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

우리는 삶을 생·노·병·사로 나눈다. 그런데 윤회론을 믿는 인도에서는 여기에 사후를 넣어 생·본(노병에 해당)·사·중유(中有)의 네 단계로 구분한다. 즉 죽고 나서 새로운 삶을 받기 이전 단계인 중유(중음)를 첨가한 것이다. 서북 인도에서는 이 중유기간을 49일로 규정한다.

중유기간이 49일인 것은 고대 서북 인도에서 7을 기준으로 하는 ‘7진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7×7인 49는 우리문화의 60갑자처럼 완전히 한 바퀴 돈다는 환갑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49재의 7일마다 7번 심판이라는 개념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중유 49일은 재탄생을 위한 중간기간이다. 그러므로 49일이 지나면 보통은 윤회해서 새로운 삶을 받게 된다. 그것이 때론 천상세계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지옥이나 아귀 또는 축생이 되기도 한다. 즉 육도윤회인 것이다. 바로 이 기간 동안에 망자가 좋은 세계로 가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해주는 불교의식이 바로 49재이다.

그러나 집착이 강한 영혼은 윤회의 바퀴를 거슬러 49일이 지나도 탄생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미 49일이 지났기 때문에 49재를 할 수는 없다. 이때 사용되는 의식이 바로 천도재다. 즉 49재는 말 그대로 사망한지 49일 안에 베풀어지는 의식이며, 그 이후가 되면 천도재가 되는 것이다.

49재와 천도재는 사법심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아직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어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49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3심 끝에 형이 확정된 상태라면 이때부터는 천도재가 필요하다. 미결수로 심리가 진행 중인 상태면, 전관예우의 변호사를 수임하고 대형로펌을 알아봐야 한다. 이를 통해서 염라대왕을 포함한 7재까지의 심판관들에게 영향을 줘 형을 감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상태라면 민정수석이나 대통령 쪽에 줄을 대서 광복절 특사를 진행해야 한다. 즉 두 가지 일은 언뜻 유사한 것 같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이다.

나는 49재는 신인상과 같다고 말하곤 한다. 제아무리 유명한 배우라도 신인상의 기회가 두 번일 수는 없다. 대상이야 능력에 따라서 10번, 100번도 가능하지만, 신인상은 평생 단 한 번뿐인 것이다. 이처럼 49재 역시 사망한 직후에 한 번만 가능하다. 그 이후는 모두 천도재가 되며, 천도재는 천도된 것이 불확실하다면 10번, 100번도 무방하다.

이와 같은 원칙 때문에 우란분절, 즉 백중은 49재가 될 수 없고, 무조건 천도재가 돼야만 한다. 실제로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백중을 49재로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턴가 백중의례가 49재로 바뀌면서 일반화돼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49재와 천도재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49재로는 천도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백중에 49재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을 더해주는 ‘+α’가 아니라, 공염불인 ‘헛제사’인 것이다. 광복절 특사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관예우와 대형로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49재가 아니라 천도재를 7번 한다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백중 49재를 백중 7천도재로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것도 부족해 49재를 49번이나 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이는 올바른 지견이 부족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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