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버니 샌더스 지음, 김수민·한상연 옮김/ 원더박스

미 민주당 대선경선 돌풍 주역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자리이타’ 정의 구현 주창하며

싯다르타 삶과 닮은 정치 도전
한글 번역한 자서전 국내 출간
열정담은 정치혁명 과제 눈길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계급사회로 인해 핍박받는 사람과 탐욕으로 인해 지옥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고대 인도에서 계급은 이미 날 때부터 정해진 신의 뜻으로 여겨 계급차별을 정당화했는데, 싯다르타는 이 생각에 맞선 것이다. 싯다르타의 출가정신은 구도적 목적 보다 혁신에 가깝다. 부처님을 사회 부조리에 맞선 ‘혁신가’라 부를만하다.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나 현대 미국사회에 “정의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대하는 것”이라며 부처님의 ‘자타불이(自他不異)’를 주창하는 백발의 노인이 등장해 미국 현대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미국의 작은 시골 주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는 미국 기독교 보수주의 운동의 수장이 설립한 세계최대 신학대학인 리버티대에서 강연을 통해 “불교를 비롯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등 모든 고등종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비전이 바로 자신의 비전”이라며 “여성의 권리, 특히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동성애자의 권리, 특별히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미국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힐러리 클린턴에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경선 과정에서 샌더스는 진보적 의제들을 미국 정치 한복판으로 옮겨 놨다. 민주당 역시 그의 공약을 최대한 받아들여야 했다.

“타인이 어떤 인종이든, 어떤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존 사회의 차별과 모순에 맞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려는 그의 정치행보는 어딘지 모르게 부처님이 염원했던 불국토의 모습과 닮아 있다.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국내에 선보인 샌더스의 자서전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사회의 모순과 차별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려는 정치행보로 미국 사회에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자서전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저자가 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대중연설하고 있는 모습.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끝내고 집필에 착수한 이 책은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일주일 만에 출간돼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정치혁명을 향한 미국인들의 열망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 사회 전체에 커다란 울림을 가져온 샌더스의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회고하고 이후 우리 자녀와 손주 세대를 위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도출한다. 출마를 결심하기 전 1년 6개월간 전국 투어를 다니면서 미국사회 밑바닥의 서민과 시민운동가들을 만나며 조직화하는 과정을 비롯해 샌더스의 정치적 신념과 풀뿌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다.

샌더스가 2016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해도 기성 정치권과 미디어는 ‘비주류’ 후보로 취급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낮은 인지도는 물론 무소속 후보로 돈도 정치 조직도 전무했다. 싯다르타가 출가 결심을 했을 때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샌더스 캠프는 미국 현대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특별한 선거운동으로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13만 표 이상을 획득하며 23개 주에서 승리했다. 14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그의 집회에 참석했으며, 오로지 풀뿌리 소액 모금으로 2억3200만 달러를 모았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민주당은 그의 공약을 최대한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미국 곳곳에서 샌더스의 메시지를 이어받은 신진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해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평생 일관된 소신과 철학으로 걸어온 백발 정치인이 사람들 가슴속에 불을 지폈다. 이 책은 샌더스의 어린 시절부터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거쳐 정장 양복 단 한 벌도 없는 무소속 사회민주주의자가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하고 미국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역임하며 2016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기까지의 정치역정을 소상하게 담았다. 이를 통해 버니크래츠와 샌더스 키즈들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풀뿌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모두 10개의 장을 통해 타운미팅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말하듯 알기 쉽고 열정을 담아 정치혁명 과제를 설명한다.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인상하자는 제안은 지나치지 않다. 1968년 이후로 물가상승률과 평균 노동생산성 지수와 보조를 맞추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면 지금쯤은 시급이 26달러를 넘어야 한다.” 진보의 지향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구할 때 표본으로 삼을 만한 꼼꼼한 분석과 설득력 있는 화법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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