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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좌절 딛고 일어선 골프 여제, '멘붕' 따윈 없다■ 불교 정신 무장한 스포츠인들의 '멘탈 강화' 비법
지난 7일 브리티시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쥔 김인경 선수. 그녀는 우승 직후 “멘탈을 잡기 위해 불교에 귀의했다”고 밝히며 이목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스포츠는 ‘멘탈’ 싸움이다. 우연히 스친 바람 한 점, 단 몇 초 사이의 미세한 불안과 떨림 하나가 가차 없이 승패를 가른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신체조건이나 장비에서 밀리는 한국 스포츠의 역사는 그래서 흔히 ‘정신력의 승리’로 대변되곤 한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라’ 등의 구태의연한 말은 이제 집어치우자. 수없이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도전을 거듭하는 멘탈(정신력)강자가 진정한 실력자다. 잔혹한 스포츠 세계에서 불교 정신으로 무장한 ‘강철 멘탈’로 우승까지 거머쥔 자랑스러운 선수들, 그 신념의 바탕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었다.

지난 7일 브리티시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쥔 김인경(29), 그녀는 우승 소감에서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닌데’하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먹고 경기에 임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좌절과 패배를 숱하게 겪은 뒤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의연한 모습이었다.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승운이 따라주지 않던 김인경을 ‘오뚝이 정신’으로 벌떡 일어서게 한 것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 ‘마음 다스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인경 스스로도 우승 소감을 말하며 “멘탈을 다잡기 위해 불교에 귀의했다”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다.

김인경이 처음부터 ‘강철 멘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김인경의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악몽을 남겼다. 최종라운드 18번 홀, 불과 30㎝ 거리에서 김인경은 우승 퍼트를 놓쳤다. 메이저 우승은 물건너 갔다.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이었다.

김인경은 명상과 요가 등에 심취해있기도 하다. 사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협곡인 그랜드캐니언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김인경 선수. 사진=김인경 인스타그램

절망 속에서 그녀를 길어 올린 것은 불교였다. 좌절과 자책으로 인한 괴로움보다는 희망과 전화위복의 순간을 떠올리게 했던 불교는 그녀에게 충분한 의지처가 돼 줬다. 김인경은 경기에서 실수를 할 때마다 자책 대신 “심적으로 쫓기는 인생은 살지 말자”,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을 하자” 등의 다짐을 떠올리며 퍼팅을 했다고 한다.

경쟁에 익숙한 운동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여린 성격의 그녀는 “남들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잔인한 스포츠를 계속 하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으로 한동안 괴로웠다고 한다. 그때마다 김인경은 이를 명상과 단식 등으로 풀어냈다.

정상 우뚝 선 스포츠 선수 이면에

흔들림 없는 ‘불교적 가르침’ 있어

 

골프 여제 김인경, 긍정 신 박상영

명상, 자기 최면 등으로 멘탈 관리

요가와 명상을 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았을 정도로 불교에 완전히 심취했던 때도 있었다. 살생을 금하는 오계(五戒) 따라 한동안 완전한 비건(채식주의자)으로 지내기도 했다. 법륜스님이 지도법사로 있는 정토회 ‘정토행자’ 출신이기도 한 그는 정토회 국제구호 단체인 한국 JTS(Join Together Society)에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 지원금 3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곳곳에 자비희사를 전하는 데도 열심이다.

김인경이 골프 못지않게 ‘부처님 법 실천하기’에 열심인 데는 ‘내려놓으면 더 많이 얻는다’는 불교의 가르침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세계적 명상가이자 인도의 영적 스승인 오쇼 라즈니쉬의 명언,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명상을 하는 모습 등으로 가득하다. 김인경은 “나 자신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실수해도 인생이 긍정적이기를 바라야 한다. 그럴 때 현재가 더 특별해질 것”이라고 그만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희망적 미래를 그리는 불교적 철학은 때로는 플라시보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를 수십번 되뇌이며 ‘긍정 신드롬’을 일으킨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 10대14라는 점수 차를 극복하고 내리 5점을 따낸 박상영 선수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 뒤에는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오롯이 ‘지금 여기’에만 집중하는 ‘강철 멘탈’이 숨어있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장비를 제대로 갖추기 힘들어 여러 번 펜싱을 포기하려 했던 그다. 오른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고,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크게 다치는 등 잣은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때마다 박상영 선수는 “할 수 있다”를 수없이 되뇌였다고 한다. 박상영 선수는 “위기에 몰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걸면서 자신감을 불어넣는다”며 “골목에 몰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 보면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며 ‘멘탈갑’의 면모를 밝혔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를 수십번 되뇌이며 ‘긍정 신드롬’을 일으킨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 그의 어머니는 올림픽 두 달 전부터 전국의 유명 사찰을 돌며 매일 108배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도마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 따내며 ‘도마의 신’으로 불린 양학선 선수, 대찬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준 양 선수이지만 실상은 경기에 임할 때마다 악몽을 꾼다고 할 정도로 심적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고집할 수 있었던 데도 불교가 있었다.

양학선 선수와 불교와의 인연은 어머니의 권유로 맺어졌다. 어린 시절 시작한 체조는 양학선 선수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모두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그를 힘들게 했다. 질풍노도 때문이었을까. 급기야 체조를 포기하려고까지 마음먹었던 그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간 사찰에서 양 선수는 스님에게 “국가대표가 될테니 체조를 계속하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했다. 그 때 그 마음을 한 번 더 다잡은 것이 지금의 그를 ‘도마의 신’으로 있게 했다. 가방 속에 경전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라던 양학선 선수는 때마다 “부담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이며 멘탈 정비에 나선다고 한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양궁이나 사격과 같은 스포츠 종목의 선수도 ‘마음 다스림’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낸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쓴 한국 양궁팀은 틈날 때마다 머릿속에 과녁을 쏘는 모습을 상상하고, 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한국사격 최초로 올림픽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의 좌우명 또한 ‘진실로 비우면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는 진공묘유(眞空妙有)다.

조계종 포교부장 가섭스님은 “운동선수들에게 마음집중훈련은 좋은 성적을 얻는 비결이기도 하다”며 “특히 요즘 골프나 양궁 등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스포츠 선수 중심으로 명상과 자기집중 훈련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인생도 결국 멘탈 싸움. 어떤 역경에도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반드시 기적만은 아니더라도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을 노려봄직하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스포츠 선수들의 승리 역사를 보며 모두가 응원할 수밖에 없는 ‘멘탈 부자’로 거듭나보자.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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