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세 송이로 부처님 변비를 치료하다

 

지바카 덕분에 교단에서는

병이 생겨도 금방 치료를 받자

불구가 되거나 병 걸린 환자들이 

무더기로 출가하기 시작하고 

치료후엔 다시 환속하는 등

출가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

정상 출가한 스님들조차 

무시당하는 일이 잦아지게 돼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다섯 가지 중병이 있는 사람은 

출가를 금할 것을 간청하는

지바카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교단 규칙으로 정해지자 

더 이상 거짓 출가로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일도 사라지게 됐다 

마가다 왕실의 주치의가 된 지바카는 빔비사라왕의 명을 받고 파조타왕을 치료하기 위해 아완띠 왕국으로 갔다. 파조타왕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한 약을 만들려면 버터가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파조타왕은 버터를 먹지 않았고 냄새를 맡는 것조차 싫어했다. 고민하던 지바카는 여러 향료를 배합하여 약을 만든 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왕을 속여 먹게 하였다. 그리고는 파조타왕이 내린 코끼리를 타고 곧바로 도망을 쳤다. 이윽고 약이 소화되면서 버터의 향을 맡은 파조타왕은 분노하여 아완띠 최고의 무사를 보내 지바카를 잡아오라고 명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지바카는 꾀를 내 갈증에 시달리는 무사에게 차가운 물 한 잔을 건넸다. 

차가운 물에 설사약 풀어 위기 극복 

파조타왕으로부터 지바카가 주는 그 어떤 음식도 먹으면 안 된다는 명을 받은 무사는 갈등했다. 무사의 표정이 흔들리는 것을 본 지바카는 다시 한 번 물을 따랐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마신 뒤 그 잔을 무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잔은 제가 사용하던 잔이고, 이 물은 제가 방금 마시던 물입니다. 이래도 저를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결국 목마름을 참을 수 없던 무사는 지바카가 건넨 물을 마셨다. 설마 지바카 본인이 마시던 잔과 물에 무슨 짓을 할 수 있으랴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잔을 건네기 직전, 지바카는 손톱에 숨겨놓았던 설사약을 물에 탔다. 시원하게 물을 마신 무사는 잠시 후 식은땀을 흘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폭풍 같은 설사를 시작했다. 

아완띠에서 제일가는 용맹한 무사의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 무술 실력도 쏟아지는 설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무사가 배를 움켜쥐고 설사를 하고 또 하는 모습을 본 지바카는 유유히 짐을 챙겨 그 자리를 떠났다. 파조타왕에게 받은 왕실의 코끼리도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무사는 코끼리도 놓아둔 채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바카의 뒷모습을 그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쫓아가려 해도 설사가 멈추지 않는데다가 하체에 힘이 풀린 나머지 걸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눈앞에서 지바카를 놓친 무사는 한참 뒤 설사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코끼리를 데리고 아완띠 왕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비단 1만필 시베야카 한 쌍을 받다

한편 트림에 섞여 올라온 버터냄새를 맡은 파조타왕은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편의를 제공하며 신뢰해왔던 지바카가 자신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생각을 하자 화가 났던 것이다. 성격이 급한 파조타왕은 곧바로 왕실 제일의 무사를 불러 지바카를 뒤쫓으라고 명했다. 그리고 무사에게 지바카가 주는 어떤 음식도 먹지 말 것과 그를 절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무사가 지바카를 데려오면 파조타왕은 당장 그를 처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나절이 지나도록 무사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사이 파조타 왕의 화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병의 증세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서야 파조타왕은 지바카가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을 치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지바카를 잡아오라고 보낸 무사가 그를 놓친 채 돌아오자 파조타왕은 오히려 안도하였다. 만약 자신의 화가 가라앉기 전, 지바카가 돌아왔다면 자초지종도 모른 채 그를 죽일 뻔 했다고 생각하자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파조타왕은 새삼 지바카의 의술과 재치에 감동하였다. 

파조타왕은 자신의 병을 완치시켜 준 지바카를 위해 1만필의 비단과 ‘시베야카’라는 한 쌍의 천을 하사하였다. 시베야카는 비단보다도 훨씬 값진 최고의 옷감으로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귀한 물건이었다. 무사히 라자가하로 돌아온 지바카는 며칠 후 파조타왕이 보낸 시베야카 한 쌍과 비단 1만필을 받게 되었다. 지바카가 파조타왕의 오랜 질병을 완치시키고 비단 1만필과 시베야카 천을 받았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라자가하에 퍼져나갔고 지바카의 명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정작 지바카는 자신의 망고 정원 창고를 가득 채운 비단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지바카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파조타왕에게 받은 이 귀한 선물을 특별한 곳에 바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베야카 옷감 한 쌍은 각각 하나씩 빔비사라왕과 부처님께 바치고, 나머지 1만필의 비단은 교단에 바치고 싶었다. 그 동안 교단의 스님들을 치료해 오면서 깨끗하지 않은 가사 때문에 병이 옮은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부처님께서는 시체를 덮은 누더기를 기워 만든 분소의만을 허락하신 상태였기 때문에 가사를 보시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지바카는 부처님께 가사 보시를 허락받을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 무렵 라자가하 주변에는 나병과 피부병, 기침과 간질병, 종기와 고름이 생기는 병 등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지바카 덕분에 왕실과 교단에서는 병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었고, 병이 옮아도 금방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바카처럼 훌륭한 의사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자 치료를 받지 못해 불구가 된 사람들과 병에 걸린 환자들이 무더기로 출가를 하기 시작했다. 

거짓 출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일단 출가 수행자가 되면 사원에서 지내며 깨끗한 의복과 음식을 공양 받을 수 있었고 최고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생계와 치료를 목적으로 출가를 한 이들은 아무리 시중을 받아도 만족하지 않았고 요구하는 것은 점점 많아졌다. 이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다 보니 지바카는 종종 왕실 주치의로서의 역할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빔비사라왕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으나 지바카는 이를 조금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사실 빔비사라왕은 지바카를 교단의 주치의로 임명한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본인 역시 부처님의 제자로서 신심이 깊었기 때문에 스님들을 치료하느라 바쁜 지바카를 탓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치료를 목적으로 출가를 했던 사람들은 병이 낫자마자 다시 환속을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분별없이 받아주셨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깊은 믿음과 깨끗한 마음으로 출가를 한 스님들조차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무시를 당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이에 지바카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다섯 가지 중병이 있는 사람은 출가를 금할 것을 부처님께 간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지바카의 의견을 받아주셨고 출가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몸에 병이 있는지 확인할 것을 명하셨다. 이로써 교단에 규칙이 정해지자 더 이상 거짓 출가로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일이 사라지게 되었다. 

부처님께 설사약을 드릴 수 없어…

어느 날 부처님께서 지바카를 급히 부르셨다. 하루 한 끼, 탁발로만 공양을 하다보면 골고루, 적당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부처님과 스님들은 종종 체액의 균형을 잃을 때가 있었다. 그 무렵 부처님께서도 체액의 균형을 잃은 나머지 심한 변비로 고생을 하고 계셨다. 

당시 변비를 치료하는 가장 일반적인 치료방법은 설사약을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바카는 부처님께 설사약을 올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온갖 약제를 혼합하여 특별한 약을 만들었다. 이윽고 약이 완성되자 그는 연꽃 세 송이를 골라 약을 골고루 발랐다. 그리고 약이 발린 연꽃을 부처님께 올렸다. 사람들의 눈에는 지바카가 부처님께 약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연꽃을 공양하는 것 같았다. 

“부처님, 이 첫 번째 연꽃의 향을 맡으시면 화장실에 10번을 가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연꽃과 세 번째 연꽃의 향을 맡으신 후에도 각각 10번씩 화장실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증상은 깨끗하게 사라지고 체액은 균형을 찾을 것입니다.” 

첫 번째 연꽃의 향을 맡았을 때 부처님께서는 지바카의 말대로 화장실에 10번을 갔다. 두 번째 연꽃의 향을 맡았을 때도 10번을 채웠다. 하지만 세 번째 연꽃의 향을 맡았을 때, 부처님께서는 화장실에 9번 밖에 가지 않았다. 지바카의 치료는 늘 정확했기 때문에 횟수가 한 번 부족하자 아난존자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더운 물을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윽고 아난존자가 준비한 더운 물로 목욕을 마친 부처님은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한 번 더 가셨다. 지바카의 말처럼 30번을 모두 채운 것이다. 

[불교신문3321호/2017년8월16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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