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2주년을 맞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은 지난 12일 위안부 기림 행사를 열었다. 위안부 기림일은 1991년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국제사회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고발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인권을 유린하는 반인류적 만행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일본 정부는 전쟁에 나선 병사들을 위해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서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노예로 삼았다. 여자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은 오지에 철도를 부설하거나 바다 밑 갱도를 뚫는 노역에 강제 동원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가 바다 밑 갱도를 부설했던 한국 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까지 그들의 잔학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이 봉건왕조 사회로부터 아시아 각 국을 해방시켜 경제적 근대화를 이끌어냈다며 역사를 오도해왔다. 죄상이 문서로 드러나면 마지 못해 민간 기업의 일이라고 떠넘기거나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등 망언을 일삼으며 정부 차원의 책임을 피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술 더 떠 최근에는 다시 군사강국,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치닫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들은 하나 둘 씩 세상을 떠나고 있으며 우리 내부의 기억과 분노도 흐르는 세월에 묻혀가고 있다. 설상가상 북한 핵에 맞서 일본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일본 극우와 궤를 같이하는 우리 내부 목소리가 커져가는 형국이다. 일본의 재무장과 우리 사회의 일탈을 잠재우지 않는다면 친일파를 앞세워 한반도를 유린한 100여년 전의 전철이 되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 기림일은 그래서 일본 정부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면서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가 인권의 가치를 가장 중하게 여기고 폭력의 역사를 망각하지 않아야한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가장 모범적인 역사교육가로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눔의집은 종정을 역임한 월하스님의 기부와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스님이 힘을 합쳐 만든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이다. 불교는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일본 정부의 성노예제 문제를 공론화하고 가족 마저 외면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듬었다. 

지난 12일 기림일 행사에서 나눔의집 원장 원행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이 지적한 것처럼 “인권을 생각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에 따른 보상”이다. 일본이 인류 앞에 사죄하고 평화의 길로 나설 때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모셨던 불자들이 더 힘을 합치고 마음을 모아주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322호/2017년8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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