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꽃향기 이종철 이사

노숙인 장애인 미혼모 시설 찾아

나눔 이어주는 ‘자원봉사 배달부’

언덕길을 오를 때면 에어컨을 꺼야하고, 시속 80km 이상은 달리지 못하는 낡은 다마스 자동차지만 연꽃향기 이종철(51, 법명 법도) 이사에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지난해 5만점, 약 2억원에 해당하는 각종 물품을 수도권 곳곳으로 실어 나른 자동차다.

연꽃향기 이종철 이사. 그가 모는 낡은 다마스는 각종 물품을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9월5일 백중기도 회향을 앞두고 이종철 이사의 일정이 분주하다. 인연있는 사찰을 찾아 백중물품 후원약속을 받으러 다니는 중이다. 지난 11일 경기 의왕에서 이 이사를 만났다. (사)깨달음과나눔 공익후원팀장, 사회적협동조합 연꽃향기 이사가 그의 직함이다. 모두 봉사직이다. 수입원은 “일주일에 3일만 근무할 수 있는 고정직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5년 전에 서울시가 진행한 희망의 옷 나눔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했어요. 헌옷을 모아 노숙인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이런 봉사도 있구나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장애인포교사업을 하고 있는 해성스님을 통해 속옷을 기부 받았어요. 서울역 인근에 노숙인 대상으로 목욕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 목욕을 마친 노숙인들에게 속옷을 주니 너무 좋아하는거예요. 그때 기회가 되면 이 일을 한번 해봐야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이종철 이사는 3년전 본격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대한불교청년회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여러 단체에서 후원물품을 받아 이를 필요한 시설에 나눠주는 사업이었다. 서울경기지역 미혼모 시설 50곳, 노숙인 시설, 장애인 거주 시설 등을 찾아 옷과 신발 뿐 아니라 선크림, 기저귀, 마스크팩 등 물품을 전달했다. 한번은 대량의 선크림을 후원받아 군법당에도 전달했다.

“물건을 전달할 때 받는 사람이 ‘갑’이 돼야 해요. 남거나 있으니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받는 사람이 필요한 것을 당당하게 받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보시가 아닐까요?”

이종철 이사는 지난해 옷 나눔행사를 예로 들었다. 한 기업으로부터 3000여 벌의 옷을 후원받은 이 이사는 이를 일일이 사진 찍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리고 대상자들에게 6벌씩 선택을 하도록 했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필요한 물건을 받아서 잘 사용하라”는 취지다.

이종철 이사는 오는 9월17일 조계종 전법회관에서 ‘미혼모를 위한 나눔 박람회’를 준비 중에 있다. 백중 이후 모으는 물품과 기존 후원품을 정리, 구두, 옷, 속옷과 칫솔치약 등 생활필수품, 기저귀, 배냇저고리 등 영아물품을 전시하고 참가자들이 원하는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한쪽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초청해 무료진료도 진행한다. “오랜시간 사회적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미혼모들에게 행복한 쇼핑의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준비한 행사다.

“목련존자께서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위해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데서 유래한 명절이 우란분절이잖아요. 그 마음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나눔의 공덕을 많이 전해주길 바랍니다.” 이종철 이사의 간절한 당부다.(물품후원 문의 : 010-5443-5026)

[불교신문 3322호/2017년8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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