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스려진 마음은 행복의 근원

스님 저는(강승주, 54, 여) 남편과 30년을 살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못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10여 년 전 주식투자를 시작하더니 2년이 지나자 생활비도 못 줄 정도로 돈을 탕진했습니다. 남편은 모든 경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생활비를 못 주게 되었다는 말만 통보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든 생활이 막막해졌지만, 가장 큰 일은 두 아들의 학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식당 일이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학교를 다 마치고 직장생활하면서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주식으로 헛된 망상을 꿈꾸고 있고요. 10년 전에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이혼할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아이들도 다 성장한 마당에 남편과 함께 살 이유가 없습니다.

승주 씨, 오랜 시간을 혼자서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가정을 지키느라 얼마나 고단하셨습니까? 부부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아도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 요즘 세상에, 허황된 꿈에 빠져서 가족은 나 몰라라 하는 남편과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승주 씨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승주 씨에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만약 남편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어서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면 그래도 주식하는 남편과 이혼할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승주 씨가 남편과 살기 싫은 진짜 이유는 주식이 아닙니다. 그럼 이혼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짜 이유를 아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고통만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승주 씨! 이 세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부부의 관계가 가장 강한 욕심으로 맺어진 관계라고 합니다. 서로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대로 만족시켜 주지 않으면 실망도 그만큼 커져서 원수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부부관계입니다. 그런데, 승주 씨는 남편에 대한 실망과 10여년의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남편과 원수가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남편 대신 돈을 벌어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가정을 지키면서 열심히 살아온 것입니다.

승주 씨가 남편을 원망하면서 싸우고만 있었거나, 이혼을 했다면 지금 승주 씨와 두 아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아들들은 지금 승주 씨가 자랑스럽고 대견해하는 만큼 훌륭하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고, 엄마를 향한 무한한 신뢰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도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하면 상대방을 원망하고, 내 생각에 맞추어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는데 승주 씨는 남편을 원망하고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삶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두 아들의 인생을 지켜주고, 엄마로서의 삶도 지킨 것입니다. 즉 10년여 전 선택과 결정이 10년이 지난 지금 두 아들과 승주 씨의 인생을 후회 없고 아쉬움 없이 만든 것입니다.

남편과 헤어지려는 진짜 이유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지 무능하고 무책임한데 대한 원망과 미움이 쌓여서가 아니라, 10여년 후, 더 나아가 나머지 인생에서 승주 씨와 두 아들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헤아려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남편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도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아이들의 아빠인 것도 변함이 없습니다. 어쩌면 변하지 않은 남편의 모습이 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승주 씨와 두 아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편과 헤어지고 나면 오히려 두 아들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지도 모릅니다. 두 아들은 성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부모는 언제나 두 아들의 스승이고 본보기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은 그가 좋아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곳을 공상하며 날아간다.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그 마음을 잘 다스린다. 잘 다스려진 마음은 행복의 근원이다.” 승주씨가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든 그 선택과 결정이 행복의 근원이 되길 바랍니다.

[불교신문 3324호/2017년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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