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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는 인류애를, 우리는 총이 아닌 ‘들것’을 택했습니다”제21회 만해대상 시상식
'2017 만해대상' 시상식이 8월13일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렸다. 수상자는 시리아 구호 단체 '하얀 헬멧'(만해평화대상),  동물학자 제인 구달(만해실천대상),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와 클레어 유 미국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상임 고문(만해문예대상 공동 수상)이 선정됐다. 만해대상 부문별 상금은 1억원이다.

“시리아 내전을 겪으며 이웃과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총을 들거나 난민이 돼 고향을 떠나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국제구호단체까지 철수하는 처참한 상황에서, 우리 ‘하얀 헬멧’ 대원들은 그 두 가지가 아닌 ‘들것’을 택했습니다. 위대한 시인이며 민족운동가였던 만해가 민족의 암흑기에도 인류애를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만해평화대상 수상자 시리아 구호단체 ‘하얀 헬멧’)

불교 사상가이자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만해스님(한용운‧1879~1944)을 기리는 제21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오늘(8월12일)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동국대·강원도·인제군·조선일보사 공동 주최로 열렸다. 올해 만해평화대상 수상자는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활동 중인 구호 단체 ‘하얀 헬멧’. 지난 3년간 정치, 종교, 종파 상관없이 전쟁의 참사 속에서 8만여 명의 생명을 구조해왔다. 만해실천대상은 세계적 침팬지 학자이자 환경 및 동물 운동가, 유엔 평화대사인 제인 구달, 만해문예대상은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와 클레어 유(한국명 임정빈) 미국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상임 고문 등이 받았다. 상금은 각 1억원이다. 

‘하얀 헬멧’ 대표 라에드 알 살레는 수상 소감에서 만해스님의 인류애를 언급하며 ‘희망’을 이야기 했다. 전쟁 전까지 전자제품 판매상이었던 라에드 알 살레는 “지난 6년 동안 전쟁 속에 살았다. 지금까지도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고 있다”며 “만해가 인류애와 영적노력을 말한 것처럼 우리는 승자도, 영광도 없는 전쟁속에서 ‘들것’ 하나로 평화와 희망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얀 헬멧’은 2014년 설립됐지만 그보다 앞선 2012년부터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조해왔다. 구조 현장에서 하얀 안전모를 착용해 세계 언론과 국제구호단체사이에서 ‘하얀 헬멧’이라 불린다. 단체 공식 이름은 ‘알디파아 알마다 알수리(시리아 민방위)’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온 인류는 구하는 것이다’를 모토로 약 3000명의 교사, 제빵사, 청소부 등이 활동한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본업을 제쳐두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2016년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에 올랐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하얀 헬멧이 희망 없는 시리아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하얀 헬멧’ 대표 라에드 알 살레.
제인 구달(사진 오른쪽).

이날 만해실천대상 수상자 제인 구달은 인제군을 “아직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큰 스승 만해의 이름을 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제인 구달은 “자연 없이 우리 인간 또한 존재할 수 없다”며 “모든 생명은 소중한 존재임을 말씀하신 만해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에 평화와 희망을 전하기 위한 일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인 구달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연 환경 뿐 아니라 인류 평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만해문예대상 공동 수상자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40년 이상 한국현대시를 연구하고 가르쳐왔으며, 클레어 유 미국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상임 고문은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 발전과 확대를 위한 활동에 앞장서 온 점을 인정받았다.

축사하는 총무원장 자승스님.

이날 시상에 나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만해축전 총재)은 “해마다 8월이면 한국의 작은 산골마을에 지구상의 위대한 영웅들이 모인다”며 “만해스님으로 인해 21세기 영웅들이 모일 수 있는 것은 몇 세기가 지나도 생명과 평화, 그리고 자유와 평등이 인류 최고의 가치라는 것은 증명한다”고 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불교에서는 세상 모든 존재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스스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를 ‘보살’이라 한다”며 “오늘 이 자리 계신 분들은 지금의 사바세계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분들이며 이를 위해 자신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 시대 보살이기도 하다”고 축원했다.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만해축전 명예대회장)은 수상자들의 이력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자기 희생이 따르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인류에게 새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분들”이라며 “불교 상징인 연꽃처럼, 만해축전을 통해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맑고 향기롭게 세상을 정화하는 처염상정의 공덕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신달자 시인은 만해스님을 기리는 ‘지긋이 누르고 깨물다’라는 시를 낭독했으며, 시상식에는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 주지 우송스님, 인제 백담사 주지 삼조스님 등을 비롯해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 이순선 인제군수,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 등이 참석했다.

만해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기리는 ‘2017 만해축전’은 오는 14일까지 계속되며, ‘동국대 만해마을’ 등 인제군 곳곳에서 시화전, 백일장, 시낭송회 등 다채로운 문화 예술 행사가 열린다.

참석자들.
신달자 시인. 만해스님을 기리는 시를 낭독해 박수를 받았다.

인제=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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