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 촛불법회에 사찰신도 대거 참가
신도회장 방문, KTX 타고 단체이동 확인

4차 촛불법회 참가자 400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특정사찰에서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종단 정치에 신도들까지 동원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 17일 보신각에서 열린 4차 촛불법회.

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금권선거’ 의혹이 제기됐던 유명 사찰 주지 스님이 이번에는 ‘보신각 촛불법회’에 신도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진행된 촛불법회에서 해당 사찰 전현직 신도임원과 지방에서 올라온 사찰 신도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단 내에서는 “신도를 종단 정치에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신도회장은 문화공연이 한창인 오후6시40분경 보신각에 나타났다. 은색 차량 조수석에 탑승한 신도회장은 비상깜빡이를 켜고 서행하며 보신각 집회장소로 다가와 차량 안에서 차도와 근접해 설치된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들에게 수인사를 건넸다. 신도회장을 알아본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했고, 몇 명은 일어나 합장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짧은 인사 후 차량은 종로2가 방향으로 주행했다. 신도회장이 탑승한 차량이 떠난 후 집회가 종료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있던 이들은 또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미리 준비해온 음료를 나눠 마시는 등 친근함을 드러냈다.

17일 오후 10시 서울역에서 KTX 171호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승객들.

신도동원 의혹이 제기된 사찰 주지 스님은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스님이다. 최근 종단에 등록한 한 신도단체 행사에서 “중도포기는 없다”며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님은 전국 교구본사에 대중공양비를 보시한 것이 드러나면서 금권선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종단발전의 저해요소로 꼽히는 금권선거 논란의 당사자인 스님이 종단을 ‘적폐’로 규정하고, 근거 없는 주장과 막말로 불교 위상을 실추시키는 보신각 집회에 신도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회를 마친 신도들은 서울역으로 이동 서울역에서 10시에 출발하는 KTX171호차의 동반자석을 주로 이용해 울산과 부산으로 이동했다.  KTX 171호열차는 18량이였다.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까지 신도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거리행진 때에는 해당 사찰 주지 스님을 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전직 신도임원이 목격됐다. 행진이 시작된 오후8시10분 경 종로1가 교차로 SC제일은행 앞에 2명의 거사와 함께 서 있었던 것이다. 이후 8시50분 즈음 3명은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앞에도 확인됐다. 이 시각 집회 참석자들은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뒤 보신각으로 다시 행진이 시작되자 전직임원은 안국역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

6명의 취재인력이 서울역과 울산역 부산역 그리고 KTX 차량안에서 직접 취재한 결과 KTX 171호 열차에만 최소 100여명의 신도들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부산역에 도착한 KTX 171호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

오후9시15분 즈음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무리를 지어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일부는 1회용 교통카드를 구매해 지하철을 탄 후 서울역에서 하차했다. 역사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이들은 오후10시 서울역을 출발해 밤12시37분 부산역에 도착하는 KTX 171호 탑승안내방송을 듣고 탑승장으로 내려갔다. 1호부터 18호차까지 이어진 열차의 4인 동반석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울산에서 20여 명, 부산에서 100여 명이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3~4명씩 모여 택시를 타고 역을 떠났다.

이에 대해 해당 사찰 주지 스님에게 3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해당 사찰 관계자는 “스님은 집회에 관련된 어떤 문제도 연관성이 없다”며 “보신각 집회에 사찰에서 (신도를) 동원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찰 관계자에게 직책을 묻자 “자원봉사자”라고 답했다. 

박인탁 박봉영 어현경 엄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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