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유니스테이(Uni-Stay)' 현장

지난 4일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열린 유니스테이(uni-stay) 입재식에서 참가자들이 합장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4일. 종단 스님들의 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학교 교정에 재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조계종립 중앙승가대학교(총장 원행스님)에서 개최한 ‘유니스테이(Uni-Stay)’에 참가하기 위한 발길이다.

유니스테이는 '대학(University)'과 '머물다(Stay)'를 합친 특별한 템플스테이.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이 학인 스님들과 함께 산사와 같은 교정에서 '참나'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고교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을 탔다. 

올해에는 24세 이상 성인 50여 명을 대상으로 2박3일간 열린다. 지난해의 주제는 입시준비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쉼표.’ 올해는 참여하는 연령층이 달라진 만큼 ‘나이테…인생의 둘레길’로 새롭게 선보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을 살펴보며 막연하게 생각한 삶과 죽음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원행스님은 환영사에서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길 바란다"며 마음의 위안을 찾으러 온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교내 육화당 3층 법당에서 열린 고불식에서 참가자들은 경건한 자세로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를 발원했다. 이어 총장 원행스님의 환영사와 참가자 대표 서원문 낭독 등이 이어졌다. 원행스님은 유니스테이를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삶의 둘레길’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삶의 둘레길’은 학인 스님과 참가자들이 4~5명씩 한 조를 이뤘다. △편견에서 벗어나기 △지나간 시간 중에 아쉬운 것 생각하기 △힘들었지만 버틸 수 있는 힘 찾아내기 등의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삶의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이를 학인 스님들이 상담해주는 시간이다. 한마디로 ‘힘들지만 잘 살고’ 있는 참가자들을 응원해주기.

처음엔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듯 다들 어색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친한 친구와 이야기 하듯 왁자지껄 목소리가 법당 안에 가득했다. 한 참가자는 스님과 이야기 도중에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서울 약사사에서 도반들과 함께 참여한 이상덕(55, 서울 강서구) 씨는 “다른 템플스테이와 달리 스님과 1:1로 편안하게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스님이 잘했다고 응원해줘 마음의 큰 위안을 얻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버지의 추천으로 여름 휴가대신 유니스테이에 참여한 이하용(35, 거제시) 씨는 최근 직장문제와 결혼문제 등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도심에 있지만 도심 같지 않은 넉넉한 산사 분위기에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나를 위한 이야기를 일반 템플스테이를 했을 때는 수동적으로 일정에 따라다녔지만 여기서는 ‘나’를 위한 시간인 것 같아 위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유니스테이를 진행한 중앙승가대 승가실천융합연구소 간사 현담스님은 "학인 스님들의 생활과 사찰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유니스테이는 무겁지 않게 자신의 인생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면서 “앞으로 교내 유관기관과 협력해 유니스테이 활성화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참가자들은 불교, 음악 등 분야 명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인생의 둘레길’, 불교에서 죽은자를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을 차례로 만나며 죽음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명부(冥府) 둘레길-극락 익스프레스’ 등에 참여하며 삶을 성찰하고 ‘참나’를 찾는데 주력했다. 또한 만다라 그리기, 발우공양, 저녁예불 등의 불교문화체험을 통해 불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높였다.

지난 4일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열린 유니스테이(uni-stay) 입재식에서 참가자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반야심경을 봉독하는 모습.
'삶의 둘레길' 프로그램에서 학인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어색함도 잠시. 금세 스님과 참가자들은 친한 도반처럼 마음을 터 놓는 사이가 됐다.
지난 4일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열린 유니스테이(uni-stay)에서 활짝 웃고 있는 참가자 모습.
'삶의 둘레길' 프로그램 모습. 힘들지만 잘 살고 있는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삶의 둘레길' 프로그램에서 학인 스님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참가자 모습.
'삶의 둘레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있는 참가자 모습.
'삶의 둘레길' 프로그램에서 학인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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