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련 영 부디스트 캠프 현장

장재열 작가와 기념촬영.

“꼭 극복하고 싶은 상처가 있는데 갖은 노력을 해도 늘 제자리에요.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전 아직 진로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그동안 열심히 달렸는데 열정이 사그라진 느낌이에요. 이 길이 제게 맞는지 고민도 들고, 무엇보다 열정을 되찾고 싶어요.”

얼마 전 카이스트 교수가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에게 징징대지 말라고 핀잔을 주는 글을 SNS에 올려 공분을 산 적이 있다. 2017년 한국의 청년들은 3포, 5포를 넘어 이제는 7포, n포세대로 불린다.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과 꿈, 건강은 포기하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하고 있지만,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부모세대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3일부터 제19교구본사 화엄사와 지리산일대에서 열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회장 이경수) 영부디스트캠프는 지친 청년 불자들이 생각을 나누고 위안을 건네는 시간이었다. 100여 명의 대불련 학생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설득하고 공감하는 현장을 4일 찾아가봤다.

행사장에서는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인 장재열 작가가 ‘삶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찾다’는 주제의 강연이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속내를 적은 포스트잇을 제출해 인생선배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청년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걱정부터 연애문제,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등이 주를 이룬다. 익명으로 쓴 고민이지만 특정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고민이라는 데 청년 불자들은 누구보다 격하게 공감하고,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한다.

청년 불자들이 던진 고민들.

장 작가는 말한다. “고민을 듣다보면 상반되는 경우를 만난다.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은데 매번 떨어져서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 그렇게 꿈꾸는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못 다니겠다며 이직을 상담하는 이도 있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내가 그렇게 원하던 행복과 성공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지 않을까.”

올해 영캠프의 주제인 ‘우리들의 소소한 행복과 성공’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이경수 회장은 “법우들이 행복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행성을 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행복하고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고 생각하고,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서 파악한 후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영캠프 역시 이런 순서로 진행됐다. 자신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고, ‘먼저 좀 더 놀아본’ 장재열 작가로부터 조언을 들은 청년 불자들은 ‘인생질문’을 통해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사망토론’을 콘셉트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 맞고 틀린지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나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차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자리인 것이다.

특강을 듣는 대불련 학생들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청년 불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대학생전법단장 본공스님은 “마라톤 경기에서 1등이 결승선에 들어온 후에도 나머지 선수들은 왜 계속 뛸까” 하고 반문하며 “잘 하면 좋지만 뒤에서 뛴다고 결코 잘못한 게 아니다. 각자의 기록을 위해 완주하는 선수들처럼 우리 청년 불자들도 자신만의 레이스를 완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불련 영캠프는 오는 6일까지 이어진다. 청년 법우들은 조별 운동회를 열어 친목과 화합을 다진데 이어 5일에는 천은사를 순례하고 지리산 노고단까지 산행을 한다. 회향식은 6일 화엄사에서 열리며,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이 법문할 예정이다.

주어진 '인생질문'을 놓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참가자들.

“대불련 활동하며 제 스스로가 달라졌어요.”

전북대 권기철 씨

전북지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권기철(25, 전북대)씨는 “여러 대학 친구들 만나서 얘기 나누는 시간이 좋아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대불련 활동은 그의 삶을 여러 모로 변화시켰다. 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보다 많은 법우들을 만났고, 리더십도 기를 수 있었다. 때로는 각지에서 활약하는 친구들의 소식을 SNS으로 접하며 발심을 하기도 한다. 최근 소아암 환우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 초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했다는 법우가 기부증서를 자랑했다. 순간 감동 받아 그 때부터 1년 6개월간 머리를 길렀다”는 것이다. 학생 때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날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투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머리를 기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어서 감고 말리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뒷머리 길이가 25cm까지 될 때까지 그저 참는 수밖에 없었다”며 “머리카락을 보내고 기부증을 이미지파일로 받았는데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한 마음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서울여자간호대학 새내기 홍나영 씨

홍나영(20, 서울여자간호대학)씨는 중앙본부 기획팀에 동참해 새내기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며 캠프준비에 동참한 열혈 회원이다. 나영 씨는 대학에서 처음 불교를 접했다. 학교에 막 입학해서 선배와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게 계기가 됐다. 어느 병원이 일하기 좋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어느 병원에서 일하는가가 중요하기보다 어떤 간호사가 될 건지 목표를 세워야 한다”였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인생의 방향을 세워야 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불교가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선배 얘기를 듣고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대불련에서 활동하며 나영 씨는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는 걸 느낀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의사표현을 잘 안했는데, 대불련에서 만난 동기나 선배들 모두 따뜻한 느낌을 줘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생겨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며 “법우들 얘기를 듣다보면 ‘아 저렇게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하며 설득도 되고 내 생각과 비교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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