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과 열대야에 산으로 바다로 피서(避暑)나 휴가를 떠난다. 자고로 수행자는 일반인들 바쁜 시즌에는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 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나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니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중국 송대의 소동파는 “사람들은 모두 불꽃 같은 더위를 괴로워 하지만, 나는 여름날 긴 것을 좋아한다네…원컨대 백성들의 고락(苦樂)을 고르게 베풀어, 맑은 그늘을 온 세상에 나누어 주기를(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願言均此施 淸陰分四方)”이라고 읊었다.

그럼 수행자의 피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벽암록> 제43칙에 ‘동산무한서(洞山無寒暑)’라는 공안이 있다. 어떤 스님이 동산화상에게 묻기를, “추위와 더위가 닥치면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동산이 이르길,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왜 가지 않는가?(何不向無寒暑處去)” 했다. 이에 다시금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 어디 입니까?” 물으니 “추울 때는 추위와 혼연일체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와 하나가 되도록 하라(寒時寒殺黎 熱時熱殺黎)”고 말씀하셨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피서법인 ‘어서와유(於暑臥遊)’를 소개하고자 한다. 더위에서 누워 즐기는 피서법이다. 옛 선인들은 시원한 계곡을 찾아 개울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하거나, 방의 벽에 산수화를 걸어 놓은 채 누워서 유람을 하는 ‘와유(臥遊)’의 전통이 있었다. 또한 스님들은 도리어 삼복더위에도 제방에서 화두를 참구하면서 용맹전진을 하는 전통이 있다.

추사 김정희의 주련 글귀 중에 “반나절은 정좌한 채 참선을 하고, 반나절은 책을 보노라(半日靜坐 半日讀書)”라는 말이 있다. 꼭 산으로, 바다로 가야만이 피서와 휴가는 아니리라. 고요히 정좌한 채 참선과 독서를 하며 지내거나 누운 채 한바탕 곤몽객(困夢客)이 됐다 깨어나서는 벽에 산수화 걸어놓고 산천을 유람 하는 것도 훌륭한 피서가 될 것이다. 이 또한 통쾌하고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정녕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즐기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휴가나 피서는 이리 지내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불교신문3321호/2017년8월16일자] 

진광스님 논설위원 조계종교육원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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