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국제포교사회 ‘여름경전 수행’

탁마, 삼복 더위도 잊다

더운 여름은 내면을 채우는

공부를 하기에 좋은 시기…

찬물에 발 담그고 책 읽던

조선시대 선비 ‘최고의 피서’

 

올 여름, 유난히 무덥다. 한밤에 기온이 30도 중반으로 오르내리고, 때론 장대비가 스콜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기 습도가 높아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은 중복.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불교영어도서관에 국제포교사들이 모였다. 지난 8일부터 8월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법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현장을 찾았다.

지난 22일, 서울 안국동 불교영어도서관에서 열린 ‘다시배우는 영어, 2017 여름경전 수행’에 참여한 국제포교사들이 공부 삼매에 빠져 있다.

‘다시 배우는 영어, 2017 여름경전 수행’. 교육 주제처럼 여름의 무더위가 이어지던 22일, 불교영어도서관에는 6명의 국제포교사들이 모여 한참 공부를 진행하고 있었다. 합송으로 문장을 읽고 나서 서로 감상을 나눈다. 남편만 없으면 수시로 시어머니를 굶기고 학대하는 한 며느리를 교화하는 내용의 이야기다.

“‘우리 엄마를 팝니다.’ 이런 표현은 참 재미있어요. 동화 구연처럼 법문을 하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네요. 요즘 청소년들은 딱딱한 법문에 쉽게 흥미를 잃는데, 이 내용을 잘 각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이병진 국제포교사회 법회부장)

“맞아요. 젊은 사람들 포교를 위해서는 불교가 멋있고 재미있어야 해요. 이런 내용을 자기식으로 재구성해서 전달한다면 불교의 가르침을 아이들도 쉽게 알 수 있겠네요.”(김복선 국제포교사)

이들이 공부하는 책은 <My Heart is a Golden Buddha>. 한마음선원 대행스님이 2009년 <내 마음은 금부처>라는 제목으로 펴낸 책을 미국서 번역 출간한 책이다. ‘선지식과 개고기’ ‘욕심많은 며느리’ ‘텅빈 복주머니’라는 소제목처럼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바른 삶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동화가 담겨 있다.

수업을 마치고 잠시 담소가 이어졌다. 지도를 맡은 유광호 국제포교사는 강원대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유광호 국제포교사는 “대학 방학에 맞춰 참여를 하다보니 여름, 겨울 방학시기에 강의를 열고 있다”며 “공부를 하는데 덥고 추운 것은 별로 문제가 안된다. 오히려 제일 더울 때 공부가 절정에 이른다. 이건 핑계고, 솔직히 요즘 너무 더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수업에 참가한 이병진 국제포교사는 “오랫동안 기독교 문화에 젖어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기독교 학교를 다니며 성경을 공부했고, 독일에서 살면서 서양의 학문을 연구했다. “40대 중반 귀국한 후에도 절 근처에 가는 것조차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만난 외국인이 불상에 대해 묻는데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구요. 창피한 마음이 들었죠. 독일의 역사와 문화는 줄줄 외고 있는데, 오히려 내 조국의 문화와 역사는 몰랐던거죠.”

이병진 국제포교사는 “그 후 조계사에서 불교 기본교육을 이수하고 계를 받아 불자가 됐는데 불교를 공부하면서 기존에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박사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이 국제포교사는 현재 국제포교사회 법회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군에서 여군 조종사로 활동했던 김복선 씨는 “한문을 잘 몰라 경전을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영어로 번역된 경전을 읽는 것이 편해 국제포교사회에 가입했다”고 말한다. 김 국제포교사는 “기회가 되는대로 영어로 불교를 알리는 일에 적극 참여할 생각으로 공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국제포교사 품수를 받은 “16기 동기” 최지원 씨와 한수갑 씨도 교육에 참여했다. 최지원 국제포교사는 “같이 모여 공부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 참여하고 있으며, 강화 전등사와 보문사에서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 중인 한수갑 국제포교사는 “외국인에게 불교문화유산을 더 잘 소개하고 싶어” 공부를 하고 있단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여름철 최고의 피서법으로 “찬물에 발 담그고 책 읽기”를 꼽았다. 양장운 국제포교사는 “공부 삼매에 빠지면 더위도 느끼지 못한다. 특히 도반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며 “더운 여름은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공부를 하기에 적격이다”고 강조한다. 세계불교도우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장운 국제포교사는 또 “국제포교사 가운데 역량 있는 분들이 많다. 미국에서 8명의 포교사가 활동하며 지부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교영어도서관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여니 열기가 ‘훅’ 다가온다. 하지만 해외 포교활동을 서원하며 공부를 하는 도반들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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