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조계사는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한 케이블 방송이 제법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 방송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에 초대하여 여행을 하는 형식으로, 지금까지의 여행 관련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지를 찾아가는 형식인데 반하여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여행을 조명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인 모양이다.
갑자기 케이블 방송 이야기를 하는 것은 며칠 전 방송에서 맥시코인들이 조계사를 찾았다는 내용이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종단이나 조계사 홍보 차원에서 장소를 제공하거나 프로그램 촬영을 협찬하기도 하나 이번에는 그야말로 아무런 사전 기획 없이 조계사 촬영이 이루어 졌다.
아무래도 여행을 주제로 하는 리얼 프로그램의 특성과 촬영 규모가 작아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촬영 이전이나 이후에 별다른 통보가 없었던 점은 아쉽지만 방송 내용은 그 어떤 방송보다 조계사나 한국불교 홍보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는 조계사 경내를 맥시코인들은 설렘을 느끼고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고, 타종교인 이면서도 법당에서 마음의 안정과 정화를 느낄 수 있었다는 진솔한 반응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조계사의 참모습과 역할을 되돌아보기에 충분하였다.
조계사를 찾는 수많은 외국인들도 방송에 출연한 맥시코인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조계사를 잘 모르는 내국인들도 긍정적 호기심과 조계사 방문 의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조계사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한국불교를 상징하며 나아가 한국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조계사가 요즈음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조계사를 처음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이러한 시위와 집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난감하기만 하다.
불자가 감소했다며 대책을 세우라는 시위가 오히려 한국불교의 이미지를 훼손하여 초심자들의 발길마저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나친 기우일까. 사찰 앞에서의 시위와 집회가 무조건 잘못된 것이거나 금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마음의 안정과 정화를 찾거나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깨닫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모든 일에 첫인상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도량을 청소할 때 일주문 밖까지 청결히 하는 것이다. 일주문을 앞에 두고 자극적인 시위문구나 다수의 시위자를 마주치는 것은 분명 불자들에게는 신심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며, 초심자들이나 외국인들에게는 한국불교의 신뢰를 훼손하기에 충분한 첫인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정 한국불교와 종단의 발전을 위한다면 그리고 스스로가 불자라고 주장한다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한국불교의 이미지를 선양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처음인 한국에서 한국의 정과 멋, 불교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조계사이며, 조계사를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이나 감동을 주는 것은 불자들의 배려와 양식 있는 행동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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