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3인방의 세상사는 이야기

진명스님, 홍창진 신부, 김진 목사가 전국을 돌며  3인3색 콘서트를 열고 있다. 토크 콘서트 시작 첫 날인 8월28일, 경기 평택 AK플라자에서 ‘욕심’을 주제로 거침없이 입담을 뽐내고 있는 삼인방을 찾았다.

홍창진 신부=오늘 이 자리를 보고 놀라신 분들 많으시죠? 예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을 같이 하며 시작된 인연이에요. 성직자들이 모여 조금은 제각기 다른 시각에서 대중에게 와 닿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했요. 어떤 분들은 종교 화합의 자리라고도 하더라구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화합? 하하. 사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다종교 국가에서 종교들이 갈등 없이 하나로 갈 순 없어요. 심지어 우리 셋은 평소에도 서로에게 얼마나 싫은 소리를 잘하는데요. 그래도 셋이 한 자리에 앉아 있으니 뭔가 종교가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김진 목사=저는 사실 어떻게 하면 기독교가 다른 이웃종교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공부를 좀 하고 나왔어요. 제가 여기 나온다는 것을 알고 어떤 분들은 가짜 목사 아니냐. 목사가 저래도 돼?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홍 신부=그런가요? 저는 요즘 방송에 자주 나가다보니(홍 신부는 MBN ‘동치미’ 출연중이다) 이제는 전 국민이 제 신자 같아요. 이렇게 모였으니 오늘은 ‘욕심’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 제각기 다른 곳에 소속돼 있는 성직자들이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대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는 우선 욕구와 욕심은 좀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욕구라는 것은 본능이에요. 신의 창조물이죠. 그런가 하면 욕심은 인격이라고 생각해요. 자 쉽게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중년 남자들이 전부 한평생 자기 아내만 바라보며 살지 않지요. 가을만 되면 다른 여자가 예뻐 보인다고들 하잖아요. 근데 목사님 왜 웃으세요?

김 목사=아니, 스님은 이해 못하실 것 같아서요. 저는 이해합니다. 하하

진명스님=저도 이해는 합니다. 하하

홍 신부=자, 저렇게 큰 소리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웃음) 아무튼, 중년 남자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다보면 다들 하는 말이, 집안에서는 무엇을 하든 이해받기 힘들대요. 회사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어 애기 엄마한테 “여보, 나 요즘 너무 힘들어” 한마디 하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애기 엄마가 뭐라고 할까요? 그렇죠! “너만 힘들어? 난 더 힘들어!” 

그렇게 본전도 못 건지고 힘든 나날이 반복되는데 어느 가을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약간의 노처녀가 “오빠! 얼굴이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 하고 물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내색은 못해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면서 막 감동이 밀려오면서 “오빠!” 할 때마다 심쿵 심쿵 하는 거죠. 심쿵하는 와중에 우연히 밥 한번 같이 먹고, 뭐 그러면서 가을이 끝나갈 때쯤엔 아주 무르익는 거죠.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상황까지 갔을 때, ‘아니다’ 하고 돌아서면 그건 인격이에요. ‘그래 한번 빠져보자’ 하는 게 바로 욕심이에요.

여러분들 다이어트 많이 하시죠?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비만이 되지요? 욕심도 마찬가지에요. 욕심이 늘수록 영혼의 무게도 늘어요.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들 보면 어때요? 무조건 굶나요? 운동만 하나요? 기초대사량이라는 것이 있지요? 딱 그만큼,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 먹고 쓰면 딱 알맞아요. 욕심을 얼만큼 부리느냐에 따라서 그게 영혼의 비만이 되고 고뇌가 되는 거에요. 아이고 지 혼자 멋있는 말은 다하고 있네.

김 목사=신부님 말씀 들으니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진명스님=김 목사님도 가을에 타기 좋은 자전거 있으세요? 그러다가 지나가는 ‘오빠’ 되겠는데요? 아참 홍 신부님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구요.

홍 신부=아니 같은 성직자를 이렇게 막대하는 거 전 처음 봤어요.

김 목사=저는 욕심 생각하면 소유라는 단어와 자꾸 연결이 되요. 뭔가 갖고 싶어하니까 자꾸 욕심이 나지 않을까요? 이미 있는 건데도 자꾸 갖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인도에서 제가 오랫동안 생활한 적이 있는데요. 인도에서는 ‘소유’, 즉 ‘가지다’를 의미하는 동사가 없대요. 뭐 이제는 ‘가지다’로 해석하긴 하지만 원래는 ‘나한테 가까이 있어요’라는 의미래요.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몰라서 자꾸만 보이는 대로 더 가지려고 해요. 먼저 자기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이 있는지부터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홍 신부=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뭔가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같이 못생긴 사람은...

진명스님=그렇죠?

김 목사=근데요. 솔직히 말하면 “잘생겼다”는 소리는 여기 두 분하고 있을 때만 들어요.(일동 웃음)

진명스님=예전에 라디오 방송 그만하고 티비 쪽으로 오라는 소리가 있을 때, 제 도반들이 저더러 티비 쪽엔 얼씬도 하지 말랬어요. 목소리는 괜찮은데 비주얼이 안된다는 거에요. 그래서 불교방송 이사장한테 얼굴 때문에 티비 출연을 못하겠다고 하니까 그 때 하는 말이, “중노릇하기 딱 좋은 얼굴”이라고 하는 거에요. 인사동에서 만난 고은 시인도 저를 보더니 “스님, 그래도 두상을 보니 청골이에요”라고 했어요. 청골이 뭔지 알아요? 시인 조지훈이 그랬잖아요. ‘파르라니 깎은 머리’라고. 청골이 수행을 잘한답니다. 하하.

출가 하기 전에는 저도 “내가 조금만 예뻤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출가하고 나서보니 이만하면 쓸 만 하더라구요. 무엇보다 중노릇하는데 하자 없어요. 내가 아는 스님 중에 굉장한 미인 스님이 있어요. 미인 스님이 밖에 한번 나오면 춘천에 사는 군인 아저씨들이 아주 난리가 나요. 그런데 저는 미인 스님이 아니라 걱정이 없어요. 누가 저를 보고 심쿵하지 않잖아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그리고 아까 신부님이 욕구와 욕망을 말씀하셨는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가 있어요. 잘생겨지고 싶은 욕구,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 등 어느 선에서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을 직시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해요. 필요이상의 욕망을 떨치면 그때부터 편안해져요. 항상 웃을 수 있어요. 저는 어떠냐구요? 처자식도 없는 스님인데도 욕구가 요만큼 남아있어요. 사찰 불사를 잘하고 싶은 마음, 불자를 잘 인도하고 싶은 그런 욕망을 아직도 가지고 산답니다.

김 목사=스님, 그렇다고 저를 스님 만드시려고 하는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니시지요?

진명스님=목사님은 수행자로 딱인데... 심쿵하실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돼요. 하하

진명스님, 김진 목사.

김 목사=스님 말씀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사실 성직자들이 욕심이 좀 있거든요. 특히 큰 교회에서 목회하고 싶은 목사들이 많아요. 큰 교회를 가게 되면 예수님 잘 믿어서 성공했다 뭐 그러니까 작은 교회보다는 세상에 막 알려져 사람들도 많이 오고 그런 대형 교회를 가고 싶어 해요. 때문에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이 생겼죠. 사실 저도 성직자이지만, 우리 시대 앞선 종교 지도자들이 욕심을 부리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네요.

홍 신부=천주교 신부들도 스님들처럼 결혼 안하거든요? 욕심 없을 것 같지요? 사실 제가 신부가 되기 바로 전 해에 한달 동안 대침묵을 한 적이 있어요. 불교에서 말하는 묵언수행 같은 거죠. 그 때 저를 지도하는 신부님이 그러셨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욕심의 가짓수를 적어보라고. 하루 동안 시간을 줬어요. 아니, 장가도 안가고 봉사자로 평생을 살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그래서 생각 끝에 신부님한테 “저는 욕심이 없습니다” 했어요. 그랬더니 그냥 한마디만 하시는 거에요. “하루만 더 해보세요”라고. 아 그래서 다음날도 “없습니다” 했더니 “하루만 더 해보세요” 또 그러는 거에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막 여기저기서 생각이 터지기 시작하는 거에요. 순간 제가 가진 욕심 가짓수가 100개가 넘어갔어요. 욕심이라는 게 뭔지 저는 그 때 알았어요. 내 것이 아닌데 내 것 인양 하려는 마음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던 거죠. 그날 저녁에 가서 지도 신부님한테 “저는 신부될 자격이 없습니다. 욕심의 활화산입니다”라고 했더니, “그 정도 깨달았으면 신부가 되셔도 됩니다” 하더라구요. 

김 목사=이야기를 들으니 전율이 느껴지네요. 저는 목사 연수를 받을 때 그런 과정을 받지 는 않았어요. 그래도 종교는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신학에서는 ‘욕심’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중요한 비중을 두고 다뤄요. 신약성서에 보면, “욕심이 죄를 잉태한다”는 말이 있어요. 욕심이 욕구의 과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잉태한다는 거죠. 성인들이 그래서 욕심을 경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진명스님=불경에도 나와요. “욕심이 모든 불익을 초대한다”고 하죠. 종교는 근본적으로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다 똑같아요. 누군가 한 사람이 필요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그로 인해 나라가 흔들리기도 하잖아요. 저는 불자들한테 “두 다리가 튼튼하면 그 이상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해요. 다리를 세 개 네 개 달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에요. 두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욕심은 괜찮아요. 그걸 맑은 욕심이라고 해요. 여기 있는 신부님, 목사님이 시간을 할애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하는 부분은 맑은 욕심에서 비롯된 거에요. 서로 다른 우리가 화합하고 닮아가려는 것,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전하려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맑은 욕심이고, 그런 욕심은 얼마든 내어도 좋은 것 같아요.

홍 신부=자, 여러분 제가 가진 욕심이 스님의 말로 인해 맑은 욕심으로 판명 됐습니다. 하하.(일동 웃음)

진명스님=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심이 있어요. 잘 먹고 싶죠? 잘 자고 싶죠? 많이 갖고 싶죠? 자식 잘 됐음 좋겠죠? 남편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죠?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심이에요. 어떤 불자들이 절에 와서 그래요. “스님, 우리 아이 이번에 서울대 꼭 가야하는데 될까요? 안될까요?”하고 물어요. 아니 그걸 왜 물어요.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어머니들이 자기 자식을 낳아서 쭉 키워보면, 자녀에 대해 너무 잘 알아요. 이놈이 공부를 잘하나 못하나. 그런데 욕심이 자꾸 더해져서 아이를 자꾸 작게 만들어요. 남편도 자꾸 못나지고요. 그래도 대답을 굳이 찾자면, 기독교 식으로 표현하면 주님의 뜻이고, 오행으로 말하면 사주팔자고, 불교식으로 말하면 자기업이에요.(일동 웃음) 아니 돈을 잘 벌고 싶고, 잘생겨지고 싶고 하면 그럴만한 일을 해야지요.

홍 신부=잘생겨지려면 어떤 일을 하면 돼요?

진명스님=일단 저한테 잘하세요. 하하. 저한테 잘하고 좋은 업을 쌓으면 홍창진 신부님 이름을 듣는 순간 사람들 마음이 저절로 치유될거에요. 혜민스님 좋아들 하시죠? 스펙 좋아~ 인물 좋아~ 혜민스님을 보는 순간 막 마음에 고통이 사라진다고들 하는데, 홍 신부님이 주변에부터 잘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홍 신부=아니 못생긴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혜민스님한테 비교까지 당하고! 나 참 기가 막히다. 기가 막혀.(일동 웃음)

홍창진 신부.

김 목사=개신교, 가톨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무조건 욕심내지 마라 하지는 않아요. 다만 마음이 가난해지면 행복해진다고 해요. 마음이 가난해지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뭘까요? 예수님께서 주신 방법은 ‘나눔’이에요. 자기가 가진 것을 자꾸 나누라는 얘기에요. 선악과 이야기, 아담 하와 이야기 잘 아시죠? 그것 때문에 세상에 죄가 왔다고 하잖아요. 욕심을 이겨내는 방법은 많이 나누는 법 밖에 없어요. 진명스님 말씀처럼 우리가 품으면 품을수록 좋은 ‘맑은 욕심’은 많이 내도됩니다. 다만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 것인가 자꾸 생각해봐야해요.

홍 신부=우리 세 종교인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서로 욕심을 많이 덜어낸 결과입니다. 종교인들은 자기가 가진 종교가 세상 최고라는 욕심이 있어요. 그래도 다같이 그런 욕심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해보니까 아닌게 아니라 자연스레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자. 여러분도 오늘부터 자기가 가진 것을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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