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력 끌어들여 종단분열 조장

정치권 정부 찾아다니며 ‘구걸’ 작태

선거 앞두고 이해관계로 세력화 ‘신적폐’

명진 대안 무송...대부분 징계자들

왼쪽부터 명진스님, 현진스님, 대안스님, 홍두표(무송)씨. 이 가운데 명진 대안스님과 홍 씨는 종단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세력이 종단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는 구태가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특히 ‘적폐청산’이라는 구호 아래 종단의 체제와 질서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리어 외부세력을 비롯해 심지어 국가권력까지 끌어들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모습이 바로 적폐라는 지적이다.

종단비하와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종단에서 제적된 전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스님은 지난 7월21일 서울 모처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났다. 스님을 일관되게 두둔해온 어느 교계 인터넷매체는 명진스님과 스님의 제적철회를 바라는 원로모임이 도 장관과 점심을 먹으며 불교계 현안 등에 관해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종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부처의 수장이, 재산비위 의혹과 갖은 막말로 종단에서 쫓겨난 인물을 지지한다는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도 직후 김재원 문체부 종무실장은 24일 총무원을 찾아와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장관께서는) 명진스님이 오는 줄도 몰랐다. 특히 보도 내용처럼 불교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진을 갑자기 찍길래 (장관님이) 만류도 했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종단에서도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진땀 해명했다. 무엇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고 정부의 고위공직자까지 이용하려 했다며 스님의 처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명진스님은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고 정부의 고위공직자까지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 가운데 도종환 장관과 명진스님.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주화’ 발원 스스로 뒤집나?

명진스님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1994년 종단개혁의 발원 가운데 하나는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주화다. 신군부가 자행한 1980년 10.27법난으로 인해 사회의 암적 존재로 매도된 종단은 1986년 해인사 승려대회 등을 통해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려 노력해 왔다. 중앙종회의원 진각스님은 “스님들이 정치권력을 동원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1960~70년대 분규의 와중에서 자주 벌어진 우리 종단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마땅히 청산해야 할 적폐를 종단에서 존경받던 스님이 도리어 부추기려 한 점은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종단을 욕보이고 재기를 도모하려는 스님의 움직임은 이전부터 수차례 말밥에 올랐다. 지난 5월말 목사와 신부가 가담한 ‘명진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자회견으로 시끄러웠다. “명진스님의 승복을 벗긴 것이 불교내부의 법률에 따라 했다고 하는데, 난 인정할 수 없다”는 한 원로의 발언은 종교운영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냐는 논란을 산 바 있다. 이후에도 불교나 종단과 무관한 변호사와 언론인과 노동자들이 기자회견과 가처분소송 등을 통해 종단을 비난하고 스님을 거들었다. 정작 종단 제도권에서 가깝게 지냈던 스님들은 손사래를 친다. 과거 같은 종책모임에서 함께 했던 모 스님은 “궁지에 몰린 처지에서 두는 무리수이겠기에 이해는 한다”면서도 “종단 바깥에서만 도움을 호소하는 모습은 그만큼 내부에서 인심을 잃은 것 아닌가 싶어 안쓰럽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종단을 욕보이고 재기를 도모하려는 명진스님의 움직임은 이전부터 수차례 말밥에 올랐다.

“자기 스트레스 풀자고 종단 욕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나”

한편 총무원장 선거를 겨냥한 ‘종단 흔들기’는 예전에도 적지 않았다. 당선된 총무원장의 반대편에 선 쪽이 세간의 법원에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종단을 내홍과 파행으로 몰아넣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다만 최근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의 첫손으로 내놓은 ‘적폐청산’을 종단에 반감을 품은 세력들이 자신들의 도구로 삼는 분위기다. 이른바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가 7월27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개최한 ‘조계종 적폐청산 제1차 촛불법회’의 풍경이 극명한 예다.

참석자들은 종로 거리를 행진하며 2시간 이상 ‘적폐청산’과 ‘자승(총무원장 스님) 구속’을 동네방네 떠들었다. 수년 전 사찰을 교회에 매각해 구설에 오른 모 스님은 “현 총무원장의 재임기간은 적폐의 시간으로 종단을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다”며 악담을 퍼부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종단이 마치 국정농단 세력에 버금가는 범죄 집단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사찰재정공개, 승려노후복지제도 정착, 쌍용차 해고노동자 및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 등 그간 집행부가 이룩한 대내외적 성과는 깡그리 뭉갰다.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종단을 근거 없이 비방한 매우 심각한 해종행위라는 힐난이 거세다.

이들의 시위를 지켜본 호법부 조사국장 지상스님 역시 깊은 우려를 표했다. “예전엔 분쟁이 있어도 종단 내부에서 해결하려던 풍토였는데 이제는 외부로 여과 없이 폭로하거나 나아가 과장하고 왜곡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같다”며 “시위자들에게선 ‘세속의 정권이 바뀌면 종권도 자기 구미대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힌다”고 전했다. 더구나 “종단의 어른에 해당하는 스님들이 자기 상좌와 신도들을 동원하고 심지어 총무원이 뭐하는 곳인지조차 모르는 신도들도 발견했다”며 “단순히 자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종단을 욕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의 첫손으로 내놓은 ‘적폐청산’을 종단에 반감을 품은 세력들이 자신들의 도구로 삼는 분위기다. 이른바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가 7월27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개최한 ‘조계종 적폐청산 제1차 촛불법회’의 풍경이 극명한 예다.

“문재인정부 오히려 욕먹이는 일”

교구본사 주지와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의 중진 스님들은 10월12일로 예정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깨끗한 선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중앙종회는 7월27일 “선거법을 위반할 시 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며 금권선거 근절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7월13일 선거와 관련해 “일체 공양물을 어떤 명목이든 불문하고 거절하겠다"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결의를 이어받은 것이다. 협의회장 호성스님(고운사 주지)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고위공직자들에게도 한층 엄격한 도덕성 기준이 요구되는 세간의 현실에서 만약 총무원장 선거가 혼탁하게 치러진다면 그야말로 종단은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종도 대대수가 안정과 화합을 바라는데 일부 스님과 재가자들만 ‘종단 무너져라’ 저주하는 현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궁극적으로 정권의 개입을 꾀하는 듯한 운신은, 소통과 통합을 지향하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오히려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란 경고도 들린다. 불교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정웅기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곧 적폐”라고 꼬집었다. “‘상대를 적으로 설정하고 무조건적으로 척결하는 게 정의’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불교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또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처벌과 책임규명이란 프레임을 넘어 상대를 함께 더불어 살아야할 존재로 존중하는 마음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2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와 청산방안 국회토론회'에는 참석자가 20명에 불과해, 관심을 불러모으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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