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요구가 아니라 간절한 소망

형식 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방해된다고 짜증내지 말아야 해

A 할아버지, 우리 반 결이 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해요. 어서 나으시라고 기도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저런, 결이가 걱정이 크겠구나. 기도는 간절히 올리는 정성을 가리켜. 옛날 어머니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우물에 가서 누구도 뜨지 않은 첫 우물을 떠다가 장독대에 올려놓고 남편과 아이들이 오늘 하루도 탈 없이 지내기를 빌었어. 할애비가 어렸을 때는 기도한다는 말보다는 정성 드린다는 말을 흔히 썼어요. 정성이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답고 성실한 마음을 일컫지. 참다운 기도는 어떤 종교 의식이나 형식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간절하고 성실한 마음을 기울이느냐에 달려있어요.

법정스님은 “아침에 올리는 기도는 하루를 여는 열쇠이고, 저녁 기도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빗장”이라고 하셨어. 하루하루 삶을 기도하듯이 간절하게 살아야한다는 말씀이지. 아울러 기도는 사람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이라고 하셨어. 그러면서 기도는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절한 소망이다. 따라서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말은 그 울림이 없다”고 강조하셨지. 

스님은 또 “오른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 왼 가지에 달린 잎을 움직이려면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껏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그 간절함이 뿌리에 가닿아 어머니 뿌리가 왼 가지 잎을 움직인다. 그러니 마음을 다해 기도하라. 아울러 무슨 일이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덧붙이셨어. 

그리고 기도를 할 때 반드시 절이나 교회를 찾아야할 까닭이 없어요. 법정스님도 “아들이 군 입대를 하고 나면 아들이 쓰던 빈방에서 기도를 하라. 아들이 없는 빈방에 조용히 앉아 향초를 올리고 기도를 하면 그 간절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핏줄과 맞닿은 아들이 아무 탈 없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류 평화를 그리며 기도해보라”고 하셨어요. 다만 집에서 기도를 할 때 느닷없이 아이가 울어대거나 고요를 깨는 전화가 오더라도 짜증내지 말라고 당부하셨어. 기도를 하는 까닭이 평화롭도록 하려는데 있는데, 기도에 방해가 된다고 짜증을 내는 것은 평화롭지 못하다는 말씀이야. 이처럼 누리도 결이 어머니가 어서 병을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 낫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려 봐. 

[불교신문3322호/2017년8월19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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