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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야,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인간과 동물 교감 다룬 영화 3선
법정스님은 “모든 생명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고기를 먹을 때는 “그 짐승이 사육자들에 의해 비정하게 다뤄질 때의 억울함과 분노, 살해될 때의 고통과 원한까지도 함께 먹는다”고 주의를 줬다. “인간사는 스스로 지어서 받는 인과관계로 엮인다”며 생명의 존엄에 대해 일갈한 것이다. 동물이 행복해야 인간도 행복함을, 모든 생명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일깨우는 볼만한 영화 3편을 소개한다.
사진=영화 ‘옥자’ 스틸컷.

#산골 소녀의 절친 구하기

‘옥자’(2017)

어딘가 억울해보이는 이 덩치 큰 동물, 그녀의 이름은 옥자다. 2007년 뉴욕 농화학 대기업 미란도가 세계 곳곳에 퍼뜨린 26마리 슈퍼 아기돼지 중 하나다. 초국적 자본이 유전자조작기술을 통해 만든 식용 슈퍼돼지인 옥자는 한국 강원도 산골마을 우수축산농 주희봉(변희봉)에게 맡겨진다.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손녀 미자(안서현)와 가족처럼 지내며 자란다.

10년 뒤, 미란도 기업 총수 루시 미란도(틸타 스윈튼)는 옥자를 미국으로 데려간다.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배출하며 맛도 끝내주게 좋다”는 미란도의 말처럼 미란도 기업에 있어 옥자는 소비자를 위한 최상의 상품일 뿐이다. 옥자는 미자에게 하나뿐인 친구이자 가족이지만 미란도에게는 오랫동안 공들여 투자해온,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좋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영화 ‘옥자’는 미자의 ‘옥자 구출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로, 다시 뉴욕으로 내달리는 미자의 액션극에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맞는 봉준호 감독만의 디테일이 숨어있다. 예리한 촉수로 초국적 자본과 대량육식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은 동물의 신음소리를 곳곳에서 이끌어낸다.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슈퍼돼지 옥자의 모습은 경이로우며, 옥자와 미자를 돕는 동물해방연대의 활약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자연환경을 거슬러 키워진 동물, 먹히기 위해 태어난 동물은 건강한 식재료가 될 수 없다. 동물도 아픔과 고통, 슬픔과 기쁨 등의 감정을 느낀다. 본격 채식권장영화라 불릴만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채식을 권장하거나 육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한다.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 속에서 동물을 대량생산 라인의 일부로 만든 공장식 축산에 대해 되짚어 보고 싶었다는 봉 감독의 의도가 충분히 담겨있는 영화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스틸컷.

#생명 존엄과 책임을 묻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2015)

함께 살던 반려견 ‘나츠’를 병으로 떠나보낸 방송국 PD ‘카나미’(고바야시 사토미)는 반려동물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물 보호 센터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참혹한 현실과 마주한다.

일주일이 지나면 안락사 될 운명에 처한 동물들, 비윤리적인 개 공장에서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한 개들, 대지진으로 주민들이 떠나버린 마을에 덩그러니 남겨진 유기동물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단순히 알레르기가 옮는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살처분 되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직접 마주한 카나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돕기 시작한다. ‘동물과 사람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 그것. 유기동물 봉사자들을 따라나선 카나미는 한 마리 생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한 그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듣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실제 일본에 활동하고 있는 유기동물 봉사자들이다. 치바현 중심으로 활동하는 봉사단체 ‘치바왕’은 새로운 동물보호센터에 수용된 개들에게 새로운 반려인을 찾아주기도 하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정부가 내린 안락사 명령에도 불구하고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개와 고양이를 구조해낸다.

영화는 구조 당시 현장 모습과 봉사자들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버려진 개들과 이를 구해내고자 나선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카나미라는 인물을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현했다. “반려동물들의 행복은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렸다”, “개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생명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등 영화 속 나레이션은 반려 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인간의 선택만으로 삶이 결정되는 반려동물에 대한 생명의 존엄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 도그스 퍼퍼스’ 스틸컷.

#주인을 찾기 위한 4번의 환생

‘어 도그스 퍼퍼스’(2017)

미국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밀리언 셀러 소설 <A Dog's Purpose>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전생을 기억하는 강아지 베일리가 살아낸 4번의 삶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으로 개의 1인칭 시점에서 전생의 주인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베일리는 첫 번째 생에서 주인 이단과 깊은 우정을 나누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와 떨어져 지내게 된다. 환생한 베일리는 ‘엘리’라는 이름으로 인명 구조견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를 대신해 총에 맞아 죽는 운명에 처한다. 사랑받는 반려견으로, 때로는 길바닥에 버려진 유기견으로 환생한 베일리의 삶을 통해 온전히 ‘개’의 시선에서 반려동물의 삶에 대한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아냈다.

‘개의 목적’이라는 제목처럼 전생의 삶을 기억하는 베일리는 누구보다 깊은 우정을 나눴던 첫 주인 이든을 찾아가지만 이든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자신 또한 이든과 우정을 나눴던 베일리의 모습을 버린 지 오래다.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거나 받는 존재가 아닌 진정한 교감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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