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준해야할 장로선림위 회의 두번째 무산…10일 다시 소집

"합법적 테두리 내 종단개혁 방안 논의 필요"
무리하게 결의한 집행부 책임론 불거질수도

전국선원수좌회가 의결한 전국승려대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1800여명의 수좌 가운데 60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무리하게 승려대회를 결의한 선원수좌회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선원수좌회 장로선림위원회(위원장 적명스님)는 9월5일 대구 청백당에서 회의를 열었으나 성원에 이르지 못해 전국승려대회 개최 인준에 실패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는 17명의 위원 가운데 위원장 적명스님(봉암사 수좌)과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 고불총림 방장 지선스님, 상무주암 수좌 현기스님 등 4명이 참석하고 집행부의 대표 의정스님과 의장 월암스님이 배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 형식으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간담회 직후 적명스님은 브리핑을 통해 “회의에 앞서 전국을 돌며 의견을 쭉 들어본 결과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열면 안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회의가 성원이 되더라도 승려대회 개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명스님은 “오늘 회의는 4명 밖에 참석하지 않아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대체하게 됐다”며 “9월10일 오후8시 장소를 정하지 않았지만 사찰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로선림위 회의는 지난 8월25일에 이어 이날까지 두 번째 무산됐다.

적명스님은 “승려대회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종단 개혁을 이룰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었다”며 “현 종단 상황의 책임이 특정한 사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모인 우리 어른들부터 수좌들에게 있다고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단에 만연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수좌들이 자기 개혁을 발판으로 해서 풀어 나가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보자고 했다”며 “수좌들이 먼저 선풍을 진작하고 올곧게 수행할 때 종단도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스님은 전화통화에서 "선원수좌회가 현 종단 상황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수좌들이 종단정치에 깊이 개입해선 안된다. 먼저 선풍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할 때 종단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승려대회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9월10일 열기로 한 회의도 성원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위원장 적명스님이 직접 전국을 돌며 일부 위원들을 만났는데도 4명 참석에 그친 것은 이미 승려대회에 대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장로선림위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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