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비폭력이 불교 핵심”

사진설명: 여래사에서 불자들을 상대로 법문하고 있는 링린포체스님.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스승인 링 린포체스님이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일산포교당 여래사 초청으로 22일 10년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현 달라이라마스님이 어렸을 때 지도했던 링 린포체스님은 달라이라마스님이 다시 환생하면 그의 스승이 된다. 1959년 달라이라마스님과 눈덮인 설산을 넘어 인도로 망명해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던 전대 링 린포체스님은 83년 열반, 현재 인도 북부 다람살라 승왕청에 등신불로 모셔져 있다.

85년 자신의 스승이 환생한 것을 파악한 달라이라마스님은 링 린포체스님을 찾으라 지시했으며, 다람살라의 티베트 마을에서 ‘텐진 초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이를 발견했다. 텐진 초광은 전생에 쓰던 물건 골라내기 등 108가지의 링 린포체 선정 시험을 거쳐 달라이라마와 고승들로 구성된 추대위원회에서 왕사로 추대됐다. 한국에 막 도착한 링 린포체스님을 2002년 2월22일 일산 여래사에서 만났다.

- 92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아름답고 친절하고 따뜻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기를 몹시 고대해 왔습니다. 10년전 한국에 있는 동안 저는 순간 순간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구룡사가 다시 초청해 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果報는 마음에 달려


- 불교라는 ‘보편성’의 입장에서 보면 비슷하지만, 한국과 티베트라는 ‘특수성’에서 보면 양국불교는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티베트불교의 특징을 설명해 주시죠.

“티베트와 한국은 아마도 수행적 측면에 있어 다른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고 이해됩니다.”

- ‘불교가 무엇’이며,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자신의 행위(업)와 결과(과보)는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처럼 불교는 마음닦는 수행으로, 마음이 변화되는 것을 강조하는 종교입니다. 특히 자비와 비폭력은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 스님은 현 달라이라마스님의 전생의 스승으로, 다시 환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환생’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티베트불교 전통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증명하는 방법과 시험에 따라 링 린포체의 현신(現身)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 어떤 과정을 거쳐 ‘환생’을 공인받게 되는지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여러 종류의 증명 방법에 의해 공식적으로 모든 사람들로부터 달라이라마스님의 전생의 스승의 현신으로 밝혀졌고 널리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링 린포체가 되었습니다.”

- 스님은 ‘어떤 교과목’을 ‘어디’에서 ‘몇 년’간 배웁니까.

“남인도에 있는 티베트 최고의 사원 대학인 드레풍에서, 진나(陳那)논사(480~540)의 〈집량론(集量論)〉을 법칭(法稱)논사가 주석한 〈양평석(量評釋)〉을 현재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륵(彌勒)보살의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를 통해 불교용어를 어원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두 권의 논서는 다섯 권의 가장 중요한 불교 철학서 가운데 중요한 전적이며, 아직도 14년 이상을 더 공부해야만 최고 품계인 ‘게셔라람파’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달라이라마스님(왼쪽)과 링린포체스님.>
- 티베트의 일반 스님들은 ‘어떤 경전’을 ‘몇 년’간 ‘어떤 과정’을 거쳐 배우는지, 그리고 스님이 배우는 것과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티베트불교의 종파인 겔룩파에 따르면 스님들은 다섯 가지의 중요한 불교전적을 공부해야만 합니다. 반야경·중론·율·아비담마론 그리고 불교논리인 인명학을 습득하기 위해 적어도 20년은 공부해야만 합니다. 나머지 다른 불교 종파인 사키야, 니잉마 그리고 카규파에서도 그들 각자의 교학 체계에 따른 공부를 하지만 내가 공부했던 것과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현관장엄론’등 공부

- 티베트스님들의 득도(得度)·수계(受戒) 과정은 어떻습니까. 출가 연령에 제한이 있는지요. 몇 년간 공부·수행해야 수계가 가능합니까.

“열반을 성취하는 데 있어 누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티베트불교는 일반적인 불교전통과 다른, 득도나 수계를 제한하는 것은 없습니다. 나이 제한 또한 없습니다.”

- 티베트에서 출가자가 된다는 것은 세속에 있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출가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계율을 잘 지키며 살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검소함과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청정행을 닦는 것이 출가자와 세속 사람과의 가장 중요한 차이입니다”

- 스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짜여져 있습니까. 티베트의 다른 스님들도 스님과 똑같은 일과(日課)를 보내는지요.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세면하고 6시에서 6시30분까지 불단의 부처님께 30분간 예배드립니다. 7시부터 스승에게서 경전을 지도받고, 8시부터 30분간 아침 공양합니다. 11시에서 11시 30분까지 점심 공양, 12시에서 1시까지 휴식을 취합니다.


새벽 5:30부터 일과 시작


오후 1시에 목욕하고, 오후 2시에서 3시30분까지 경을 암송하는 시간을 갖고, 숙제를 합니다. 3시에서 4시 사이는 자유 시간입니다. 4시에서 5시까지는 스승의 지도를 받고,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티베트 고전·언어문법을 학습합니다. 6시에 저녁 공양을 마치고, 저녁 6시30분부터 7시까지 숙제하며, 7시에서 7시30분까지 자유시간을 갖습니다. 7시30분에서 9시까지는 다시 경을 암송하는 시간입니다. 밤 9시부터 11시30분까지, 마련된 법석(法席)에서 토론 훈련의 시간을 가집니다. 사찰 내 다른 스님들도 나와 같은 일정 속에 하루 일과가 이루어집니다.”

- 많은 한국인들은 달라이라마스님의 방한(訪韓)이 이뤄지길 기원합니다만, 방한은 미뤄진 상태입니다. 달라이라마스님의 방한은 가능성이 있습니까.

“달라이라마스님은 한국 방문을 항상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한이 꼭 이뤄지는 때가 있어 분명히 한국을 방문할 것입니다.”

- 한국불교와 한국의 불자·국민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법우로써, 한국의 불자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늦었지만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부처님 가피를 받아, 평화가 깃들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10년만에 다시 방한한 링 린포체스님은 구룡사에서 2002년 2월24일부터 26일까지, 여래사에서 3월1일부터 3일까지 법회를 갖고 법문했으며, 2월27일엔 통도사를 방문 영축총림 방장 월하스님을 만난 뒤, 3월6일 한국을 떠났다.
글 趙炳活기자 bhcho@buddhism.or.kr
사진 金亨周기자 cooljoo@buddhism.or.kr




한국민에 보내는 달라이라마 신년 메시지

어린 링 린포체스님이 지난 번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 국민들이 보여준 열렬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일들이 한국과 티베트 불자들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고, 상호 우호를 증진시키는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링 린포체스님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저는 너무나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 몇 년동안 증대돼온 우리와 한국불자와의 관계가 더욱 커지리라 확신합니다.

한국 불자 형제들이 유구한 불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보인 노력과 열의에 저는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잘 아다시피 저 또한 종교간의 이해와 조화의 중요성을 믿고 있습니다. 또한 자비·인내·용서·비폭력 같은 인간의 기본적 가치가 더욱 증장될 것으로 믿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이런 가치들을 지켜나갈 것이며, 세계 여러 곳의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기본적 가치에 충실할 때 저는 더욱 힘을 받습니다. 형제·자매라고 생각하는 모든 한국 불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늘 한국 불자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2002. 2. 12. 달라이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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