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이중표 지음/ 불광출판사

초기경전 연구하는 대표학자
‘니까야’ 통해 ‘반야심경’ 해석
대중강연 정리해 책으로 엮어

다양한 한역본 비교분석 눈길
“초기불교, 소승 폄하 안타까워
대승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아“

불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대승경전인 <반야심경>을 초기경전 <니까야>를 통해 해석한 책이 나왔다. 초기불교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대표적인 불교학자인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펴낸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원불교문화대학에서 진행한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이란 주제의 강의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방대한 분량의 반야부경전(般若部經典)의 핵심을 간추린 가장 짧은 경전인 <반야심경>은 구마라집과 현장 법사 등이 저술한 다양한 한역이 존재하고 있다. 반야부경전에 속하는 <팔천송반야경>, <이만오천송반야경>, <금강경> 등 수백 여 권에 이르는 대승의 주용 경전이 포함돼 있다. <반야심경>의 반야(般若)는 지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새로운 부처님을 낳는’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불모경’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중국은 물론 한국도 한문으로 된 <반야심경>을 주로 독송해 왔다. 길지 않은 분량에 불교의 가르침의 요지를 담고 있어 오랜 기간 불자들이 가장 가깝게 여기는 경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문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현대인들에 한문 <반야심경>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조계종은 지난 2011년 10월 조계사 대웅전에서 ‘종단 표준의례 한글반야심경 봉정식’을 봉행한 후 한글 <반야심경>을 보급하고 있다.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초기경전인 <니까야>를 통해 <반야심경>의 원류를 찾아 해석한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를 최근 펴냈다. 사진은 국보 제32호인 해인사 소장 팔만대장경 가운데 하나인 <반야심경> 경판.

이중표 교수는 “매우 짧은 경전이지만 불교의 핵심을 이야기한 경으로서 나와 세계의 실상을 깨달아 행복을 얻는 길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불경이지만 그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책의 저술배경을 설명했다. 이중표 교수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언어들이 부처님 생전의 초기경전인 <니까야>와 <아함경>에서 사용한 언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 <반야심경>에 들어 있는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니까야>와 <아함경>에서 어떤 뜻으로 사용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초기불교의 눈으로 대승경전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교수는 “초기경전에서 <반야심경>을 살펴보면 결코 난해하거나 신비한 내용의 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반야심경>에서 우리 자신의 참모습과 행복한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의 한역 경전에 나오는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정확한 뜻을 모른 채 그저 ‘글자’만 낭송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色)을 물질, 공(空)을 비어있음이나 없음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색즉시공(色卽是空)을 ‘물질은 비어있다’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사실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면서 “초기경전의 시각을 통해야 바로 알수 있다”고 지적했다. 난해한 표현을 제대로 잘려면 <니까야>에서 어떤 의미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이중표 교수의 지론이다.

그동안 초기불교는 대승불교 운동가들에 의해 개인의 깨달음만을 중시하는 가르침이라며 소승불교로 폄하돼 왔다. 대승불교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었으며, 최근 들어 초기불교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학계에서도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공통점과 근원을 모색하는 연구방법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대승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기경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에는 기존에 있는 8종류의 <반야심경> 한역본을 비교 분석해 어떤 과정을 거쳐 산스크리트에서 한문으로 번역됐는지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남대 교수와 호남불교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불교란 무엇인가>, <아함의 중도체계>, <니까야로 익는 금강경> 등이 있다. 이중표 교수는 ‘니까야로 읽는 대승불교’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반야심경>에 이어 앞으로 <대승기신론>과 <중론> 등을 초기불교 속에서 탐구하는 책을 차례대로 펴낼 예정이다.

* 니까야=‘모음(集)’이라는 뜻의 빨리어다. B.C. 3세기경 성립한 초기불교경전 모음집을 가리킨다. 디가 니까야(장아함경), 맛지마 니까야(중아함경), 상윳따 니까야(잡아함경), 앙굿따라 니까야(증일아함경), 쿳다까 니까야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쿳다까 니까야(소부)를 제외한 4부 니까야는 <아함경>으로 한역됐다. 이들은 구성에 차이가 있으며 둘을 합쳐 ‘5부4아함(五部四阿含)’으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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