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웨이하이시 유치원 통학버스 참사 천도재 봉행

웨이하이시 현지에 한국 스님 없어

참사 84일만에 뒤늦게 천도재 봉행

 

유가족 11가족 중 귀국한 2가족 뺀

9가족 참석해 아이의 극락왕생 발원

 

8월1일 중국 웨이하이시 종광사에서 '5.9 중세 유치원생 참사 희생자 합동천도재'가 봉행됐다.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 참사의 상처와 후유증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예견된 인재로 발생한 대형 참사인데다가 미래희망인 어린 아이들조차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자책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탄핵에 이은 조기 대통령 선거로 전국이 들떠있던 지난 5월9일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송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나갔다는 충격적인 비보가 또 다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발생지는 3만명의 교포를 포함해 인구 280만명이 거주하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시(威海市). 지난 5월9일 한국 국제학교인 중세 유치원의 통학버스가 타오자쾅 터널 내에서 화마에 휩싸임으로써 4세에서 7세까지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을 포함해 원생 11명과 중국인 인솔교사, 운전기사 등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사건 하루 전날 해고 통보를 받아 불만을 품은 운전기사가 차에 불을 질러 발생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인 참사 당시 주위에 있던 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해 사고가 더 커졌다. 참사 후 “우리 아이들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한 유가족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채100일도 되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뇌리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이 가운데 웨이하이시에 위치한 한인 사찰인 종광사가 지난 1일 오전 어린 아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5·9 중세 유치원생 참사 희생자 합동천도재’를 봉행했다. 참사 발생 84일만에서야 뒤늦게 합동천도재를 봉행하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의식을 집전할 수 있는 한국 스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재가불자들이 마음을 모아 창건한 종광사는 지난 2년 여 동안 연 3, 4회씩 한국을 오가며 법회를 봐주던 비구니 스님마저 건강이 악화돼 올해부터는 또 다시 스님 없이 재가자들끼리 먼 이국땅에서 힘겹게 부처님 법을 익히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치원 통학버스 참사 유가족 가운데 불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님이 없어 지난 6월18일 열린 합동영결식에는 불교 추모의식 없이 기독교 추모예배만으로 종교의식이 진행해야만 했다.

신명철 종광사 신도회장으로부터 종광사와 웨이하이 유치원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지상스님(인천 능인사 주지)은 스님 2명과 10여 명의 불자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지난 1일 종광사에서 합동천도재를 봉행했다.

이날 천도재에는 유치원생 유가족 11가족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간 2가족을 제외한 9가족 모두가 동참해 아이들이 사고 없이 행복한 곳에서 극락왕생하길 기원했다. 이들을 위해 종광사 신도들은 영가단에 과자와 사탕, 요거트 등 아이들이 평소에 좋아하는 공양물을 올렸다.

타종교인들까지 포함된 젊은 유가족들은 대령, 관욕, 불공, 영가법문, 시식, 봉송, 소대의식 등 2시간 넘게 이어진 한국불교 전통의 천도재 의식이 낯설었음에도 아이들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스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곁눈질로 스님과 종광사 신도들을 엿보면서 의식에 따라 합장하고 연신 절을 올렸다. 이내 이들의 얼굴에는 땀방울과 함께 눈물로 얼룩졌다.

천도재를 집전한 지상스님은 “슬픔을 너무 오래 간직하면 그 파장이 아이들한테까지 미쳐서 아이들이 못 떠난다”면서 “아이들도 여러분들이 불행이 아닌 행복하길 바라는 만큼 천도재를 계기로 슬픔을 훌훌 털어버리기 바란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스님들은 천도재를 마친 뒤에도 유가족 가운데 상담을 요청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풀어줬다. 유가족 대표 김미석 씨는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불교계에서 관심 갖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줘,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유가족 모두가 동참하게 됐다”면서 “아직은 많이 힘들지만 많은 이들의 위로와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겨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승현 군의 아버지 이찬실 씨는 “저희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한국 사찰에서도 승현이 뿐만 아니라 11명의 아이 모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49재를 지내주신데 이어 존재조차 몰랐던 웨이하이 종광사에서도 합동천도재를 지내줘 너무나 고맙고 마음으로도 큰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님들께서 불공을 올리는 내내 눈물이 나와 힘겹기도 했지만 천도재를 통해 큰 위안이 됐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종광사를 나섰다.

한편 이날 합동천도재를 주관한 신명철 종광사 신도회장은 해외 한국 사찰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타종교는 이미 합동영결식 때 추모의식을 한데 반해 불교는 스님이 없어 추모의식조차 갖지 못한 게 사찰 신도회장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해 직접 한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몇 곳의 사찰을 찾아 부탁드렸다가 거절당한 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찾은 조계종 총무원을 통해 힘겹게 한국 스님을 초청, 천도재를 봉행하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은 “이번 천도재를 계기로 신심과 원력을 가진 스님이 종광사에 상주하며 저희를 지도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최소한 정기적으로 찾아와 법회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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