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료를 적절히 지불하고 ... 때때로 휴가를 줘라”

근로자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상생의 입장에서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진출처 = pixabay

노동자 생활은 호전 ‘전망’ 

기업이나 고용주는 ‘우려’

정부 후속 대책 수립 과제

양보와 대화로 지혜 마련

사진설명 = 근로자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상생의 입장에서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진출처 = pixabay

7530원.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15일 결정한 최저임금(시급)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시급 6470원에 비해 16.4%(1060원) 인상한 것으로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209시간 근로 활동을 하면 157만3770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올해에 비해 매달 22만1540원 올라 노동자들의 생활여건이 호전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가는 청신호이며,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사람 중심의 국민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하며, 당장 내년도부터 경제성장률을 더 높여주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노동계의 요구로 최저임금은 이전에 비해 매년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7530원 결정에 대한 각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등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환영 일색이지만 고용주들이나 기업에서는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 편의점 업주들은 “영세 업체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면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의 급여를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춰 줄 경우 업주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이익은 줄어든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전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선현 씨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면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줄여야 한다”면서 “정부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련해 줘야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7530원을 지급해야 하는 내년에는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원은 줄이고 본인 근무시간을 확대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급여 상승과 함께 생활 여건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기준으로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를 463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습지 일일 교사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안모 씨는 “그동안 쉬는 날도 없이 열심히 일했지만 수입이 턱없이 적다보니, 여가 생활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부터는 여유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지만, 자칫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2-3인의 가족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면서 “최저임금제도의 본질적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양극화 해소, 중소영세자영업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활동 등 경제민주화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육방예경(六方禮經)> <장아함경(長阿含經)> <선생경(善生經)> 등 경전에는 고용주와 노동자의 상생(相生)을 당부하는 가르침이 여럿 있다. 상호 신뢰와 합리적인 근로 여건 조성의 필요성을 담은 경전의 내용은 최저임금으로 입장이 다른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경전에는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음식과 급료를 적절히 지불할 것’ ‘수시로 노력의 댓가에 보답할 것’ 등 급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노동자는 성심을 다해 업무에 종사하고, 고용주는 합리적인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14~15위 정도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상생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수 기자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와 제35조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 경제가 최저 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운용하지 않았다. 70년대 중반부터 지나친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행정지도를 해 왔으나 저임금이 일소되지 못했다.

저임금의 제도적인 해소와 근로자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최저임금제의 도입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경제도 이 제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1986년 12월 31일 최저임금법을 제정 공포하고 1988년 1월 1일부터 실시하게 됐다. <출처=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경전에서

주인(기업주)은 세속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하인(근로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이익이나 물건을) 주인이 혼자 독차지해 멋대로 입고 먹으며, 하인의 몫은 주지 않고, 설사 준다해도 시기에 맞지 않게 주고, 많이 주어야 할 것을 조금 주어 부족하게 한다면, 가장 큰 그릇된 행위이다. <니건자경>

고용주는 고용인을 대할 때 다섯 가지 일에 힘써야한다. 능력에 따라 일을 하게하라. 음식과 급료를 적절히 지불해라. 수고로움을 위로해주라.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해 주도록 하라. 때때로 휴가를 주라. <장아함경>

만약 가난한 사람이 와서 빌거든 비록 궁핍함에 처해 있더라도 인색함이 없게하라. 올 때에 한 물건도 옴이 없었고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가는 것, 나의 재물도 아끼는 마음이 없어야 하는데 다른 이의 물건에 어찌 마음을 두리오. <자경문>

축적한 재화는 스스로를 위해서도 사용하지만 부모님을 공양하고 부인과 자녀, 그리고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하인들을 가엾게 여겨 돕고 벗에게 보시하고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해야 한다. <잡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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