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봉암사 대중에게 고함 -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진각스님

결제 중임에도 산문을 나와 지난 8월31일 보신각 촛불집회에 참여한 봉암사 수좌 스님들과 관련해  중앙종회의원 진각스님이 이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전문을 싣는다. 봉암사 안거 해제일은 9월5일이다.

봉암사 동구에 들어서면 우뚝 솟은 희양산은 결제를 임하여 걸망을 지고 발걸음을 옮기는 수좌들에게 다시 한번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에 충분하고 마애불이 굽어보시는 옥석대의 맑은 계곡은 번잡한 생각을 씻어 버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누구나 봉암사 선원을 거쳐간 수좌들이라면 봉암사하면 수려하면서도 힘차게 솟아 있는 희양산과 맑은 계곡을 떠 올리면서 언제나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의 고향같이 여겨지는 도량으로 생각할 것이다.

시비분별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모습에 '울분'  

그러나 작금에 이러한 맑은 기상으로 오롯이 정진하고자 찾아오는 수좌들을 올바르게 이끌지 못하고 결제 중에 두 차례나 대구로 서울로 결제대중을 움직여서 종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스님들에, 타종교인과 일부 사회단체 종사자까지 가담하여 종헌 종법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에 함께 휘말려서 시비분별의 장소에 내동댕이 쳐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에 울분을 감출 수가 없다. 

부처님 재세시부터 내려오는 안거(安居)의 정신으로 비추어 볼 때 구순안거 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세속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목숨 걸고 용맹정진으로 그 은혜를 갚으려고 하였으며, 그 뿐만 아니라 안거 중에 함께 정진하던 도반이 죽어나갔어도 윗목에 밀어 놓고 해제가 되어서야 다비를 치렀다는 이야기를 구참 스님들로부터 들었다. 

봉암사는 종립특별선원으로서 우리 종단이 내세우는 수좌들의 마지막 정신적인 보루이며 현재 안거하고 계시는 대중뿐만 아니라 우리 종도들의 사부대중이 아끼고 있는 도량이다. 사시사철 산문을 걸어 잠그고 일 년에 딱 한번 ‘부처님오신날’만 산문을 개방하였어도 스님들의 정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며 그 하루도 감사하게 여기는 자세인데 결제중에 그것도 두 번씩이나 스스로 산문을 따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는 것은 부화하는 병아리가 날짜가 다 되기전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형태나 다름이 없다. 어찌 병아리가 되겠는가?

"적명큰스님, 이제 그만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수좌 적명큰스님께서는 일찍이 봉암사 어른으로 모실 때 당신께서 조실이라는 자리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게 수좌의 위치에서 만족하시며 대중 스님들의 존경을 받으시면서 정진분위기를 이끌어 주시는 모습은 사부대중에게 저절로 공경하는 마음을 내게 하시었다. 그러나 대중의 수행을 책임져야 하실 어른께서 결제 중에 산문을 열고 시비분별 속에 대중 스님들을 몰아 넣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34대 총무원장선거에서도 당신께서 서울로 올라오셔서 정치적인 행보를 하셨다. 그 이후로 봉암사는 더욱 적명 수좌 스님 손에서 갈팡지팡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뿐이다. 선장이 지혜롭지 못하다면 당신 스스로 수좌자리를 내놓고 희양산을 떠나서야하며, 주지 스님도 대중 스님들께서 정진에 소홀함이 없도록 외호를 잘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중 스님들을 이끌고 산문을 나오게한 점에서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고작 7.5%...'승려대회'가 전체 수좌들의 뜻?

이번 하안거 결제대중이 약 2000명 남짓 안거를 하였다. ‘전국승려대회’ ‘범불교도대회’를 결의한 지난 8월31일 6차 촛불법회를 보면 스님들 약 150명, 일반인 약 300명 가량 모여서 마치 대단한 법회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제대중의 7.5%의 스님들이 모인 것으로 전체 수좌들이나 재가자들이 모두가 호응하는 것처럼 호도(糊塗)하지 말아야 한다. 몇몇 수좌회 대표 스님들도 전체 수좌들의 뜻인 양 대중을 선동하고 다니는데 봉암사를 아끼는 대다수 많은 수좌 스님들의 깊은 침묵의 함성을 들으시고 자중하여야 한다. 

불자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마지막 정신적인 고향으로 생각하고 희양산 봉암사 선원을 거쳐간 많은 수좌들과 종회의원 스님들도 저와 같은 심정으로 봉암사가 영구히 청정수행가풍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며 언제고 다시 돌아가 수행자로 재무장할 도량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앙종회의원 진각스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