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홍법사 어린이 작심 단기출가

 

홍법사 어린이 작심 단기출가가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사진은 지난 7일 단기출가 기간 동안 <부모은중경>을 매일 공부한 어린이들이 부모님께 차공양을 올리기 전에 입정에 든 모습.

집을 나서는 방도는 출가(出家)와 가출(家出)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집을 떠나 얻은 것이 있다면 출가라고 부르지만 얻은 것 없이 떠돌다 돌아오면 그것을 가출이라고 말한다. 속담에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온전히 혼자가 됐을 때 비로소 내면의 깊은 생각을 끌어내기 마련이다. 여름휴가와 방학을 맞아 각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단기출가의 뜻도 그러하다.

부산 홍법사는 3회째 어린이 작심단기출가를 열고 있다. ‘무한히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통해 온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로 지난 2일 입재해 8일 회향했다.

올해의 주제는 ‘윤달’로 세시풍속의 하나인 윤달의 풍속과 불교적 수행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도법사 희문스님은 “윤달의 풍속은 효(孝) 사상과 연관돼 있다. <부모은중경>을 매일 공부하고, 다도를 배우며 다른 사람에게 차를 대접하는 배려의 몸가짐을 교육했다. 낯설지만 다도 경험을 살려 부모님께 직접 차를 공양하며 스스로 효의 정신을 배우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입재식이 열린 2일, 방사 배정을 마치고 대광명전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얼굴이 여러 감정이 스친다. 매년 참가했던 아이들은 기대와 설렘이 처음 참여한 듯 어색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낯선 공간에 대한 긴장이 서렸다.

긴장한 아이들에게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은 “출가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엄마 잔소리에서 해방돼 그저 친구들과 놀다 돌아가면 단순한 가출에 지나지 않는다.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내 마음을 돌아보고 어떤 마음으로 살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일주일의 시간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니 몸도 마음도 건장해지고 보람도 얻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따뜻한 환영사를 건넸다.

매일 5시에 기상해 예불과 자비명상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어린이 단기출가는 국선도 교육, 바른먹거리 문화를 공부하는 푸드 아트 테라피, 통도사 자장암 물놀이와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play&play 프로그램, 생활다도 등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저녁은 성찰의 시간으로 명상일기 작성과 관세음보살 정근으로 마무리 한다.

홍법사 단기출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또래의 아이들이 모인다. 올해 12살인 배소연 학생과 임채민 학생은 이번 겨울에 열린 단기출가에서 만나 친해졌다. 배소연 학생은 “지루할 줄 알았던 불교에 대해 즐겁게 배우는 시간이 많아 기억에 남는다. 일주일 동안 같은 방에서 자고 공양도 하고 울력도 하다 보니 친구들과도 금방 친해져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채민 학생이 꼽은 가장 큰 변화는 배려 깊고 친근하게 바뀐 성격이다. 단체 생활을 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서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 단기출가에 아이를 보낸 곽헌아(43) 씨는 세종시에서 왔다. 곽헌아 씨는 “홍법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우연히 단기출가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보내게 됐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하고 울력하는 등 스님처럼 지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지금 경험이 좋은 바탕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아이가 조금 내성적인데 이곳에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좋은 친구를 사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 번 마음껏 웃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든 게 요즘 아이들의 삶이다. 정신없이 조기교육에 시달리다 보면 밝았던 날이 어느새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다. 홍법사의 단기출가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일상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예불, 명상, 울력에 이어 아이들의 맞게 즐거운 놀이로 짜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직접 옷에 염색물을 들이고 자신의 먹을 밥을 만들며 끊임없이 소통하고 생각한다. 평소 경험하기 힘든 생활다도를 통해 내면을 고요히 만드는 법도 배우고 전통공예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멋도 배운다.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그 시간 속에서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며 한 뼘 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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