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 표현이 서툰거야

“스님! 저(박경수, 17, 남)의 부모님은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혼하셨습니다. 그 후로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는데, 아빠는 제가 무엇을 해도 믿어주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는 말씀만 하시면서 온갖 잔소리로 저를 꼼짝 못하게 하십니다. 이런 아빠와 마주치기 싫어서 며칠 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친구네 집이나 pc방에서 지내다가, 아빠가 학교로 찾아오시거나 제가 견딜 수 없이 불편해지면 집으로 들어갑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인데, 가끔씩 제 성질을 건드리는 아이와 몸싸움을 하다가 교무실로 불려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빠도 아시게 되어서 아빠의 잔소리가 더 심해집니다. 스님! 친구들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싸우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경수야, 네가 생각하는 마음에 드는 친구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기준은 무엇이니? 네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때의 마음과 화가 나서 몸싸움 할 때의 마음을 잘 살펴봐!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들은 네가 어떤 말이나 어떤 행동을 하든지 너를 다 인정해 주고 믿어 주었을 것이고, 반대로 싸움을 하는 친구들은 네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너를 거부하니까 화가 나는 거지? 그런데 경수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너를 인정해 주고, 너를 무조건 믿어줄 수는 없어. 너도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다른 사람들도 너를 좋아할 수도 있고, 너를 싫어할 수 있는 거야. 경수는 축구를 좋아하니, 야구를 좋아하니? 너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지? 바로 그거야. 지금처럼 너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너와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대로 아는 거야.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지거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는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즐겁고, 다른 생각과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데 경수는 왜 자꾸 친구와 싸우게 되는 것일까?

스님이 볼 때는 경수가 아빠에게 화나는 마음을 친구들에게 화풀이 하는 것 같다. 너의 마음을 잘 살펴봐. 진짜 화나는 쪽이 아빠인지, 친구인지. 어느 날 갑자기 변해 버린 집안 사정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을까. 그때에 어린 너는 혼란스럽고 아픈 마음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꼭꼭 숨기려고만 했을 거야. 더구나 가장 가까운 아빠조차 너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외로웠겠니. 그것이 깊은 상처가 되어서 이제는 화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스님은 알아.

경수야 그 동안 혼자서 많이 힘들었지? 이제는 혼자서 숨기고 감추려고 하지 마.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가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은 창피한 일도 아니고, 너의 잘못도 아니야. 네가 부끄러워하고, 말 못할 이유가 없어. 그리고 아빠는 네가 밉고, 너를 못 믿어서 잔소리를 하시는 것이 아니란다. 엄마 없이 자라게 된 너에 대한 미안함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시는 것이고, 또 너를 엄마 없이도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불안감 때문에 지나치게 보호해서 그러시는 것이야.

너를 정말 못 믿고 미워했다면 너를 찾으러, 그리고 너를 위해서 학교에 가시지도 않았을 거야. 스님이 볼 때, 아빠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잘 표현하지 못하시면서 너를 걱정하는 마음만 자꾸 표현하시다 보니, 네가 느끼기에는 너를 못 믿어서 잔소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구나. 아빠도 잘 하신 것은 아니야. 그런데 경수야 아직은 네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혼하신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아픔이 너무 커서 자녀들의 아픈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아빠가 엄마와의 갈등에 대해서 너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 주고, 너의 마음도 살펴주셨으면 좋았겠지만, 아빠도 힘든 시간을 보내시면서 표현조차 서툴다보니 그런 것이라고 아들인 경수가 이해해 드리자. 아빠들은 같은 남자인 아들들이 이해하고 믿어드리면 제일 기쁘시데.

그리고 경수도 2년만 있으면 어른이 되잖아. 어떤 어른이 되고 싶고,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자. 설마 화 잘 내고 싸움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지? 경수가 아빠의 고충을 알고, 아빠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친구들과도 잘 지내게 될 거야.

부처님께서는 “몸의 성냄을 막고 몸을 다스려라. 몸의 악행을 버리고 몸으로써 선을 행하라. 말의 성냄을 막고 말을 삼가라. 말의 악행을 버리고 말로써 선을 행하라. 마음에 성냄을 막고 마음을 다스려라. 마음의 악행을 버리고 마음으로써 선을 행하라. 지혜로운 이는 몸을 다스리고 말을 삼가고 마음을 다스린다”고 말씀하셨어. 몸과 말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지혜롭고 믿음직한 경수의 모습 기대할께!”

혜타스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