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현안 대화추진위원회 ‘대화의 장’ 마련 호소

종단 현안 대화추진위원회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제2차 사부대중공사의 결의에 따라 만들어진 ‘종단현안 대화추진위원회’가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분열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자고 호소했다.

대화추진위원회는 오늘(9월6일) 조계종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동체적 관점에서 진실되고 평화로운 문제해결의 길을 열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종단 집행부와 이른바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단체들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의 자리를 제안했다.

위원회는 호소문에서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정의 개혁 청산이라는 명분의 불로, 총무원은 제도 화합 안정이라는 명분의 불로 서로를 불신하고 비난하고 있다”며 “대립하는 양측 모두 종단에 대한 깊은 사랑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허심탄회한 대화로 조계종단의 지난 8년을 성역 없이 말하고 들음으로써 함께 진실을 확인하자”며 “양쪽 모두 각자의 명분에 안주하지 말고, 용기 있게 대중공의의 광장으로 나와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호소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한편 대화추진위원회는 호소문 낭독을 마친 뒤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집행부와 단체들에 대화를 위한 제안문을 전달하고 각각의 입장을 따로 경청한 뒤 9월 중에 양측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마당을 열 예정이다.

단식투쟁을 하며 종단의 '적폐청산'을 주장해온 명진스님(제적)에 대해서도 "참여를 원한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호소문을 읽은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일단 멍석을 깔고 최대한 나오도록 하는 게 대화추진위원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양쪽 모두의 참여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화추진위원회는 ‘종단의 혼란과 분열 상황을 불교적이고 공동체적인 입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난 8월25일 제2차 사부대중공사의 결의에 따라 백년대계본부가 설치한 비상기구다. 종단 집행부 및 중앙종회의원을 제외한 백년대계본부 위원 23인으로 꾸려졌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진실된 대화의 장을 마련합시다!

- 종단현안 대화추진위원회가 사부대중과 시민들께 드리는 호소 -

 

우리 사부대중은 종단의 상황이 오늘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우리 스스로에게 무한책임이 있음을 깊이 성찰하고 참회하며, 소중한 전환의 길을 열어가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삼계화택의 불을 꺼야할 조계종단 공동체가 오랜 세월 스스로 쌓아온 폐단의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정의•개혁•청산이라는 명분의 불로, 총무원은 제도•화합•안정이라는 명분의 불로 서로를 불신하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대립하는 양측 모두 종단에 대한 깊은 사랑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더구나 이웃종교인과 시민사회까지 우리 공동체의 허물을 지적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허물임을 먼저 겸허히 고백하고 사죄드립니다.

비록 좋은 뜻이라 해도 상대를 부정하는 방식은 상대의 마음을 닫고 적대시하게 합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공동체가 피폐해지며 참된 희망의 길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점이야말로 한국사회는 물론이거니와 종단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이자 폐단이었습니다.

우리는 붓다의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여야 합니다. 붓다는 적으로 간주되는 상대조차 내가 곧 그대요, 그대가 곧 나임을 통찰하여 상대를 비난하거나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붓다는 ‘법에 의지하고 공동체에 의지’하여 문제를 다루라고 하였습니다. 싸움터 한복판으로 걸어들어 갈 때조차 내 편 네 편을 넘어 공동체적 관점에서 진실되고 평화로운 문제해결의 길을 열고자 혼신을 다했습니다.

종단의 집행부와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단체들 모두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지금 당장 편을 나누어 서로를 비난하는 일체의 행위를 삼가 주십시오. 분노와 억울함, 비난과 투쟁의 언어를 나로부터 걷어내고 진실과 평화의 언어로 바꾸어 주십시오. 상대를 더불어 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지금의 갈등을 공동체의 건강한 변화와 발전의 계기로 함께 만들어 갑시다.

지금이야말로 진실을 드러내고 지혜를 모으는 대화가 절실한 때입니다. 어떤 금기나 조건도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오니 부디 함께 하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허심탄회한 대화로 조계종단의 지난 8년을 성역 없이 말하고 들음으로써 함께 진실을 확인합시다. 그 진실에 근거하여 책임 있게 고치고, 채우고 만들어갑시다. 양쪽 모두 각자의 명분에 안주하지 말고, 용기있게 대중공의의 광장으로 나와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대단히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스럽습니다. 저희들은 사부대중 대중공사로부터 대화의 장 마련을 위임받은 취지를 잘 살려 미약하나마 온 힘을 다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공명정대하게 문제를 잘 다루어 종단과 세상 모두에 희망이 되는 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냉철하게 지켜봐 주시고, 깊은 애정으로 격려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17. 9. 6

종단현안 대화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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