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별찬

김시습 지음·원순스님 옮김/ 법공양

지난 6월9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사리가 40과가 한국불교 총본산 서울 조계사 품으로 돌아왔다. 이후 사부대중은 한 달 보름간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사리를 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40과 가운데 가장 크고 눈에 띄는 사리가 바로 설잠스님의 사리였다. 설잠스님은 세종도 감탄한 천재소년, 절개를 지킨 생육신 그리고 최초 소설 <금오신화>를 쓴 유명한 매월당 김시습이다. 최근 설잠스님의 법음이 고스란히 담긴 <연경별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설잠스님이 <연꽃법화경> 28품 모두 하나하나 찬탄한 글이다.

설잠스님은 이뿐만 아니라 <십현담요해> 등 여러 권의 불교 서적을 서술했으나 아쉽게도 대중이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에 성철스님의 상좌로 서울 열린선원에서 선어록을 강의하고 있는 원순스님이 우리말로 번역해 펴낸 <연경별전>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설잠스님은 책 서문에서 “요즈음 이 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으뜸가는 뜻을 연구하고자 하면서도, 글을 가지고 논쟁만 하고 있지 선가의 마음자리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연꽃법화경>을 열람하며 본 내용들이 여유로워 선가의 풍취가 있으므로 짤막한 게송으로 이 경전의 기적을 서술한다. 그러니 먼 훗날 다채로운 법을 설파하고 조화로운 의식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사람들은 진실로 기뻐할 것”이라고 발간 취지를 남겼다.

설잠스님의 게송들은 <야부스님 금강경>, <신신명·증도가> 등 불교문학의 정수를 이미 번역한 바 있는 원순스님의 내공으로 아름답게 되살아났다. 원순스님은 “‘<법화경>을 펼쳐본 나는 감동의 손뼉을 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잠스님은 말씀하셨는데 <연경별찬>을 받아본 나야말로 공경의 삼배를 스님께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금강경>을 해석한 종경스님과 야부스님의 게송으로 법화경을 찬탄할 수 있다는 것처럼 선사들의 게송 등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설잠스님께서 한 평생 부처님의 가르침에 젖어 선사로 사신 분이 아니면 불가능 한 일”이라고 극찬했다.

“그림자가 없는 나무 아름다운 꽃이 만발/ 그 꽃들을 가득 안고 부처님께 바칠지니…” 이 선시는 설잠스님이 <종경스님 금강경>에서 인용한 것으로 화성유품을 찬탄한 7장에 나온다. 그리고 스님은 다음 게송으로 이 장을 마무리 한다. “고향 길이 멀고 멀어 까마득하니/ 물은 깊고 산이 높아 갈 길 험한데/ 길라잡이 길 안내를 받고 나서야/ 나 있는 곳 고향인줄 비로소 아네.” 설잠스님의 선가의 풍취를 따라가다 보면 <법화경>이 펼치는 부처님 가르침이 마음속에 연꽃으로 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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