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당시 코삼비에서 안거하던 수행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난 적이 있었다. 어떤 비구의 행위가 범계냐, 아니냐를 놓고 시비가 일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말싸움 정도이던 것이 나중에는 패를 갈라서 듣기 민망한 말들이 오갔다.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정이 격해진 비구들은 어느 날 식당에서 입 속의 칼(舌刀)로 서로를 공격하다가 몸싸움을 하기까지 했다. 심지어는 몽둥이도 휘둘렀다. 

이를 알게 된 부처님은 양쪽을 불러서 여러 가지 비유로 타이른 뒤 ‘다툼도 그만 두고 싸움도 그만 두고 논쟁도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이것은 저희들의 일이오니 부처님은 관여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부처님은 ‘몽매한 자들을 가르치기 어렵다’고 탄식하면서 안거중임에도 혼자서 코삼비를 떠나 사밧티로 갔다.

코삼비의 신도들은 화가 났다. ‘싸움꾼들 때문에 부처님이 코삼비를 떠났다. 우리는 이제 부처님을 공양하며 공덕을 쌓을 수 없게 됐다. 그러니 우리는 저들에게 절하지 말고 합장의 예를 갖추지 말자. 존경도 하지 말고 탁발을 나와도 공양하지 말자’고 결의했다. 비구들의 버릇을 고치고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양거부로 배를 곯게 되자 그때서야 비구들은 싸움을 멈추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 참회하고 화합을 다짐했다. 

부처님 만년에 있었던 이 사건은 승단에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남전율장인 <마하박가>는 이 일의 전후사정을 길게 소개하면서 ‘논쟁과 싸움은 승단을 분열시키니 조심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요즘 불교교단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미담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미한 이야기들로 자주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서 불교 얘기가 나오면 꽁무니를 빼고 싶은 화제들이 적지 않다. 이러다가는 코삼비에서처럼 합장과 공양거부 사태가 올까 걱정이다. 언제든 자랑하고 싶은 교단은 난망한 것인가.

[불교신문3320호/2017년8월12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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