 더 하려고 하는 반항심리가 있기 때문에 어른들 눈을 피해서라도 몰래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그 몰래하는 행동에 충동과 재미가 더해지면 그 때는 게임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마'라고 강압하기 보다는 아이가 게임에 대해 어떤 의미와 어떤 만족감을 느끼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님 잔소리를 피해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친한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피하려고 게임에 몰두하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진호씨가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이 염려스럽다면, 먼저 아들의 입장에서 가정과 학교, 친구 등 주변 환경부터 살펴보세요. 아들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할 때 진정으로 아들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아이들이 게임중독에서 쉽게 벗어날 뿐만 아니라, 자기조절능력이 커져서 게임에 잘 빠지지 않게 된다고 하니, 아들이 아빠를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들이 집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아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무엇이고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은 무엇인지, 아들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아들과 게임 시간을 정하되, 하루에 몇 시간이라고 하는 것보다 요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의 시간단위로 정하게 되면 많다, 적다, 약속시간이 지났다, 안 지났다 하면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하루 내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게임하도록 해주면 아들도 게임에 대한 갈증이 풀어지면서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도 생기고 약속을 지켰다는 성취감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평상시 생활 속에서는 아빠와 함께하는 야외활동을 많이 늘여서 아들이 게임에 대한 생각을 줄일 수 있도록 해주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을 많이 해 주십시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칭찬의 말을 많이 듣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잡아함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분노하지 않음으로 성냄을 이기고, 착한 마음으로 착하지 않은 것을 항복 받고, 꾸짖지 않고 사납지도 않아서, 언제나 자비로운 마음에 머무르면, 악한사람이 성내고 욕하더라도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자비로운 아빠의 칭찬은 아들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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