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르침 열심히 공부해서 남 줄 거예요”

최근 종단으로부터 인가받은 연등밝은절 신행불교대학은 규모는 작지만 학구열은 어느 불교대학보다 높다. 연등밝은절 신행불교대학에서 수학 중인 하복, 민경숙, 이숙정, 유인숙 씨가 쪽지시험 만점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열악한 환경에도 전문교육기관을 운영하고자 하는 원력을 가진 사찰을 위해 조계종 포교원이 한시적으로 신행불교대학을 신설하면서 사찰 신도교육이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신행불교대학으로 지정된 인천 연등밝은절(주지 혜원스님)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상가건물 3층에 자리한 도심포교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법당에는 4명의 신도들이 법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쪽지시험을 보고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신중하게 답을 써내려가는 불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연등밝은절에서 매주 화요일은 공부하는 날이다. 신행불교대학으로 인가받기 전부터 신도들은 사시불공이 끝난 후면 어김없이 불교공부를 해 왔다. 2년 전 동국대 박사과정을 마치고 포교 원력을 세운 혜원스님은 2015년 인천 남동구에 포교당을 여는 동시에 기본교육을 시작했다. “해안불교 특징 중 하나가 기복이 강하다는 점이잖아요. 인천도 마찬가지예요. 불자들이 무작정 부처님께 복을 빌기보다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야 신행도 바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교육했습니다.”

스님은 10주간 부처님생애를 설명하는 것부터 불교개론, 불교사 등을 차례대로 강의했다. 지식이 있는 불자에서 지혜를 가진 불자가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신도가 몇 명이 오든지 개의치 않고 가르쳤다. 피치 못해 결석을 해야 하는 신도가 있으면, 따로 날을 잡아 보강을 해줬다. “스님과 마주 앉아 1대1로 수업을 받는다는 게 송구스럽다”는 신도들은 가급적 결석을 피했다. 출석률도 100%에 달한다.

2년을 한결같이 신도교육을 해 오면서 스님은 “신도들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데 사격이 안 되서 종단 제도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포교사다. 포교사고시에 응시하려면, 불교대학 등 전문교육기관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연등밝은절처럼 규모가 작은 도심포교당은 불교대학을 설립하기가 쉽지 않다. 별도로 교육공간을 갖추고 외부 강사를 초빙할만한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작은 사찰 신도들은 다른 사찰 불교대학을 찾아가 공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혜원스님은 종단이 한시적으로나마 신행불교대학을 도입한 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간 열심히 공부한 신도들이 포교사고시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신도들도 신행불교대학으로 인가를 받은 이후 고무된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 신행불교대학 수업을 듣는 신도들은 5명으로, 숫자는 적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화요일 오전10시 천일정진 불공을 올리고 나면 수업이 시작된다. 4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돌아서면 잊어버릴 나이의 신도들을 위해 스님은 반복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2~3주 간격으로 쪽지시험을 본다. 신도들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다. 신도들은 쪽지시험이라고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고시를 치르는 것만큼 진지한 자세로 시험에 임한다. 서로서로 시험지를 바꿔서 채점할 때도 봐주기는 없다. 이날 쪽지시험은 4명 모두 만점을 받았다. 시험 잘 보면 상이 있냐고 묻자 “우리 상 받으려고 공부하는 것 아니에요. 수행하려고 공부하는 거예요” 하고 말했다. 우문현답이다.

이날 만난 불자들은 모두 종단 포교사를 꿈꾸며 차근차근 공부해 오고 있다. 특히 민경숙(48, 법명 공덕리)씨는 연등밝은절에서 공부를 하면서 삶이 바뀐 주인공이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공부를 못했어요. 글도 읽을 수 있는 글자만 띄엄띄엄 읽는 수준이었고요. 그래서 외출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꺼리며 살았어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연등밝은절 간판을 보게 됐어요. 그 전까지 불교와 인연이 전혀 없었는데 뭔가 이끌리듯 절로 갔습니다. 개원을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더라고요. 주지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절에 다니게 됐어요.”

혜원스님은 초심불자인 공덕리 보살에게 함께 공부하자고 권했다. 망설이던 그는 어렵사리 스님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스님은 용기를 내서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은 그와 공부를 해나갔다. 한글부터 시작한 터라 더디지만 스님과 공덕리 보살도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공부한 끝에 어느새 한글을 모두 깨친 것은 물론 부처님 생애와 불교교리까지 진도를 나갔다. 스펀지처럼 배우는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 공덕리 보살은 이날 쪽지시험에도 만점을 받았다. “어떤 인연인지 모르지만 스님을 만나서 글도 배우고, 부처님 법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스님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까지 띄엄띄엄 글을 읽던 제가 포교사고시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잖아요. 이제 어느 곳을 가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해요. 앞으로 많이 배우고 알아서 부처님 가르침이 얼마나 좋은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수업이 끝나고 쪽지시험을 보는 연등밝은절 신도들.

공덕리 보살과 비슷한 시기에 교리공부를 시작한 하복(62, 법명 원만행)씨는 부처님 법을 배우면서 마음이 많이 치유됐다고 한다. “2년 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절에서 불공을 드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면서 스님과 상담도 많이 했어요. 스님 얘기를 듣다보면 세상의 진리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 사이 상처받은 마음도 치유되고, 가족들은 물론 주변에서 건강해졌다고 놀라요. 특히 아들은 엄마의 신행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절에 오는 시간은 늘 기쁘고 행복해요.”

학생 중 가장 고령인 이숙정(66, 법명 연지향)씨는 “불교집안에서 나고 자라 누가 종교를 물어보면 기계적으로 불자라고 대답했어요. 불교도 모르면서 불자라고 떠들고 다니다가, 오랫동안 신행활동 한 친구가 불교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듣고 공부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공부하다보니까 포교사고시까지 목표를 하게 됐어요. 시험을 보며 반복학습을 하다 보니 절로 공부가 돼요.” 특히 조계종법을 배우면서 종단운영에 대해 눈을 떴다고 했다. “신문이나 티비에서 보는 종정예하, 총무원장, 포교원장 스님이 누구인지 그 전까지 전혀 몰랐거든요. 근데 종단 체계를 아니까 뉴스를 봐도 이해가 돼요.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거겠죠.”

직장 때문에 스님과 1대1 특강을 받으며 공부했던 유인숙(59, 법명 미소담)씨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면서 마음속 인색함을 많이 지웠다고 한다. 지금은 친구들에게 권선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이 익숙해져, 동창들 사이에선 “보살님”으로 통한다. “직장이라 수업이 겹쳐서 공부가 어렵다고 했더니 스님이 저 퇴근시간에 맞춰 강의를 해줬어요. 저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주신 것도 고맙고, 또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시니 공부를 안 하려야 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최근엔 근무시간이 변경돼 화요일 오전 수업과 일요법회를 다니는데 제약이 없어졌어요. 열심히 공부하라고 부처님께서 배려해준 덕분인거 같아요.”

이들에게 또 다른 삶을 선물한 주인공인 주지 혜원스님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 그 가르침을 토대로 이웃과 같이하는 불자, 청정한 삶을 사는 불자가 많아진다면 세상이 달라질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님은 오늘도 신도들에게 “남을 위해 공부하자”고 강조한다.

[불교신문 3318호/ 2017년 7월30일자]

조계종 신행불교대학은

조계종 포교원이 교육시설이나 강사 수급문제로 불교대학 운영이 어려운 사찰 위해 오는 2018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신행불교대학은 시설기준이나 학생정원 등에 대한 제한 없이, 구족계를 받은 종단 스님이 사찰 재적신도를 대상으로 교육하면 된다. 교육과정은 6개월~1년으로, 지정 교과목을 포함한 선택교과목에 대해 72시간 이상 교육시간을 채워야 한다. 스님이 직접 강의하거나 종단이 운영하는 디지털대학 온라인강의도 병행할 수 있다. 이수자에게는 기존 불교대학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부동품계가 수여되고, 포교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 종단은 최근 연등밝은절 외에 서울 천축사, 가평 백련사, 의정부 회룡사, 성남 석가사 등 16곳을 신행불교대학으로 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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